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북핵관련 발언 변화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북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핵 폐기와 대규모 경제지원을 연계하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한반도와 주변 정세의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약간씩 표현과 강조점을 바꾸기도 했지만 ‘선 핵 폐기, 후 지원’이라는 큰 틀은 변함이 없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개방에 나서면 대대적인 경제적 지원을 한다는 ‘비핵·개방·3000’ 구상을 대북정책으로 공약했다. 그러나 이는 대선 때부터 외부 전문가들은 물론 여권 내부로부터도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통령은 당선 뒤에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이라는 전제조건을 ‘핵 폐기 과정에 들어가면’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경색 일변도로 치달으며 대화가 단절됐다.
올해 들어 북한은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5월 2차 핵실험을 하는 등 강수로 일관하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맞물려 지난 7월께부터 미국 등 외부에 ‘대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대북 제재를 유지하되 북핵 폐기와 대북 지원을 한꺼번에 푸는 ‘일괄타결’ 방식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7월 관련국들을 돌며 ‘포괄적 패키지’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북-미 대화 국면이 조성되자 이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 포기 결심만 하면 북한 경제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국제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북한이 핵 폐기 과정에 들어가면’이라는 기존의 전제에서 좀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 뜻을 시사하는 등 ‘유화 공세’로 나오자, 2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북핵 폐기와 동시에 북한에 안전보장과 국제지원을 본격화하는 일괄타결, 즉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 실행 측면에서 보자면 ‘선 핵 폐기, 후 지원’이라는 기존의 기조엔 변화가 없다.
뉴욕/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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