한나라당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대국민 협박’이라고 맹비난하며, “물러나려면 빨리 물러나라”는 식의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나 내심 노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를 재면서 이것이 내년 대선정국을 완전히 새로 짜려는 고도의 계획된 발언일지 모른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유기준 당 대변인은 공식적으로는 대응을 자제했다. 그는 “경제와 안보불안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로 일하면 박수받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임기를 잘 마치길 바란다”는 짧은 논평만 냈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들의 반응은 직설적이었다. “국민을 불안케 하는 공갈협박”, “능력이 없으면 그만두라”는 식의 발언이 서슴없이 나왔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도저히 능력이 안 된다면 물러나면 되는 것이고 이후 상황은 헌법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자신이 대통령 자리에 부적합하고 나라를 위해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하면 과감히 결단을 하는 게 지도자의 자세다”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내년 대선까지를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어차피 지금 대선 판도로는 내년 12월 대선에서 패할 게 분명하니, 적절한 시점에 대통령직을 내던짐으로써 조기 대선을 불러올 것이라는 의심이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내년 6월에 노 대통령이 전격 하야하고 조기 대선에 들어가는 시나리오를 여권 일부에서 추진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탈당과 임기 단축 등 몇가지 설을 예상해 왔다. 바람직스런 상황이 아니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모든 걸 내던지는 식의 극단적 발언에 딱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격한 비난 발언들 속에서도, “조심스럽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오는 게 이를 반영한다. 최경환 의원은 “만일 대통령이 조기 사임한다면 제대로 경선 준비가 안 된 한나라당 ‘빅3’ 사이에서 상당한 혼란이 일 수가 있고, 야당 책임론과 대통령 동정론도 등장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당의 한 관계자도 “대통령 사퇴를 전제로 개헌 논의가 불붙으면 지금 한나라당의 안정적 지지기반이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한나라당도 좀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의원은 “식물상태가 되어가고 있는 대통령에 당이 일일이 맞대응하기보다는, 국정운영을 걱정하고 대안을 내놓는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쪽도 비슷하다. 두 정당은 “대통령직을 건 국민 협박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하면서도, “노 대통령이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한다면 남은 임기 동안 적극 도울 용의가 있다”(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는 반응을 보였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한나라당도 좀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의원은 “식물상태가 되어가고 있는 대통령에 당이 일일이 맞대응하기보다는, 국정운영을 걱정하고 대안을 내놓는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쪽도 비슷하다. 두 정당은 “대통령직을 건 국민 협박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하면서도, “노 대통령이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한다면 남은 임기 동안 적극 도울 용의가 있다”(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는 반응을 보였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