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영남 지역 다선의원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다툼 양상으로 복잡
통합신당 호남중진 “출마”…계파 나눠먹기 조짐
권노갑·윤여준 같은 ‘저승사자’ 없는 점도 특색
통합신당 호남중진 “출마”…계파 나눠먹기 조짐
권노갑·윤여준 같은 ‘저승사자’ 없는 점도 특색
국민들은 언제나 ‘새로운 정치’를 원한다. 아니 새로운 정치인들을 원한다. 그래서일 것이다. 4년마다 치러지는 총선에서 현역 의원 탈락의 폭은 매번 큰 관심거리다.
올 4·9 총선(18대 국회의원 선거)을 앞두고 각 정당의 물갈이 흐름이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몰아내려는 쪽이나 버티는 쪽 모두 사활을 걸었다.
한나라당의 물갈이 폭은 몇 가지 복잡한 변수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명박-박근혜’의 세력 다툼 양상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이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그냥 있지 않겠다는 기세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커질수록 물갈이 폭은 반대로 적어질 수도 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이명박 쪽’은 자파 의원들을 먼저 탈락시키겠다고 하지만, 권력의 속성상 믿기가 어렵다.
둘째, 현역의원들이 ‘정권교체 기여도’를 내세우며 버티는 힘이 만만치 않다.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난 10년 동안 야당을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며 대폭 물갈이에 공공연히 반대하고 있다. 그는 경선 당시 이명박 당선인의 캠프 좌장을 지냈다.
한나라당은 2000년 16대 총선 당시 현역의원의 35%를 공천에서 교체했다. 2004년 17대에는 현역의원 중에서 43%가 공천에서 탈락했다. 물갈이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막연한 관측일 뿐 근거가 없다. ‘옛날’에는 정보기관과 청와대가 후보들의 비리 의혹을 들이대서 협박을 했다지만, 지금은 그런 식의 정치공작은 꿈도 꿀 수 없는 처지다.
대통합민주신당은 ‘호남 물갈이’가 고민이다. 현재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통합신당은 수도권 지역구에서 전멸에 가까운 부진이 예상된다. 따라서 후보들이 호남으로 몰리고 있다. 그런데 호남의 중진들은 비켜줄 생각이 별로 없다. 우선 6선의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정읍에 다시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당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역할을 다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다. 4선의 장영달, 3선의 정동채 정세균 의원도 있다. 이들에 대한 당내 평가는 엇갈린다.
손학규 대표의 당내 기반이 취약한 것도 물갈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통합신당의 공천심사위원회는 각 계파의 나눠먹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손 대표는 “자기 희생의 결단”을 강조하면서 중진 의원들의 대폭 물갈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역 의원들을 탈락시킬 수 있는 정치적 힘이 그에게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은 ‘저승사자’ 구실을 할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명박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중진들을 끌어안고 물러나 주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이상득 의원은 최근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난 2000년 한나라당에서는 윤여준 의원이 ‘김윤환 의원 공천 배제’를 주도면밀하게 ‘기획’해 성공을 거두었다. 김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이 민국당을 만들었지만 지역구 1석을 포함해 2석에 그치고 말았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서는 권노갑 고문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고 호남 지역 중진들을 주저 앉히는 악역을 담당했다. 당시 호남 중진들은 권 고문의 전화를 피해 도망을 다니기도 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특사단장으로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마중나온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은 ‘저승사자’ 구실을 할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명박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중진들을 끌어안고 물러나 주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이상득 의원은 최근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난 2000년 한나라당에서는 윤여준 의원이 ‘김윤환 의원 공천 배제’를 주도면밀하게 ‘기획’해 성공을 거두었다. 김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이 민국당을 만들었지만 지역구 1석을 포함해 2석에 그치고 말았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서는 권노갑 고문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고 호남 지역 중진들을 주저 앉히는 악역을 담당했다. 당시 호남 중진들은 권 고문의 전화를 피해 도망을 다니기도 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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