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열린우리당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꽃다발을 치켜들고 인사를 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배기선 의원 39표 차로 따돌려 “예상밖 압승”
‘계파 투표’ 보다 당 위기감·원내전략 영향 컸던 듯
정동영 쪽 “결속력 확인” 인도속 ‘독식론’ 경계
‘계파 투표’ 보다 당 위기감·원내전략 영향 컸던 듯
정동영 쪽 “결속력 확인” 인도속 ‘독식론’ 경계
열린우리당 새 원내대표에 ‘유능한 여당’을 내세운 3선의 김한길 의원이 선출됐다. 김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소속 의원 144명 중 141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원내대표 선거에서 88표를 얻어, 49표를 얻는 데 그친 배기선 의원을 39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박빙’ 승부가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1차 투표에서 김 의원이 압승하자, 의원들은 “뜻밖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투표 결과는 열린우리당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평가다.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용과 통합’을 강조한 배 의원보다는, 위기 상황을 헤쳐갈 전략 마인드와 기획력을 지닌 김 의원 쪽을 적임자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날 투표에는 이해찬 국무총리와 해외 출장 중인 우윤근·유기홍 의원 등 3명만 빠지는 등 참여율도 예상보다 높았다. 무계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김 의원이 준비된 모습을 보였고, 당·청 관계에서도 당의 주도권을 강조하는 등 의원들이 느끼고 있는 답답함을 구체적으로 잘 짚어냈다”고 말했다. 이번 경선은 정동영 전 장관과 김근태 의원 두 진영의 ‘대리전’ 양상을 띠긴 했지만, 후보 개인의 자질과 흠결 여부, 원내 전략에 대한 호응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계파적 투표 행태만으론 결과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경선 결과는 2·18 전당대회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김 신임 원내대표를 지원한 정 전 장관 쪽은 ‘기세 싸움’에서 우위를 확보하면서, 결속력을 확인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정 전 장관 쪽은 전당대회 초반 판세가 기대와 달리 초박빙 양상을 보이자, 원내대표 경선 막판에 표 결집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 의장-원내대표 ‘독식론’에 대한 경계심리가 퍼지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김 의원 쪽은 ‘독식론’이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태도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당내에서 현실적 지분이 확인된 게 아니냐”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핵심당직자는 “선거 결과를 놓고 ‘독식론’이 형성되면 정동영계에 손해가 되고, ‘대세론’이면 이득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의원들의 표심과 대의원들의 표심은 다르기 때문에,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전당대회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 신임 원내대표는 <여자의 남자> 등 베스트셀러 소설의 작가로 유명하며, 방송인·칼럼니스트로 활동하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일본 도쿄(54살) △건국대 정외과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장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