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은 증오 대상 아닌 역사 산물…투자격려 해야
증세할 정치적 힘 없다…성장 시켜 복지예산 확보
증세할 정치적 힘 없다…성장 시켜 복지예산 확보
집중 인터뷰 /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경제 진단’
5·31 지방선거 패배로 좌초 위기에 처한 열린우리당을 구하는 임무가 김근태 의장에게 주어졌다. 김 의장은 당 회생의 처방으로 ‘서민경제 해결’을 제시했다. 김 의장이 경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집중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 의장실에서 한 시간 동안 이뤄졌다.
질문은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과 성한용 선임기자가 번갈아 가며 했다. 김 의장은 특유의 진지함 속에 성실하게 답변했다.
-성한용 선임기자(이하 성)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굉장히 큰 표차로 졌구요, 원인이 여러가지가 있지만 경제의 어려움에 대한 유권자 심판이라는 분석들을 많이 합니다. 우선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성공했다고 보시는지요? 실패했다고 보시는지요? 그 이유를 말씀해주십시오. 평점을 매긴다면 몇 점 정도가 될까요? 경제 정책의 기조와 내용을 각각 나눠서 평가해 주십시오.
=김근태 의장(이하 김 의장)
너무 큰 얘기네요. 잘 한 것이 많이 있는데요, 성공했다고 얘기하기는 힘듭니다. 우선 잘한 것은, 정경유착을 확실히 끊어냈고,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였습니다. 장기적으론 이것이 한국 경제 발전에 내적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측가능성을 높인 거죠. 두번째는 인위적 경기 활성화를 안 하겠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역작용, 마이너스 효과를 사전에 제거한 것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략 두 세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나는 이 시점에서 케인즈가 생각납니다. 우선 여러가지 이유, 나는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투자·저성장·저고용이랄까요, 이런 게 발생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둘째는, 전체적으로 경제 지표는 괜찮다는 게 정부와 여권의 반복되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나 저고용 때문에 청년 실업이 발생하고, 자영업에서 만성적인 과잉 고용이 지속됨으로써 시장이 늘 실패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전체적으로는 지표는 괜찮다, 전체적으로는 경제가 괜찮다는 얘기가 반복됨니까, 중산층과 서민들이 보기에는 ‘당신네들은 괜찮고 우리만 죽을 맛이구나’ 하는 거리감이 발생하다가 나중에는 불신과 불만으로, ‘당신네들의 잔치가 벌어지는거냐’는 오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오해를 가중시킨 것이 부동산 투기, 아파트 투기를 중심으로 하는 부동산 투기를 못 막았어요. 주거 비용이 상승하고 한편으론 사교육비가 상승하고 이게 결합해서 상승작용이 발생하니까, 이게 생략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니니까, 국민들 속에서 이른바 개혁을 하겠다는 참여정부가 당신들 자신만을 위한 정부가 아니냐는 불신과 불안감이 조성되면서 준엄한, 무서운 심판을 당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김상조 교수(이하 김)
신자유주의 정책을 말씀하셨는데, 학계에서도 많이 논란이 되는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에서도 그렇고, 참여정부에 와서도 그렇고, 이른바 정부의 경제 정책이라는 게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과잉으로 인해서 저투자·저성장·저고용이 생겼다는 평가도 있는 반면, 한편으로는 경제 정책이 말로는 개혁을 얘기했지만, 개혁이 부족했던 게 아니냐, 개혁의 의지 문제나 개혁을 꾸준하게 집행하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상반된 평가가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이 개혁의 과잉이었는지 부족이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김 의장 두 개가 다 있습니다. 개혁의 과잉이 있고 부족이 있습니다. 개혁의 과잉은 시장한테 전적으로 맡긴다고 얘기해서 시장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거, 그것은 좋았는데, 시장은 필연적으로 독과점을 강화시켜 나가거든요. 재벌과 대기업의 영향력, 시장이라는 것은 수많은 다수가 공정한 경쟁을 한다는 걸 의미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 실제적인 효과적인 조처를 취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한편에, 공무원 자신들은 과거에는 개발독재에 충실해 왔던 일꾼들이고 도구였습니다. 그런데 시장한테 개발독재라는 것은 이른바 발전주의 국가모델인데, 거기에서 시장에 완전히 맡긴다고 하면서, 자신들은 시장의 경쟁력에 노출시키지 않고, 이른바 관은 치(治)하기 위해 있다는 이런 권위주의적인 발언을 계속하는 쪽에서 보면 개혁이 과소했던 것이죠. 이게 컨트라스트가 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자기들의 이익을 강화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오해와, 자기 개혁이 수반되지 못한 것은 광범한 부담과 피해를 입는 계층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봅니다.
