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성추행과 관련,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최연희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갖은 뒤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16분전 기습통보...7분간 낭독뒤 쏟아지는 질문 무시
최연희 의원이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과정은 최 의원의 ‘기습 통보’를 통해 이뤄졌다. 최 의원이 이날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는 사실은 회견 16분 전인 10시44분에 ‘기습적으로’ 기자실에 통보되었다.
여기자 성추행 사건 뒤 22일째 잠행중인 최 의원이 “잠시 뒤 기자회견을 갖는다”는 기습통보에 국회 기자회견장은 일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연락받은 기자들이 급히 몰려들어 기자회견장 바깥에 장사진을 이룬 채 최 의원을 기다렸다. 새로이 정론관(기자실)이 만들어진 이후 최대의 소란이었다.
최 의원은 11시 정각, 본관 오른쪽 끝의 기자출입구로 측근 3명의 보호를 받으면서 등장했다. ‘22일의 잠행’은 현직 국회의원에게도 ‘도피생활’의 흔적을 남겼다. 최 의원의 낯빛은 초췌했다. 갈색 조끼 위에 회색빛 자켓을 입은 최 의원은 기자회견장에 입장하자 곧바로 마이크 앞에 섰다.
최 의원은 ‘사죄드립니다’라는 제목의 A4용지 한장짜리 사과문을 7분간 읽어내려갔다. 최 의원이 “딸들을 볼 낯이 없다”며 “뼈를 깎는 아픔과 회환의 눈물을 흘리면서 수도 없이 죽음의 문턱도 다녀왔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한때 목소리가 울먹였다. 그렇지만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최 의원이 사과문을 낭독하고 기자회견장 밖으로 나올 때 회견장 바깥에선 민주노동당 여성당원 대여섯 명이 도열해 있었다. 이들은 ‘최연희 사퇴 민주노동당’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나와 “최연희 의원직 사퇴하라” “쪽팔리지도 않냐” “더이상 대한민국을 먹칠하지 말라”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이들은 최 의원이 승용차에 탈 때까지 따라와 구호를 외치며 최 의원을 비난했다. 이들의 구호에 대해 최 의원을 엄호하던 측근은 “이봐요, 말을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며 반박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이들을 응시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는 최 의원을 취재진이 에워싸는 바람에 최 의원이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승용차까지 가는 데는 5~6분이 걸렸다. 이 거리는 평소 걸어서 15초면 충분한 거리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 삼각대가 넘어지고 국회 보안검색대가 휘청거리고 바깥의 차량에서는 쿵쾅 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아수라장이 된 취재행렬 속에서 최 의원 측근은 취재차량을 잘못 알고 문을 열어 최 의원을 태우려 하기도 했다.
이토록 최 의원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높았지만, 최 의원의 통보와 낭독은 짧고 일방적이었다. 최 의원은 사과문 발표 이후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의원직 유지냐”, “사죄한다면 성추행 사실은 인정하는 거냐” 등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 의원은 묵묵부답이었다. 차 타기 직전에서야 “허 참”, “할 말이 없어요”라는 말을 했을 따름이었다. 이날 최 의원의 ‘사과합니다’ 회견문의 골자도 “성추행에 대해 사과하나, 의원직 사퇴는 하지 않겠다. 어차피 고발을 통해 법정으로 간 이상 법대로 하자”였다. <한겨레>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최연희 의원이 `기습적' 기자회견 뒤 쏟아지는 질문을 무시하고 국회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는모습. (서울=연합뉴스)
이토록 최 의원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높았지만, 최 의원의 통보와 낭독은 짧고 일방적이었다. 최 의원은 사과문 발표 이후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의원직 유지냐”, “사죄한다면 성추행 사실은 인정하는 거냐” 등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 의원은 묵묵부답이었다. 차 타기 직전에서야 “허 참”, “할 말이 없어요”라는 말을 했을 따름이었다. 이날 최 의원의 ‘사과합니다’ 회견문의 골자도 “성추행에 대해 사과하나, 의원직 사퇴는 하지 않겠다. 어차피 고발을 통해 법정으로 간 이상 법대로 하자”였다. <한겨레>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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