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 공동 역사검증” 제안도
아시아를 순방 중인 로버트 졸릭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23일 도쿄 미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덩샤오핑의 남순 코스를 밟은 것처럼 보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일정이 경제개혁의 추진을 의미하는지 중국정부로부터 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기자간담회 내용을 보면, 24∼25일 중국과의 3차 고위대화를 앞두고 졸릭 부장관은 “중국쪽과 김 위원장이 논의한 내용뿐 아니라 김 위원장의 방중 코스의 의미에 대해서도 더 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졸릭 부장관은 “한국이나 중국과의 양자대화나, 6자회담을 통해 내가 관심을 갖는 문제는 ‘북한이 과연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다”라며 “북한이 (부정·불법 수입으로 지탱하는) 체제를 계속 유지할 생각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바뀔 가능성이 원천 배제된 것인지에 대해 미국이 결론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80년대 중국이 했던 (개혁·개방의)길을 택하길 원하고 있다는 일부 신호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그러한 것들이 가능한지 더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북한의 위폐 문제 등으로 인한 대북 금융제재에 대해 “이는 제재가 아니라 자기 방어를 위한 조처들”이라며 “부정·불법한 종류의 수입으로 경제와 사회를 지탱해나가는 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신호를 북한에 전달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졸릭 부장관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긴장에 대해선 “중-일간의 긴장이 고조돼왔다고 본다”며 “2차 세계대전과 다른 시기의 역사적 상황을 검증하는, 외교적 용어로 표현하면 ‘트랙 2(2선외교)’ 방식의 중국·일본 그리고 아마도 미국도 참여하는 역사학자들간의 협의가 긴장을 부분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에즈라 포겔 하버드대 교수가 그런 대화를 이미 시작했으며, 스탠퍼드 대학에서도 비슷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졸릭 부장관은 24일 오후 베이징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마카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SDRC) 주임, 다이빙궈 외교부 부부장 등을 만나 양국간 현안과 동북아 및 이란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 외교부 쿵취안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6자회담과 관련해 “각국이 의사소통을 통해 의견 차이를 줄이고 가능한 한 빨리 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쿵 대변인은 졸릭 부장관이 미·중·일 3국 학자들 간에 공동으로 역사를 검증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선, “동아시아 역사는 특수성이 있다”며 “중국, 한국, 일본이 공동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도형 기자, 워싱턴 도쿄 베이징 /연합뉴스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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