-김 시장이 갖는 효율성 측면을 강화시켜야 하는데, 한편 그게 갖는 불안정성이나 양극화 문제를 제어하는 정부의 공공적 역할이 부족했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또, 정부가 그런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료가 사실은 기득권 계층의 도구가 아니라 전국민의 이익 대변자여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관료의 공공성 확보랄까요, 그런 측면이 부족했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김 의장 네.
-김 결국 저투자 문제가 가장 중요한 경제적 논란의 대상입니다. 투자를 살리는게 서민경제를 살리는데 중요한 부분인데, 또 한편으론 투자를 살리기 위해 재벌의 적극 협조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재벌이 가지는 경제적 집중이나 독과점 문제, 재벌을 통해서 또한편으론 투자 확대라는 협조를 얻어내야 하는 문제, 이 두 부분이 양립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김 의장 그것을 양립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재벌은 증오의 대상이 아니라,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의 역사적 산물입니다. 지금 해야 할 것은, 재벌이 투명성과, 재벌 자체가 한국 경제 발전 과정에서 국민의 희생과 헌신에 의해 이뤄진 결과물이거든요. 재벌의 이른바 오너라는 사람들이 국민으로부터 위탁경영을 받고 있다는 소명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부족합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정책적으로 재벌 오너들이 그런 소명의식이 투철하도록 요구하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신 경영권은 보장해줘야죠. 투명성과, 다만 분식회계 따위는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세계화의 경쟁 시대에서 재벌을 경쟁력 있는 단위로서, 국민 경제 주체로서 인정해야 하고 평가해야 하는 점도 동시에 있습니다. 그 점도 부족했습니다. 그것을 단순한 규제완화나 출총제 폐지로 접근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 아무래도 하반기가 되면 이 부분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개정이나 상법 개정이 가장 국회에서 다뤄야 할 중요 법 개정 사안이 될 것 같습니다. 기업집단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기업집단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스웨덴 독일 일본에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집단은 한 사람의 총수나 그 가문이 지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대안 찾기가 쉽지 않겠지만, 기업집단이 가지는 경제적 장점과 함께, 총수 전횡으로부터 나오는 문제점을 동시에, 장점을 살리되 문제점은 완화하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재계 쪽은 총수의 경영권 안정을 위한 출총제 폐지나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 등 재벌개혁정책의 규제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의장 내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 미세한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장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것은 맞습니다.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규제완화가 독과점을 강화시키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항목, 정책들도 분명히 있거든요. 그걸 가려내야죠. 더 중요한 것은, 거듭 강조하면, 재벌이라는 게 과거 오너들이 갖는 기업가 정신에 의해 이뤄진 것도 있지만, 개발독재에 의해서 국민의 광범한 희생과 헌신 위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이게 공유될 때 국민들의 한국 재벌, 대기업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과거 역사 뿐 아니라, 지금 거듭 강조하지만, 분식회계같은 사적 유용이라든지, 이런 게 지속되면 재벌이 세계경제 영역에서 경쟁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신뢰가 철회될 가능성 있습니다. 거듭 얘기하지만,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영해야 하고, 그래야만 정책적인 협력과 뒷받침이 가능하고 국민적 동의와 지지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김 재벌이라는 게 경제적으로 우리나라 국민 전체의 소중한 자산이므로 그 장점을 유지보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이른바 오너들, 총수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재벌 총수들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국민적 신뢰를 얻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하겠습니다.
=김 의장 사회적 책임이라기보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조직 경영에 있어서 리더가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직원과 부하들한테 정직하고 부정부패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은, 우리 속담에 있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에도 위배되는 거죠. 조직이 발전할 수 없습니다.
-성 1998년 1~2월 김대중 대통령 취임 연설문을 준비하실 때 내부에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민주적 시장경제로 할 것이냐, 시장경제로 할 것이냐. 의장께서는 당시 민주적 시장경제를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그때 말씀하신 게 어느 정도 관철이 됐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완전히 무시당하고 외환위기라는 특수한 위기 상황에서 너무 시장경제 쪽으로 갔다고 생각하십니까?
