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그림자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9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동안, 뒤편에 방송사 조명 때문에 생긴 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대통령-강대표 회담] 간추린 대화록
“야 후보 비판 말라”-“먼저 공격 않는다면…”
아파트값·등록금 등 민생해법엔 큰틀 공감 9일 오전 청와대에서 1시간30분 동안 국정 현안을 논의한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민생경제 대책에선 공동 발표문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합의문은 합의문일 뿐이다. 두 사람은 초반에 민생 문제엔 의견을 모았지만,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과 개헌 문제 등 정치 현안에선 한 치 양보도 없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윤승용 청와대 대변인과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회담 직후 청와대에서 두 사람의 날 선 대화록을 브리핑했다. ◇ 부동산 등 민생문제 강재섭 대표=부동산, 연금(개혁) 등 민생 문제에 관심이 많다. 특히 기업의 지방투자 여건 조성을 위해 법인세 인하, 출자총액제한 완화 등을 적극 검토해 달라. 부동산 대책은 정부 법안뿐 아니라, 한나라당의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제도도 동일하게 취급해 달라. 또 대학 등록금으로 많은 학생들이 부담을 갖는다. 국가가 장학기금을 설치하고, 대학에 기부할 때 세제 혜택을 주는 등으로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자. 노무현 대통령=정부와 생각이 너무 비슷하다. 구체적인 문제에 관해 협의하자. 다만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명칭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내용은 마달 이유가 없다. 등록금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자는 데 공감하고, 학자금 저리 융자를 검토하겠다. 그러나 대학 기부금은 학교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으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 강 대표=공공부문 분양원가 공개 확대엔 이의가 없지만, 민간부문 확대에는 이의가 있다. 절충이 필요하다. (정부의) 연금(개혁) 문제도 재정 고갈을 18년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나라당 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노 대통령=분양정책이나 분양원가 공개 문제는 쌍방협력하자. 서로 의견이 많으나 세부적인 문제는 논의하자. 강 대표=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통과에 대해 대통령께서 협조해 달라. 개방형 이사제 도입 부분을 개정해 달라. 이미 개정된 사학법의 시행령을 정부가 실시하는 것을 늦춰 달라. 노 대통령=사학법의 경우 여야 절충으로 타협하는 게 제일 좋다. 여야 절충으로 합의하는 것을 존중하겠다. 대통령은 이 안에 대해 실질적인 권한도 영향력도 없다. 현재 우리당이 특별한 상황이다. 대통령은 당 대표가 아니다. 강 대표=조속히 지방투자촉진법안과 정책이 수립되고 통과돼야 한다. 빈곤층 자활프로그램을 위해 재단법인 사회책임연대은행을 설립하자. 노 대통령=지방투자 문제는 정부와 생각이 너무 비슷하다. (사회책임연대은행은) 실무 차원에서 협력해 처리하자.
