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부산 해운대 누리마루에서 열린 제19차 남북 장관급 회담 전체회의에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가 악수를 하고 있다. 그들의 뒤로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불확실한 한반도 정세를 상징하듯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부산/사진공동취재단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
장관급회담서 북 ‘돌출발언’에 얼굴 붉혀
남 “스커드발사, 우리민족끼리 정신 훼손”
북 쌀50만t 공식 제기·추석전후 상봉 제안
장관급회담서 북 ‘돌출발언’에 얼굴 붉혀
남 “스커드발사, 우리민족끼리 정신 훼손”
북 쌀50만t 공식 제기·추석전후 상봉 제안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 둘째날인 12일 첫 전체회의 분위기는 딱딱했다고 한다. 예상대로 남쪽은 미사일 발사와 6자회담 복귀 이외에 다른 현안 보따리는 전혀 풀어놓지 않았고, 북쪽은 지난 18차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정치·군사 분야의 장벽을 허물라고 주장했다. 남쪽이 기조발언 등을 통해 미사일 발사에 대해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하자, 북쪽은 “남쪽의 광범위한 대중도 선군(先軍)의 덕을 보고 있다”라고 ‘돌출발언’을 하기도 했다.
남북 기조 발언 비교=남쪽은 언론을 통해 미리 공개한 대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특히 남쪽을 사정거리로 하는 스커드 미사일까지 발사한 것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훼손하는 점이라고 지적한 대목이 눈에 띈다. 이번 미사일 발사가 대미·대일용이지 남쪽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북한의 주장에 대한 반론인 셈이다.
북쪽은 미사일이나 6자회담 문제로 공방이 펼쳐지는 것을 가능한 한 피하고 싶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쪽은 기조연설에서 미사일 발사에 대한 태도를 밝히지 않았으며,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한 군사훈련의 일환’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상대방 성지와 명소에 대한 제한없는 참관지 방문이나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 중지, 국가보안법 철폐 등의 북쪽 주장은 17, 18차 장관급회담 때부터 줄곧 제안했던 의제들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다만 북쪽이 추석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을 열자고 먼저 제의한 것은 그동안 남쪽의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주장에 대한 성의 표시일 수도 있고, 미사일 문제에 대한 ‘물타기’일 수도 있다.
북쪽이 기조연설에서 쌀 50만t 제공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은 예상밖이다. 북쪽은 그동안 전체회의가 아닌 수석대표 접촉 등에서 쌀 제공 문제를 꺼냈다. 그만큼 북쪽 사정이 절박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외부의 정세 변화와 상관없이 인도주의적 문제는 계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지 속내를 분간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남쪽은 기조발언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언론에) 이미 유보한다고 밝히지 않았냐”고 얘기했다.
선군(先軍) 논란=남쪽 회담 대변인인 이관세 통일부 정책홍보실장은 전체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북쪽이 기조발언에서 ‘북쪽이 남쪽의 안전도 도모해 주고, 남쪽의 광범위한 대중이 선군의 덕을 보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북쪽이 회담에서 ‘선군 정치’에 대해 간간히 언급을 하기는 했지만, 남쪽의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식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북쪽은 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리 쪽의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자, 약간 돌출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쪽 단장의 ‘선군 정치’ 발언에 대해 이종석 장관은 “누가 남쪽에서 귀측(북쪽)에 안전을 지켜달라고 했는가”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이 장관은 이어 “우리를 도와주는 것은 북쪽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핵개발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 불쾌한 감정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를 언론에 알린 것은 문제가 되면 공개할 것은 공개하겠다면서 북쪽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이해된다.
부산/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탈북자 박상학씨가 12일 오후 제19차 남북 장관급회담 북쪽 대표단 숙소인 부산 해운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 중단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끌려가고 있다. 부산/사진공동취재단
부산/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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