=김 의장 민주적 시장경제를 주장했던 근거는 헌법 119조입니다. 그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적으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사회적 시장경제로 치환되서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으로. 그래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동시 추진, 병행 추진으로 용어의 치환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한국의 정책 결정자, 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그룹들이 대부분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온 사람들입니다. 고위 관료, 공무원들도 그렇고, 교수, 경제정책 연구소에 있는 분들, 하다못해 기자들도 그렇고, 기업 연구소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동종교배가 열등성을 낳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름이 있어야, 달라야 토론이 발생하고 발전적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데요. 저는 이런 얘기 전해들으며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데, 아이엠에프가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수근대는 얘기를 들은 바 습니다. 아이엠에프가 우리 국민들한테 얼마나 큰 고통과 충격을 줬습니까. 다행히 기사회생은 했지만, 아이엠에프에 처한 국민경제가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나 벗어나는 과정에서 지불한 막대한 대가가 굉장히 컸는데, 지금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고 하면, 지난 시기에 그런 신자유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선험적으로 받아들임으로 말미암아 정책적 오류와 실패가 상당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성 서민경제를 살리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서민경제가 어려운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저투자·저성장·저고용으로 말미암은 일자리 부족입니다. 둘째는 부동산 투기와 사교육비 증가로 말미암아 생활 경제에 굉장한 긴장과 고통이 오고 있고, 이 결과가 양극화 심화죠. 중산층 하락과 신빈곤층의 확대로 사회적으로 내적 긴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책 결정자들은 지표를 주로 확인하면서, 잘 나가는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걸 중심으로 사고하니까, 당신네들은 잘 사는데 우리는 어려운 거 아니냐, 당신네들은 과거 민주화 운동했던 사람들인 것 같고, 그 사람들도 당신들만의 잔치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이건 오해만이 아니라 개선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데, 특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김 최근 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니,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를 임금 크기별로 10단계로 나눴습니다. 나눠서 죽 보니까, 놀라운 게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하위 3단계, 하위 30%와 상위 30%에만 집중돼 있고, 가운데 40%, 중간 정도 질의 일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일자리 창출의 내용이 U자형이 되어, 이게 양극화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내용입니다.
물론 투자가 침체됨으로써 성장이 안 이뤄져서 일자리가 많이 안 만들어진 것도 원인이지만, 또 한편으론 투자율이 낮다는 것 뿐 아니라 투자의 내용, 산업구조나 경제구조의 특성상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투자를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지더라도 이게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는 방향의 성장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결국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간 단계를 두텁게 만드는 성장이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성장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하는 성장이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단순히 단기적으로 투자율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다보면, 아무래도 대기업 위주의 투자 확대 정책이 되기 싶고, 그런 대기업 위주의 확대 정책은 산업간 연관관계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연관관계를 오히려 약화시키면서 중산층을 오히려 더 약화시키는 성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투자나 산업정책의 문제가 대기업의, 스스로 잘 알아서 할 수 있는 대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자생력을 갖고 있지 못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와 산업정책이 돼야 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투자나 성장이 중소기업의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고, 이게 사실은 서민경제를 향상시키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핵심 내용이 아닌가요?
=김 의장 정답까지 다 말씀하셨는데요, 한국의 일부 정책 결정자 가운데 한국에서는 이제 산업정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절망을 합니다. 한국은 아직 중진국이고, 서구 선진국들은 선진국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정책을 펴지 않습니까?
그런데 마치 이미 한국은 선진국이 다 된 것처럼, 또 선진국 가운데서도 수퍼파워인 미국을 흉내내서 산업정책이 필요 없다는 얘기를 들을 때 이 양반의 정책적 고향은 어디인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두번째로 대기업과 수출기업은 잘 나가고 있습니다. 경쟁력을 더 뒷받침해야 할 게 정부의 선택 방향입니다. 연구와 투자를 고취시키고 명예를 높이는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대기업, 재벌그룹 중심으로 과거에 국민을 담보로 뒷받침해서 경쟁력이 생겨 있는 것인데, 이런 부분이 고용의 대부분을, 일자리의 대부분을 제공하는 중소기업과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연관관계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갖고 있더라도 일방적이거나, 상호 협력을 통해서 발전의 길로 가지 못하고, 그 이유는 이해가 되지만 여기에 정부 산업정책이 개입될 필요성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고부가가치 부품 소재는 일본에서 수입하고, 저부가가치 부품은 중국에서 수입해서 조립해서 나가면, 중위 수준의 한국의 중소기업은 갈 데가 없습니다. 대기업·수출기업과 연결 관계가 약하면 팔비틀기에 내몰려서 중소기업이 기술축적과 숙련공을 고용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는 겁니다. 여기 딜레마가 있다는 걸 잘 아는데, 산업정책이 여기 적극 개입하고 뒷받침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산업정책이 한국에서 필요 없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나라로 수출보내고 싶습니다.
