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중랑갑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 정성화씨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의 전략공천 방침에 반발해 항의하려다 경찰에 붙잡혀 끌려나오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친이쪽, 친박계 탈락 정당화 ‘희생자 찾나’ 불안
한나라당의 최대 격전지인 영남권 공천 심사가 11일 또 늦춰졌다. 공천심사위원회는 전날인 10일 영남권 심사를 앞당기자는 주장과 워낙 예민한 지역이기 때문에 맨 마지막에 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이 지연됨에 따라 이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은 바짝바짝 애가 타는 기분으로 공심위원들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을 결심한 이규택 의원 등 ‘무소속 출마파’들도 영남권 친박 의원들이 ‘탈락 쓰나미’를 맞을 경우 힘을 결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 지역 심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영남권 심사가 늦어지는 까닭은 나경원 대변인의 송파병 공천 문제처럼 돌발변수가 터져나온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첨예한 계파 갈등이 활화산처럼 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천심사위원들도 이 지역을 ‘화약고’라고 부르며 ‘개봉’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1·2차 심사에서 영남권이 맨 마지막 순서로 잡힌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한 영남권 의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의원들 사이에 동요가 심하다”며 흉흉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명박계 의원들 내부에서도, 박근혜계 의원 탈락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명분용 희생자’가 누가 될지를 놓고 불안해하고 있다. 처음엔 지역구의 여론이 안 좋거나 국회의원으로서의 품행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하는 경우만 제외대상으로 삼는 분위기였지만, 이젠 상대 계파에서 누군가를 탈락시켜야할 때 자파 의원에게 칼날을 들이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대 때 ‘물갈이’가 한 명도 이뤄지지 않은 울산, 현역 의원 중 12명 중 4명이 교체된 대구 지역도, 이번엔 30%대에 이르는 대규모 물갈이가 단행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7대 때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의 전진 배치에 맞서 30~40대 신진그룹이 대거 등장해 40% 가까이 현역 의원들이 교체됐던 부산도 안심할 수 없다. 부산 지역 사정을 잘 아는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계에서도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나 이방호 사무총장 같은 실세들이 자기에게 더 가까운 이들에게 공천을 주려고 할 경우엔 같은 이명박계도 날리고 자기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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