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시한 12일 합의까지
“깨졌습니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5일 오후 1시가 조금 넘어서 미간을 찌푸리며 회담장 문을 열고 나왔다. 예산안 처리를 놓고 이틀째 여야 3당 원내대표단이 만났으나 협상의 큰 걸림돌이던 ‘처리 시한’에 가로막혀 서로 얼굴을 붉힌 채 돌아선 것이다. 뒤늦게 제출된 수정예산안을 이달 말까지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민주당이 ‘15일까지 처리’로 한발 물러섰으나,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까지 끝내야 한다는 애초 방침에서 꿈쩍하지 않았다.
마침 영하로 뚝 떨어진 바깥 날씨처럼 급격히 냉각된 국회는 급기야 여야간 ‘몸싸움장’으로 변했다. 협상이 어그러진 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이날 중 감세법안 강행 처리를 밝히자, 오후 2시께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이를 막으려 국회 4층 재정경제위 회의장으로 모였다. 피아 식별을 위해 파란색 스티커를 옷에 붙이고 회의장 앞을 지키고 있던 한나라당 당직자·의원들과, 회의 진행을 저지하기 위해 들어가려는 민주당 의원·당직자들이 충돌하면서 일부가 땅에 엎어지는 등 좁은 복도는 밀고 당기는 몸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저지선을 뚫고 회의장 옆방에 모인 민주당 의원들과 재정위원장실에 따로 모인 한나라당 의원들간의 대치로 팽팽하던 분위기는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서면서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양쪽이 부딪치던 사이,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의장실에서 만나 여야가 주장하는 9일과 15일의 중간인 ‘12일 처리’를 중재안으로 내놓았다. 정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고,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전화로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의견접근을 보면서 ‘몸싸움 대치’가 가까스로 풀렸다.
“철벽과 얘기하는 것 같다”며 등을 돌렸던 여야 원내대표단이 오후 3시께 다시 얼굴을 맞대고 감세법안에서도 상당한 의견일치를 보면서 곧 협의가 될 듯한 분위기였으나, 예기치 않은 변수로 회담이 삐걱거렸다.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시한에 대해 한나라당과 같은 태도를 보인 자유선진당을 “한나라당 2중대”로 규정하자, 자유선진당이 회담 도중 박차고 나간 것이다. 자유선진당 당직자들은 저녁에 재개된 회담장에 몰려와 “그럼 민주당은 김정일의 2중대냐”고 소리치며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자유선진당의 거센 항의로 부득이 최종합의 회담이 7일로 미뤄졌으나 예산안 처리를 더는 늦출 수 없다는 데 이견이 없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2일 처리’에 뜻을 같이해 국회 파행 위기는 피하게 됐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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