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쪽 희망명부’ 보도에 “소설같은 얘기” 펄쩍
잡음 가시지 않아 혼란
잡음 가시지 않아 혼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3일 회동할 예정이어서 양 진영의 공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두 사람의 회동을 하루 앞둔 22일 한나라당 주변에선 박 전 대표 쪽이 이 당선인 쪽에 ‘공천 희망 명부’를 건넸다는 설까지 나돌면서 하루종일 술렁였다.
박 전 대표 쪽은 이 당선인을 만나는 공식적인 이유로, 중국 특사 활동을 보고를 내세웠지만, 실제 이유는 공천 문제를 담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박 전 대표가 귀국했을 때만 해도 양쪽은 모두 특사활동 결과를 면담 대신 서면으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그 사이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직접 담판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초점은 두 사람의 만남에서 공천 관련한 논의가 어느정도까지 진전될 수 있느냐에 모아진다. 박 전 대표는 평소 ‘짧고 굵게’ 결론만 말하는 스타일이지만, 탈당설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안건을 놓고 입씨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다. 박 전 대표 쪽은 이날도 ‘분당 카드’을 내비치며 압박을 계속했다. 평소 과격한 발언을 삼가온 김재원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 ‘시선집중’에 나와 “(우리는) 벼랑끝 전술을 벌이는 상황”이라며 “만약에 극한 상황에 처한다면 벼랑에서 뛰어내려서 몸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그런 각오가 없이 그냥 겁만 주다가는 오히려 웃음거리만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 모든 가능성은 전부 상정하고 있다”며 분당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에서 ‘공천 흥정’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박 전 대표 쪽 중진 의원이 자파 공천 보장 희망자 85∼90명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이 당선인 쪽에 전달했고, 강재섭 대표도 이와 별도로 이 당선인 쪽에 공천 희망자 명단 30명을 건넸다는 내용이다. 강 대표는 이에 대해 “소설 같은 이야기다. 내가 명단을 받아야지 누구한테 주냐”며 강력 부인했고, 박 전 대표 쪽 인사들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 당직자는 “박 전 대표 쪽에서 작성한 원·내외 당협위원장 80여명의 명단이 이 당선인 쪽 핵심 측근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이 당선인 쪽의 또다른 인사가 이 명단을 봤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강 대표와 관련된 보도내용을 뒷받침하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의 공천잡음이 점입가경으로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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