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연합뉴스
[뉴스분석] 노무현 ‘마이웨이’는 무엇을 향하나
거침없고 격정적인 표현으로 논쟁을 촉발해 온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앞으로도 할말을 다 하겠다.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였다. 3분 남짓한 노 대통령 발언에 국무위원들의 표정은 상기됐다.
그의 발언은 ‘고 전 총리 기용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인사’라는 자신의 발언을 고 전 총리가 정면으로 반박한 데 대한 섭섭함을 표출하는 형식을 갖췄다. 그러나 핵심 메시지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비난과 억측에 굴복하지 않고 ‘노무현 방식’으로 남은 임기를 이끌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었다. 여기엔 2007년 대선을 의식해 정치적 차별화를 시도하는 여권 내부의 대선 주자들은 물론, 현재 내각에 몸담고 있는 국무위원들에 대한 강한 경고가 담겨 있다.
숱한 논란과 비판을 무릅쓰고 노 대통령이 끝까지 자기 방식으로 가겠다고 선언한 이유는 뭘까. 청와대의 핵심 참모는 “전임자와 차별화를 통해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낡은 정치문화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과 지금의 비판적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시대적 과제를 임기 말까지 완수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당수 청와대 인사들은 소설 <뿌리깊은 나무>를 빗대, 노 대통령의 최근 심경을 표현한다. 이정명씨의 이 소설은 조선 초기 세종과 유학자들의 대립을 다룬 글이다. 유학자들이 잡학으로 매도하는 농업과 천문학·의학을 중흥시키고, 중화 중심사상에서 벗어날 핵심 사업으로 한글(훈민정음)을 만든 세종이 자신을 “세상을 어지럽히고 군왕의 본분을 망각했다”고 비판하는 최만리 등 유학파들과 맞서 싸우면서 끝내 그 뜻을 이뤄낸다는 내용이다. 노 대통령의 또다른 핵심 참모는 “우리의 요즘 심경과 각오를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고 평했다. 노 대통령과 이병완 비서실장 등 핵심 인사들도 이미 이 책을 읽었다.
문제는 조선 초기의 세종처럼 ‘사회 기득권층’에 홀로 맞서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지금은 국민들에게 독선으로 비치며 지지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진 채, 그의 격정적 연설에도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게 이를 방증한다.
여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2002년 노 대통령의 거친 표현은 기성 정치권의 권위주의를 타파하는 상징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지금은 그의 발언을 그렇게 보지 않는데 노 대통령은 여전히 자기 방식을 강요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도 “대통령은 솔직한 표현을 통해 국민에게 진정성을 전달하려 하지만, 그 표현의 거침 때문에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면 (전달) 형식을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핵심 중진의원은 “노 대통령이 언제 한나라당을 경상도 지역당이라 욕한 일이 있느냐. 노 대통령 발언은 영남에서도, 호남 중심의 옛 여권에서도 주류에 끼지 못했던 영남 민주세력의 콤플렉스를 반영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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