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에 쇄신안 전했다”
“좀더 적극적 태도 취했어야”
“좀더 적극적 태도 취했어야”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쓴소리를 못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0일 억울함을 토로했다. 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 주최로 열린 ‘지방분권촉진특별법 추진을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해 “(전날)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으므로 총리가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회동 뒷얘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요즘 이슈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어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야 된다고 대통령께 건의했는데, 이를 언론에 강조하다 보니까 언론에서는 대표가 대통령에게 제대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정치를 하다 보면 억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냈다. 비록 공개적으로는 아니지만 총리의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쇄신안을 전달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강 대표가 비록 나름의 방법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정쇄신안을 건넸다고는 하지만, 현재 얽혀 있는 각종 국정 난맥을 해결하기 위해선 여당의 대표로서 좀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대표 격인 원희룡 의원은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과 강 대표의 회동 직후 <기독교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은) 국민의 기대를 새롭게 모아내고 국정을 제대로 해나갈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쇄신책을 당과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대통령과 강재섭 대표께서 따로 논의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게 없었던 걸로 보도되는 걸 보니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이어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일차적으로 민심을 수렴하고 그것을 대통령에게 가감없이 전달할 사명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병국 의원도 “강 대표가 대통령과 비공개 단독 면담에서 이런저런 민심을 전달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이는 당청이 만나서 협의하고 소통하는 절차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것이다. 이런 것이 점점 더 이명박 정권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짚었다.
당내에선 이처럼 여당 대표가 청와대의 힘에 밀리다보면 18대 국회에서 여당이 맡아야 할 견제 몫을 아예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강 대표는 지난해 경선·대선을 거치며 정권 창출의 한 축을 맡았는데도 저렇게 힘이 딸리는데, 앞으로 차기 당 대표는 어떻게 대통령 앞에서 고개를 들겠느냐”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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