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베이징대에서 강연한 뒤 학교를 떠나며 학생들의 환호에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베이징/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복구관련 한국기업 진출도 염두
중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순방 도중에 일정을 바꿔 중국 대지진 피해 현장인 쓰촨성을 방문하기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대통령의 쓰촨성 방문은 지난 12일 지진 발생 이후 청와대 실무진을 중심으로 처음 조심스럽게 논의가 됐다. 이어 실무진에서 중국 쪽에 의사타진을 했으나, 출국 전까지 분명한 결정이 내려지진 않았다. 이 과정에서 쓰촨성 지역에서 계속 여진이 발생하는 상황과 경호상 어려움을 들어 청와대 경호팀이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 본인의 방문 의사가 무척 강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 방문 첫날인 27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현장 방문의 뜻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가까운 나라 대표가 와서 위로하는 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처음에는 만류했으나, 이 대통령이 “다른 시간을 빼서라도 가겠다”고 하자, 그 자리에서 외무장관을 불러 성사시켰다. 후 주석은 적잖이 놀라면서도 “감사하다”며 받아들였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처럼 실무적으로 덜 조율된 상태에서 정상간 대화를 통해 일정을 바꾸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양쪽 정부가 현지 경호 준비를 위해 이틀 뒤인 29일에야 방문 사실을 공개한 것을 봐도 이 대통령의 방문이 전격적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의 피해현장 방문은 어려울 때 함께한다는 메시지로 중국의 ‘마음’을 잡겠다는 뜻도 있지만, 향후 피해복구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어떻게 보면 지금 중국은 지진으로 상을 당한 것과 같은데, 이런 때 중국을 찾은 것이 한-중 관계를 마음으로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기회라고 역발상을 했다”며 “10년 걸려 쌓을 두 나라의 우의를 1년으로 단축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쓰촨성 지진 현장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쓰촨성 방문이 최근 친강 외교부 대변인의 ‘외교적 결례’ 논란 등 껄끄러운 분위기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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