-김 대기업 정책과 중소기업 정책이 어떻게 설정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한편에서 전경련과 같은 재계는 대기업 재벌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대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면 성장의 효과가 중기에 흘러내린다는 게 재계 입장이고, 이 관점에서 보면 대기업 규제 완화 하는 게 정책의 초점이 될 것이고요, 반면 대기업은 자립 능력도 갖췄으니까 독과점이나 투명성 제고에 정부 정책을 맞추는 대신 산업정책은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인데요.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게 대기업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의장님의 분명한 생각입니다.
=김 의장 그렇죠. 재벌과 대기업한테 두 가지 더 격려하고 고무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 정책으로 연구와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고 협력돼야 합니다. 대기업과 수출기업, 재벌그룹 경영하는 사람들이 투명성과 신뢰성을 획득하기만 하면, 그것에 충실하기만 하면 국민의 위탁받은 재산이라는 소명의식을 받아들이면, 사회적 명예를 가질 수 있도록 평가하고 격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 부동산 문제에 대해 당내 찬반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정리하셨습니까?
=김 의장 부동산 투기 없어야죠.
-성 원론적인 것을 여쭤본 게 아닙니다.
=김 의장 단정적으로 얘기하면 오해가 발생합니다. 부동산 투기는 두 가지 큰 폐해를 낳습니다. 하나는 국가 경쟁력을 원가에 반영시켜서 낮추고, 두번째는 불로소득을 광범위하게 발생시켜서 근로 의욕을 꺾어버립니다. 국민 경제에 말할 수 없이 나쁜 거죠.
유감스럽게도 참여정부에 들어서서도 아파트 투기를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가 횡행했습니다. 이거 막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투기 억제, 주거 안정이란 정책 방향은 맞고,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만, 이 기조와 근간을 흔들어선 안 됩니다. 다만, 본의 아니게 실거래가 적용 등으로 인해서, 사실은 청와대나 대통령이 말씀하신 대로 극소수의 부유한 계층에게만 세금이 종부세나 이런 게 해당되는데, 실거래가를 적용함으로 말미암아 심리적으로 광범위한 계층에 부담이 발생한 거죠. 의도하지 않았던 거죠. 이게 잘못하면 정책 실패를 가져올 가능성 있습니다. 이런 것에 대해 기술적 조정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기술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그 다음 단계에서 근간과 기조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할 가능성이 있고, 그게 위험하고 막아야 합니다. 그래서 질서 있는 토론이 필요하고, 시장에 (정책 방향의) 근간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는 세력에게, 무너지길 바라는 세력에게 신호가 가서는 안 됩니다.
-성 실거래가 기술적 조정을 할 생각이 있습니까?
=김 의장 그렇게 넘어가지 맙시다. 의도하지 않았던 건데, 심리적으로 실질적으로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그 부분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이런 것에 대해 기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대해 이해하고, 그것을 기술적 측면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토론하는 제한된 토론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제가 작년에 칼럼을 썼는데, 제목이 ‘부동산버블, 부동산 정책만의 문제인가?’입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이 주로 종부세나 거래세 등 세금 정책을 통해서 투기를 억제한다는 방향으로 잡혀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세금을 조정하거나 부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 그로 인한 국민들의 정서적 반발도 문제이지만, 경제학자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버블이라는 게 꼭 세금만의 문제는 아니고, 세금을 높인다고 버블이 잡히는 게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부동산 정책은 경제 정책 전반의 파급 효과이지, 세금 정책만으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참여정부가 잘 한 것 중 하나가 인위적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지만, 참여정부는 확장적 금융 정책을 통해 낮은 금리와 시중에 낮은 유동금리가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고요, 물론 다른 정책적 목표이지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 전국에 기업도시라든가 행정도시 건설이라든가, 계속 건설 공사가 이어지는 등 경제 정책 전반의 문제가 과잉 유동성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심리를 만들어내는 기반이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경제사회정책의 기조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세금만을 올린다고 해서 과연 가격 상승 심리가 없어지겠느냐, 또는 세율을 무리한 수준으로까지 올려야 하는 오버액션하는 측면도 있는 거거든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세금 문제와 별도로 다른 경제사회정책의 상호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 의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경제 정책 당국자들이 고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총체적인 정책 조합이 효과적이냐, 이런 걸 마지막에는 질문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저금리가 관철되고 있죠. 금융 중심의 미국식 자본주의가 한국에도 강제되고 모방 형태로 들어 와 있는 상황에서, 개인 대출, 소매 금융이 강화되고 이럼으로써 부동산 버블이 조성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나는 이 점에 대해서도 비판적입니다. 산업과 제조업에 대한 대출이 10~12%가 줄어들었는데, 미국식 금융을 그대로 도입하면 된다, 마치 그게 정답인 것처럼 해석되고 강제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저는 비판합니다. 김 교수님 말씀대로, 지역균형발전정책이라든지 사교육을 잘하는 지역에 집중을 극복하지 못한 것, 이런 게 다 종합되어 부동산투기를 부추긴 결과로 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참여정부와 우리당이 지적 받을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 당 의장 취임 기자간담회 때 ‘정책 조합을 통한 추가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십시오.
