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왼쪽)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23일 오전 원내교섭단체 공동 구성을 논의하려고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창조한국당 ‘의외의 선택’ 전망
당내 논의도 없어…지지자들 “희망 접습니다”
문 대표 “좌우 뛰어넘는 연대…제휴는 제한적”
당내 논의도 없어…지지자들 “희망 접습니다”
문 대표 “좌우 뛰어넘는 연대…제휴는 제한적”
23일 창조한국당이 자유선진당과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창조한국당의 홈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떴다.
“대선 때 문국현 후보를 찍었고, 총선 때도 비례로 창조한국당에 제 소중한 1표를 던진 사람입니다.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문국현 의원님의 말을 철석 같이 믿고…. 그런데 오늘 갑자기 ‘자유선진당과 교섭단체 잠정 합의’라는 뉴스를 듣고 띵~ 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문국현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한 인사는 제휴 소식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반면 문국현 대표는 할 말이 많다. 문 대표는 “좌다, 우다 하는 흐름은 20세기 방식이다. 이번 합의는 이를 뛰어넘는 창조적 연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제휴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문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이번 총선에 단독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만드는 데 실패하고 나서 차선책을 찾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조한국당이 내세운 ‘정책정당’은 결국 법안 발의 등 의정활동을 통해 실현돼야 하는데, 3석의 의석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또다른 핵심 인사는 이번 제휴를 ‘스케이팅형 정치’라고 이름 붙여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창당할 때 오른쪽으로는 시장, 왼쪽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겨냥해서 좌우를 넘나드는 스케이팅형 정당·정부를 염두에 두어왔다. 중도가 아니라 좌우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 말을 곱씹어 보면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낡은 정치, 부패정치 척결’의 구호를 앞세워 ‘클린 이미지’를 강조하던 문 대표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 시절) ‘차떼기’를 잊을 사람이 있겠는가. 사회지도층, 특히 정치 지도자의 부패는 그 나라를 근본부터 썩게 하는 만악의 근원”이라며, 이 총재를 일컬어 ‘부패백화점’이라고 불렀다.
그로부터 불과 5개월 남짓 만에 문 대표는 이 총재와 손을 잡았다. 무원칙하고 정략적인 제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문 대표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번 제휴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또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대변인은 문 대표와 이 총재의 회동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번 제휴는 정책연대이지 야합이 아니다. 경제적인 이득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표에게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이 이 정도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지는 미지수다. 특히 문 대표는 보안유지를 이유로 당내 논의 없이 이번 제휴를 성사시켜 기존의 ‘사당화’ 비판에 기름을 붙게 됐다. ‘김경희’라는 이름의 지지자는 이날 오후 창조한국당 홈페이지에 “정치는 생물이라지요. 그래도 원칙이라는 건 있는 겁니다”라며 “창조한국당과 문국현님에 대한 희망을 접습니다”라고 써놓았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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