◇ 정치 현안 강 대표=대통령은 국정의 중심에 서고 야당 대표는 (여기에) 협조해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 도리다. 그래서 몇가지 말씀드리겠다. 첫째, 대선 중립 관리를 위해 내각에 있는 의원들은 복귀시켜 달라. 또 대통령이 한나라당 후보를 비판하는 이야기를 삼가 달라. 선거중립 의지를 천명해 달라. 개헌, 정계개편 등 정치 행위에서 손을 떼시고, 민생 문제에 전면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 노 대통령=대통령은 정치인이므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없다. 정치적 중립을 하겠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다만 선거운동은 안 하고 있고, 안 할 것이다. 당적 불문하고 선거를 공정관리 할 테니, 제발 선거 공정관리 해 달라고 그만 하라. 마치 전과 없는 사람에게 자꾸 도둑질하지 말라 하는 것과 같은 정치공세다. 야당 후보를 비판하지 말라고 하는데, 제발 나를 선거에 끌어들이지 말라. 선거 전략 차원에서 나를 공격하지 말아 달라. 정치적으로 공격하면 정치적으로 답할 것이고, 정책 차원에서 언급하면 정책으로 대응할 것이다. 먼저 부당하게 공격하지 않겠다. 대통령에게 국정의 중심에 서달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모욕이다. 국정을 열심히 하는데,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기본도 안 된 사람’이라는 불신을 깔고 하는 것이다. 이건 예의가 아니다. 정계개편에는 개입 안 한다. 다만 열린우리당이 깨지지 않도록 노력해 왔으나 역부족이었다. 강 대표=민생 문제라도 10년, 20년 후의 공약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기, 차차기 정부가 협조할 것을 대선의 해에 이렇게 내놓는다면 장밋빛 공약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노 대통령=비전 2030은 지난 2년간 다듬어온 프로젝트다. 병역단축 문제는 일부분이었다. (임기가)1년 남았다고 (정책을) 접는 게 국가에 득이 되겠냐. 하나의 정책을 준비하고 펴내는 데 4, 5년씩 걸린다. 교육이나 보육제도는 20년, 30년 이상 가는 프로젝트였고, 영종도 공항도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강 대표=열린우리당 의석이 줄어들고 노 대통령께서 제대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개헌안을 내놓는 것은 사실상 판 흔들기고,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과 당론 분열을 꾀하는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 한나라당이 내년 18대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만들어 추진하겠다. 노 대통령=한나라당도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고, 후보나 중진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개헌 제안이) 왜 한나라당 판 흔들기냐. 개헌 발의권을 가진 대통령으로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발의할 테니, 찬성이든 반대든 해달라. 다음 정부서 한다니 첫해부터 열심히 토론해 달라. 그러나 (개헌을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을 공약해라. 나는 국민들로부터 도덕적 심판을 받고 싶다. 할 일은 할 것이다. 강 대표=국민들이 국가안보에 걱정이 많다.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정부가 북한의 잠시의 유화제스처에 대해 지나친 대북 지원을 재개한다면 북한의 오판을 가져올 것이다. 전시 작통권 이양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은 보류하고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게 맞다. 노 대통령=안보문제에 대해서는 안보관의 차이로 받아들이겠다. 다만 참여정부 들어 안보가 불안해졌다는 것 동의 못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제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으니 도와달라.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아파트값·등록금 등 민생해법엔 큰틀 공감 9일 오전 청와대에서 1시간30분 동안 국정 현안을 논의한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민생경제 대책에선 공동 발표문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합의문은 합의문일 뿐이다. 두 사람은 초반에 민생 문제엔 의견을 모았지만,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과 개헌 문제 등 정치 현안에선 한 치 양보도 없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윤승용 청와대 대변인과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회담 직후 청와대에서 두 사람의 날 선 대화록을 브리핑했다. ◇ 부동산 등 민생문제 강재섭 대표=부동산, 연금(개혁) 등 민생 문제에 관심이 많다. 특히 기업의 지방투자 여건 조성을 위해 법인세 인하, 출자총액제한 완화 등을 적극 검토해 달라. 부동산 대책은 정부 법안뿐 아니라, 한나라당의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제도도 동일하게 취급해 달라. 또 대학 등록금으로 많은 학생들이 부담을 갖는다. 국가가 장학기금을 설치하고, 대학에 기부할 때 세제 혜택을 주는 등으로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자. 노무현 대통령=정부와 생각이 너무 비슷하다. 구체적인 문제에 관해 협의하자. 다만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명칭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내용은 마달 이유가 없다. 등록금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자는 데 공감하고, 학자금 저리 융자를 검토하겠다. 그러나 대학 기부금은 학교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으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 강 대표=공공부문 분양원가 공개 확대엔 이의가 없지만, 민간부문 확대에는 이의가 있다. 절충이 필요하다. (정부의) 연금(개혁) 문제도 재정 고갈을 18년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나라당 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노 대통령=분양정책이나 분양원가 공개 문제는 쌍방협력하자. 서로 의견이 많으나 세부적인 문제는 논의하자. 강 대표=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통과에 대해 대통령께서 협조해 달라. 개방형 이사제 도입 부분을 개정해 달라. 이미 개정된 사학법의 시행령을 정부가 실시하는 것을 늦춰 달라. 노 대통령=사학법의 경우 여야 절충으로 타협하는 게 제일 좋다. 여야 절충으로 합의하는 것을 존중하겠다. 대통령은 이 안에 대해 실질적인 권한도 영향력도 없다. 현재 우리당이 특별한 상황이다. 대통령은 당 대표가 아니다. 강 대표=조속히 지방투자촉진법안과 정책이 수립되고 통과돼야 한다. 빈곤층 자활프로그램을 위해 재단법인 사회책임연대은행을 설립하자. 노 대통령=지방투자 문제는 정부와 생각이 너무 비슷하다. (사회책임연대은행은) 실무 차원에서 협력해 처리하자.