노 정부 관료들 ‘미국 편향’ 정책 오류
=김 의장 지금까지 얘기한 건데요, 한국 사회는 대략 여유자금이, 기업들이 현금으로 갖고 있는 게 대략 80조라고 추정합니다. 78조라고도 하는데 대략 80조라고 하고요. 한국의 고용률이랄까요, 대략 60%입니다. 여성이 50%, 남성이 70% 됩니다. 자본과 노동이 한국 사회에 있는 거죠.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이엠에프 위기 이후 은행 기관이 산업 부문에 대출하는 부분이 대략 12% 정도 줄었어요. 여기에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 대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부담이 늘어난 게, 주주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단기 배당과 중장기 투자를 통한 잠재가치의 확대 성장, 이런 것은 경영자들에게 주요 관심사에서 밀려났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직 중진국이고, 남북 이후 경제통합을 준비해야 하고, 그래야 동아시아에서 우뚝 솟는 경제의 중심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데, 여기서 3~4%의 성장은 국내에 긴장을 가져올 뿐 아니라, 사회 계층간 긴장과 부담이 올 뿐 아니라,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곤란한 거 아니냐는 이런 문제의식입니다. 나는 개발독재를 반대하지만, 국가와 정부가 이런 추가적 성장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정책적으로 어떻게 조합해서 이것을 이니셔티브 할 것인가, 이 점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산층과 서민계층의 이반이 발생할 것이고, 중산층과 서민의 이반이 재난적 상황으로 다가온 것이 5·31 지방선거입니다. 그러고도 이 길을 그냥 가겠다는 것은, 물에 빠져서 죽지 않아도 물에 빠지면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그 길을 가겠다는 것으로서 정치적으로 무모한 것입니다. 미래의 전망과 계획에서 실패를 예견하고 그 길을 가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 노무현 정부, 참여정부에서 이런 정책조합을 통한 추가 경제성장이 부족하거나 못한 것은 철학의 부재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김 의장 신자유주의가 뭔지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없이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미국을 모방의 대상으로, 지난 시기 일본을 모방 대상으로 삼았다면, 이번엔 그것을 전환해서 미국의 정책 기조와 방향을 그냥 흉내내서 그대로 적용하는 심리적 경향성이 이런 실패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실패라고 하지 말고, 성공을 가져오지 못했다고 봅니다.
-성 생각이 부족했다는 말씀인가요?
=김 의장 통찰력과 분별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의장님께서 말씀하신 그 표현이 국민들에게는 정서적으로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씀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보면, 관료들은, 재경부 관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노 대통령 스스로도 사실 의장님이 말씀하신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제 구상, 경제 철학을 갖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나 의장님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경제 정책은 많은 국민들이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라고 표현하는데, 왜 최고 정책 결정자의 구상과 실제 경제 정책이 달라졌을까요? 앞으로 다음 정부나 열린우리당이 미래에 이런 정책 구상과 실제 경제 정책내용의 괴리가 자꾸 생기는 현상, 그럼으로써 국민들한테는 이 정부·여당은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인가 혼란스럽게 생각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요?
=김 의장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노 대통령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다고 나는 믿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못하느냐? 두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것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고 제안하고 관철시킬 수 있는 전문가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정책으로 구체화시켜야 하는데, 그 방향과 기조를 정책으로 구체화시켜야 하는데, 그 능력이 부족합니다. 대통령 주변에 이른바 모피아, 경제부처 출신들이 보고 라인 전체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잘 설명할 수 있고, 정책 제시도 할 수 있는 사람들한테 둘러싸여서,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경제 철학은 이렇지만, 그것을 실현해내는 매개 역할을 잘 못함으로써 그쪽이 대체 세력, 경제 제안 세력이 돼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당신의 심경과 포지션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좌파라고 욕을 먹든 신자유주의라고 욕을 먹든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채택하겠다는 의미에서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반어법적으로 한 것인데, 국민들 속에서는 민간 영역에서는, 죽도 밥도 아닌 혼선 그 자체라고 매도하고 공격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철학은 그런데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하지 못하다는 무능과 혼선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게 우리 처지이고 고통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김 전문 역량의 부족은 정부·여당 뿐 아니라 학계에 책임도 있어서 통감합니다. 두번째로 모피아에 포획되어서 집행 과정에서 방향 자체가 왜곡되고 혼선이라는 것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됐을까요? 대통령께서 2003년 처음 내각 구성할 때도, 실명을 거론하긴 어렵지만, 누가 보더라도 개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또는 대통령과 철학을 같이 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제 관료들을 임명했습니다. 경제 부총리 등에. 결국 왜 그렇게 했을까 생각해보면, 참여정부가 준비가 안 돼 있다 보니까, 경제 문제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니까 뭔가 안전운행 한다는 선택이었던 것도 같고, 또 한편으로는 경제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여러 정치적 상황 때문에, 특히 여당 쪽에서 경제의 일관적 집행을 지원하지 못했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부분은 여당의 책임이죠.
