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식 주미대사 “재무장관에 요구” 밝혀
청와대 “이 대사 착각…말 꺼낸 바 없다”
청와대 “이 대사 착각…말 꺼낸 바 없다”
‘9·14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3일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계좌 조사를 조기 종결할 것을 요청했는지가 논란 거리로 등장했다. 당시 면담에 배석했던 이태식 주미대사와 청와대 관계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상반된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사는 18(현지시각) 워싱턴 주재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이 폴슨 재무장관과 접견 때 ‘비디에이 조사가 너무 지체돼 6자 회담 재개에 부정적이다’라며 조속한 조사 완료를 요청했다”며 “폴슨 장관은 ‘잘 알겠다고’만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의 발언은 “한-미 정상회담은 물론,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 동안 어떤 자리에서도 대북제재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된 바 없다”며,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성과로 내세워온 청와대 태도와 배치되는 것이다.
청와대는 즉각 이 대사의 발언을 해명했다. 송민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이날 언론사 정치부장들과의 오찬에서 “노 대통령은 비디에이 조사 상황에 대해 문의했을 뿐, ‘조사 종결’을 내용으로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폴슨 장관에게 “금융 관련 대북 조처가 6자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비디에이 조사 속도와 방향에 대해 관심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면담에 배석했던 윤대희 경제정책수석도 “당시 조기 종결 요청은 없었다”고 윤태영 대변인을 통해 거듭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 대사는 왜 “대통령이 비디에이의 조속한 조사 완료를 요청했다”고 말한 것일까.
청와대는 이 대사가 어떤 취지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 핵심 인사들은 미국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쪽에 “대북 제재는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해온 이 대사가 면담 당시의 대통령 발언과 자신의 외교적 노력을 혼합해 언론에 설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한 핵심 인사는 “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뒤 언론회동에서 대북 제재는 미국의 국내법에 따른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고, 다른 면담에서는 ‘대북 제재와 6자 회담 재개는 별개의 문제’라는 말까지 했다”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활동해온 이 대사가 대통령의 발언을 과도하게 오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사의 발언이 ‘오독’으로 결론나더라도, 민감한 현안에 대한 정부 고위 당국자의 부주의나 혼선이 불필요한 혼란을 낳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신승근 기자, 워싱턴/류재훈 기자 skshin@hani.co.kr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이 19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중 북한에 대한 제재 조처를 설명하고 있다. 아베 장관은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북한의 무기프로그램과의 연계가 의심되는 개인이나 단체의 국외송금이나 자금이체를 금지하는 대북 금융제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도쿄/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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