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4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기 전, 원내부대표단과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금은 탈당할 때가 아니라 뭉칠 때”라고 강조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장영달·정세균 ‘자리’
정동영 ‘지지율 10%대’
천정배 ‘대선주자’
제 잇속따라 제 갈길
정동영 ‘지지율 10%대’
천정배 ‘대선주자’
제 잇속따라 제 갈길
정치인들의 명분과 속내는 다른 경우가 많다.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이다. 진실은 명분과 속내 중간쯤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 사수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실리다. ‘레임덕’을 늦춰야 하지만, 퇴임 이후의 정치적 공간도 생각한 것 같다. 올 대선에서 지면 2008년 4월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영남 출신들은 설 땅이 없게 된다. 열린우리당은 그들의 마지막 보루다. 지켜야 한다. 여당 중진 의원들의 이해관계는 ‘자리’다. 고위직을 차지하지 못하면 다음 총선에서 어렵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개각에서 국방부 장관에 유력했다. 낙마한 뒤로는 원내대표를 위해 뛰었다. 사수파일 수밖에 없다. 2월14일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 의장으로 유력한 정세균 전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당 의장은 ‘현찰’이고, 정계개편은 ‘어음’이다. ‘인연’도 중요하다. 정치는 ‘함께 하는 것’이다. 문희상·유인태 의원은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지냈다. 이광재·서갑원 의원은 노 대통령 비서를 지냈다. 유시민·김형주·김태년 의원은 개혁당 출신이다. 김혁규 의원은 ‘영남’이다. 다른 사정도 있다. 배기선 의원은 ‘재판’이 걸려 있다. 노 대통령과 갈라서 봐야 득될 것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비례대표 의원들은 의원직 때문에 지금 당장은 탈당을 할 수가 없다. 탈당파의 속내에도 자기 중심의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은 “전당대회 이전에는 탈당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탈당에 무게가 실려 있다. 그의 최대 관심사는 ‘지지율 10%대 회복’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탈당이 아니라, 뭐든지 해야 할 처지다. 다만 섣불리 행동하면 ‘배신자’ 소리를 듣게 된다.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김한길 전 원내대표는 ‘자기 정치’가 관심이다.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쥐고 ‘정권 창출의 마술사’가 되려는 것이다. 그는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지만,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에 밀려서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김 의원은 최근 “나를 정동영계로 분류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선도 탈당’을 결행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대선 주자 또는 킹메이커’를 노린다. 그의 참모들은 기득권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야 기회가 온다는 논리로 그를 설득했다. 탈당파에는 호남 출신이나 호남 지역구 의원이 많다. 천정배·최재천·염동연·임종인 의원은 탈당했고, 강봉균·주승용·조배숙·유선호 의원 등은 예정자다. 호남에서 정당별 지지도는 민주당이 열린우리당보다 높다. 통합신당에 대해서도 호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찬성이 높은 편이다. 다음 총선을 생각한다면 통합에 적극적인 것이 당연하다.
이런 구도에서 특이한 사람은 김근태 의장이다. ‘발이 꼬인’ 경우다. 그는 지난해 12월28일 정동영 전 의장과 신당 창당에 합의했다. 그런데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은 ‘전당대회 사수파’가 됐다. 당 의장이란 자리에 충실하려다 보니까 묘하게 ‘당 사수파’와 한배를 탄 듯한 모습이 됐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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