=김 의장 그렇습니다. 준비가 부족했고 두려움이 있었던 거죠. 하나는 우리가 개혁적이니까, 우리가 전향적이니까,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유발하기 위해 경제 전문가들을 부차적으로 쓰면, 도구로 쓰면 되는 거 아니냐, 그게 오히려 균형잡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 있었는데, 구체적인 사안에, 정책적 문제제기에 부닥쳤을 때마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게 그쪽 사람이기 때문에 그쪽에 점차 둘러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얘기를 하나 하면, 국민연금을 놓고 재경부 장관과 저와 정책적인 논쟁을 했습니다. 국민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를 놓고 논쟁이 발생했는데, 이게 대통령에 대한 문제제기로 치환이 돼 버렸습니다.
그때 얘기의 핵심은 재경 부총리가 자꾸 국민연금을 적대적 인수합병 방어에 쓰겠다, 국민연금 기금을 비티엘(BTL) 사업에 쓰겠다고 해서 그러지 말라고 했습니다. 국민연금은 정부 재정이 아니다, 정부의 세금이 아니고, 보험료를 낸 국민들의 것이므로 그렇게 하면 국민연금을 제대로 개정할 수 없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얘기를 해서 제가 개인 홈페이지에 견해를 발표했습니다. 경고했습니다. 그러면 안 된다고. 국민연금 제도가 개선 안 되면 국민 경제에 말 할 수 없는 부담이 오는 걸 당신도 잘 알지 않느냐고요. 그런데 이게 어느 틈엔가 대통령에 대한 문제제기로, 비티엘 사업을 해야 한다고 경제 부처는 적극 보고했는데, 그렇게 하면 안된다, 비티엘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경제 부총리가 얘기하면 그동안에도 정부가 돈 갖다 막 쓰고 그런 것으로, 그런 점도 있었고, 그걸 기정사실화 하는 거여서 안된다고, 그것은 경제 부총리와 복지 장관의 정책적 싸움인데, 대통령과 복지 장관의 싸움으로 치환시켰고, 대통령이 그걸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사실 고민했습니다. 대통령이 잘못된 건데,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있었기 때문에 얘기를 할 통로가 없었어요. 사실 이런 거다, 설명하고 해명하고 설득할 공간이 주어지지 않고, 통로와 라인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하다가, 복지부 장관과 대통령이 같은 정치인으로서 정면 충돌하면, 정책적인 문제인데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고, 그러면 참여정부는 초기부터 손상이 많이 된다고 해서 사실은 내가 굴욕감을 참고 후퇴했습니다.
-성 복지 예산과 세금의 함수 관계를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 의장 복지 예산 확대돼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지디피 대비 8.7% 정도입니다. 미국과 일본이 15~16%, 독일·프랑스가 27~28%, 스웨덴은 30%가 넘습니다. 국민의 화합과 통합 없이 추가적인 경제발전, 선진국 진입은 어렵습니다. 그렇게 가야 하는데, 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거냐. 다른 정부 재정에서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은 절약하고, 정부로선 어렵겠지만, 작은 정부라는 주장에도 응답해야 합니다. 작은 정부 요구에 대해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설명을 충분히 해서 국민의 공감대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증세의 문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나는 추가적인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 중 또 하나는, 복지예산이 확대돼야 하고 신빈곤층 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사회안전망의 그물에 걸러지고 뒷받침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돈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이미 주머니에 들어온 돈 가운데 세금 더 내라는 것은 성취가 무망합니다. 추가적으로 성장하는 부분에서 가령 50%를 세금으로 내라고 하면, 아직은 돌아오지 않은 부분이고 기대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비교적 동의할 수 있는데, 이미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을 세금 내라는 것은 불가능하고, 정치적으로 위기를 가져올 뿐 아니라 실현되지 않습니다. 추가 성장 부분에서 상당 부분을 복지 예산으로 돌리자면 국민들이 동의할 것입니다. 바로 여기 정부 정책의 기여가 필요한 것이고, 정부 정책의 성과가 왔을 때 상당 부분을 복지 재정으로 전환하자고 설득할 수 있고 성공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세수를 확대해야 하는데, 증세 주장을 해서 다음 정권을 이어가는데 성공한 적 없을 만큼 굉장히 인기가 없는 정책입니다. 국민들이 증세의 필요성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조세의 수직적 형평성과 수평적 형평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입니다. 많이 벌면 많이 내고, 같은 소득을 벌면 같은 세금 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조세 체계가 이런 형평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세금을 늘린다는 정부 구상에 대해 모든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세금 확보를 위해 세제 개편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영업자 문제이기도 합니다.