노대통령과 강대표의 시각차
◇ 정치 현안 강 대표=대통령은 국정의 중심에 서고 야당 대표는 (여기에) 협조해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 도리다. 그래서 몇가지 말씀드리겠다. 첫째, 대선 중립 관리를 위해 내각에 있는 의원들은 복귀시켜 달라. 또 대통령이 한나라당 후보를 비판하는 이야기를 삼가 달라. 선거중립 의지를 천명해 달라. 개헌, 정계개편 등 정치 행위에서 손을 떼시고, 민생 문제에 전면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 노 대통령=대통령은 정치인이므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없다. 정치적 중립을 하겠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다만 선거운동은 안 하고 있고, 안 할 것이다. 당적 불문하고 선거를 공정관리 할 테니, 제발 선거 공정관리 해 달라고 그만 하라. 마치 전과 없는 사람에게 자꾸 도둑질하지 말라 하는 것과 같은 정치공세다. 야당 후보를 비판하지 말라고 하는데, 제발 나를 선거에 끌어들이지 말라. 선거 전략 차원에서 나를 공격하지 말아 달라. 정치적으로 공격하면 정치적으로 답할 것이고, 정책 차원에서 언급하면 정책으로 대응할 것이다. 먼저 부당하게 공격하지 않겠다. 대통령에게 국정의 중심에 서달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모욕이다. 국정을 열심히 하는데,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기본도 안 된 사람’이라는 불신을 깔고 하는 것이다. 이건 예의가 아니다. 정계개편에는 개입 안 한다. 다만 열린우리당이 깨지지 않도록 노력해 왔으나 역부족이었다. 강 대표=민생 문제라도 10년, 20년 후의 공약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기, 차차기 정부가 협조할 것을 대선의 해에 이렇게 내놓는다면 장밋빛 공약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노 대통령=비전 2030은 지난 2년간 다듬어온 프로젝트다. 병역단축 문제는 일부분이었다. (임기가)1년 남았다고 (정책을) 접는 게 국가에 득이 되겠냐. 하나의 정책을 준비하고 펴내는 데 4, 5년씩 걸린다. 교육이나 보육제도는 20년, 30년 이상 가는 프로젝트였고, 영종도 공항도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강 대표=열린우리당 의석이 줄어들고 노 대통령께서 제대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개헌안을 내놓는 것은 사실상 판 흔들기고,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과 당론 분열을 꾀하는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 한나라당이 내년 18대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만들어 추진하겠다. 노 대통령=한나라당도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고, 후보나 중진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개헌 제안이) 왜 한나라당 판 흔들기냐. 개헌 발의권을 가진 대통령으로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발의할 테니, 찬성이든 반대든 해달라. 다음 정부서 한다니 첫해부터 열심히 토론해 달라. 그러나 (개헌을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을 공약해라. 나는 국민들로부터 도덕적 심판을 받고 싶다. 할 일은 할 것이다. 강 대표=국민들이 국가안보에 걱정이 많다.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정부가 북한의 잠시의 유화제스처에 대해 지나친 대북 지원을 재개한다면 북한의 오판을 가져올 것이다. 전시 작통권 이양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은 보류하고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게 맞다. 노 대통령=안보문제에 대해서는 안보관의 차이로 받아들이겠다. 다만 참여정부 들어 안보가 불안해졌다는 것 동의 못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제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으니 도와달라.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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