=김 의장 그런 개선이 있어야죠. 어떤 경우에도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현재의 조건에서는 증세로 해석될만한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정치적 힘이 없습니다. 지자체 선거는 우연한 게 아니었고 증세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에 대한 거부감과 반감이 있습니다. 합리적 조세 개편, 실거래 제도의 도입은 합리적인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담을 짊어지기 싫다는 의사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 상황에서 저는 전문가 영역에서, 정책 기초단위에서 논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정책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성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김 의장 어려운 것만 골라서 질문합니다.
-성 쉽게 질문하겠습니다. 시한을 미국 쪽에서 얘기하는데, 그 안에 협상 체결을 해야 하는지요?
FTA 피해계층 ‘충격’ 완화 고민해야
=김 의장 한국은 개방형 선진 통상 국가로 가자는 대통령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한-미 에프티에이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식 시한인, 신속협상 권한이 주어진 그 시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지만, 그 고려는 그것을 어떻게 유리하게 우리한테 사용할 것인지를 고려해야지, 그것에 매여서 협상하는 것은…. 협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시한을 정해놓은 쪽이 타협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거든요. 그래서 시한을 정해놓고 무모하게 추진해선 안 됩니다.
미국은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과 다르게 수퍼파워입니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정치적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미국과의 협상은 미국 공언대로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에프티에이입니다. 제도 관행 문화를 다 바꾸겠다는 겁니다. 특히 농업과 금융, 사업서비스 부분에서 특히 관행 제도 문화와 연관돼 있는 부분을 획기적으로 바꾸라고 요구하면, 그 피해와 부담을 갖게 되는 영역과 계층의 반발은 매우 정치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에 최대의 긴장을 유발할 가능성 있습니다. 결국 한-미 사이에 건설적 결론을 맺기 어려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김 국회의 권한은 정부가 협상을 다 마친 다음 비준할거냐 말거냐 하는 비준 단계도 있지만, 협상 진행과정에서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특히 여당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 협상 과정에서 국회의 역할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마지노선을 국민한테 분명하게 제시해줘야 합니다. 우리가 막아야 할 부분과 요구해야 할 부분에 대한 분명한 마지노선을 국회가 정부에 전달해야 합니다. 막아야 할 부분은, 농산물도 있지만, 사실은 우리의 경쟁력이 굉장히 취약한 금융과 사업서비스 부분, 이 부분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또는 유예요청을 확보할 것이냐는 것이고요. 우리가 따내야 할 부분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게 저는 개성공단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에서는 원산지 규정 때문에, 사실은 개성공단을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하고, 한편으론 정치적 문제, 전략물자 문제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피시까지도 북한에서 제한하는 상황에서, 얼마전 북한에 다녀온 동료 교수가 하는 말이 개성공단에 있는 북 관리들은 이미 개성공단의 성공이 어렵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합니다. 굉장히 어려운 정치적 문제이긴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국회가 이 부분에 대해 정부가 뭔가 성과를 얻어오지 않으면 비준해 줄 수 없다는 마지노선을 분명히 제시해야 합니다. 이런 개성공단 문제가 남북관계 문제일 뿐 아니라, 또 이를 통해 서민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인 중소기업의 활로를 여는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김 의장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으로서 중요할 뿐 아니라, 이것으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 전체가 발전한다 치더라도 이 부담을 공평하게 부담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가령 사회적으로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데 사회적 대타협을 통하면 더 발전할 수 있다, 이런데도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도 같은 시각에서 봐야 하는데, 한-미 에프티에이에 대해서도 공정한 과정으로 진행되는 것은 찬성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경제 도약에도 도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려하는 게, 피해를 입는 부담 계층으로선 하늘이 무너지는 거거든요. 피해입는 계층에게는 하늘이 무너지기 때문에 이것을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피해를 어떻게 보완하고 완화하고 함께 갈 수 있을까, 이를 고민하고 함께 하는 역할을 국회가 해야 하고 여당이 해야 합니다.
또하나 걱정되는 것은, 아이엠에프 위기가 꼭 나쁜 것은 아니었다고 얘기하는 걸 들으면서, 오이시디 가입하자, 외부 충격을 통해서만 내부의 철밥통을 깰 수 있다, 이렇게 얘기를 했던 과거 정책 결정자, 관료들이 생각납니다. 이런 사고로는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없고요, 국민 동의 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협상 과정에서 국민 이익을 중심으로 놓고 대한민국의 다음 단계의 발전을 놓고 고민하는 게 아니라, 미국을 추수하고 미국 제도를 숭배하는 쪽으로 빠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것을 경계하게 만드는 게 국회와 정치권과 우리당의 마땅한 역할입니다.
-성 정치 현안을 질문하겠습니다.
=김 의장 시간이 많이 됐는데?
-성 아주 쉬운 것만 질문하겠습니다. 열린우리당이 정국정당화를 추진했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언젠가는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한테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당 창당에 대해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새출발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 의장 지적을 이해합니다. 호남과 충청에서는 지지층이 떨어져나가 대실패를 했고, 영남에선 지지율은 상승했지만 당선으로 연결되지 못해 정치적으로 무의미하다는 말이죠. 지역기반은 잃어버렸고 지역주의는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현실 정치에선 뼈아픈 지적입니다. 아마 중요한 문제로 제기될 겁니다. 그러나 나는 정치 현실을 외면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 공학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실패, 참담한 좌절을 겪었지만 정치개혁을 이루는 데 우리당이 기여한 바가 분명히 있고요, 아직 성공 못했지만 전국정당화가 우리 비전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노 대통령이 당신의 참담한 정치적 좌절을 생각하면서 중대선거구제로 가자, 대연정을 하자고 고심끝에 제기한 것인데, 어느 쪽으로부터도 외면을 당했지만, 그 의도나 의지는 기억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민주개혁세력이 분열되어 표심의 좌절을 일으켰다, 이 점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중요한 물음입니다.
-성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은요?
=김 의장 지금은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 노 대통령의 탈당에 반대하십니까?
=김 의장 그럼요. 탈당한다는 것은 국민이 선택한 책임정치, 그 핵심인 정당정치를 부인하는 겁니다. 그래서 정치를 희화화시키고요. 옳지 않습니다.
-성 5년 단임제 임기 말에 언젠가는 대통령이 탈당해서 다음 선거에서 중립을 취하는 측면도 있는데요?
=김 의장 그런 요구가 국민 속에 있다는 거 잘 압니다. 그러면 다음엔 당적을 갖지 않은 대통령 후보가 출마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당적을 가진 후보들 중심으로 경쟁이 발생하는데 첫번째 선택과 말미의 선택이 배치된다고 하면, 제도에 문제가 있든지, 정치권 권력 내부의 보다 발전이 요구되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저는 제도가 잘못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우선, 이런 거죠. 국민적 상당한 합의가 있는 것이 대통령 중임제로 가고, 대선과 총선의 주기를 일치시키자, 현 제도로는 국력 낭비가 너무 크다는 데 상당한 공감대가 있고,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은 한 번 당선되고 나면 선거를 의식할 필요가 없어요. 여기에 국민의 압력과 요구가 있습니다. 중립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잘 아다시피 정치라는 것은 가치의 선택입니다. 가치를 선택할 뿐 아니라 그걸 어떻게 실현할건지 방법론의 선택입니다. 정치 철학과 원칙과 연관돼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걸 하지 말고 중립적으로 하라는 것은 국민 요구를 경청하긴 해야 하지만, 파당적으로 하지 말라, 당파적으로 하지 말라는 것이지 정치 철학과 방법을 선택하지 말라는 거 아닙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오해가 일부 있는 것 같고요.
둘째는, 권력 내부가 민주화되어 가고 있는데요. 제왕적 총재를 대통령이 겸했다가, 지금은 노 대통령은 현재 당에 일체 간섭을 안 합니다. 또 당신하고 친한 정치인들을 동원해서 압력 행사 안 합니다. 발전입니다. 정책협의는 매우 자주 합니다. 그런데 보는 시선은, 대통령은 선거를 의식 하지 않고 국정을 잘 마무리하겠다고 하고, 당은 선거와 정치를 중심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고,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고 시간표가 다릅니다. 전보다 의사소통이 활발해져야 합니다. 또, 정치에 관한 공감대가 더 높아져야 합니다. 어떻게 할 거냐는 숙제입니다.
-성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의장 수고했습니다.
정리/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사진/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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