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25일 낮 통일부 직원들과 식사를 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국무위원 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총애받던 이종석 통일 퇴장 왜?
핵실험 뒤 “쉬고 싶다” 사의 밝혀
‘유임해도 야당 정치공세 뻔해’ 계산도
핵실험 뒤 “쉬고 싶다” 사의 밝혀
‘유임해도 야당 정치공세 뻔해’ 계산도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노무현 정권 외교안보 정책의 상징이다. 일부에선 그런 그를 ‘노무현 대통령의 분신’, ‘왕의 남자’라고까지 불렀다. 그가 지난 2월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에서 통일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야당과 보수언론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이종석 편애’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무렵 노 대통령은 몇몇 언론사 논설위원들과의 오찬에서 “이 장관은 그나마 북한 상층부와 통하는 사람이다. 임기 말까지 함께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갑장스런 퇴장은 더 뜻밖으로 받아들여진다. 왜 이종석은 지금 시점에서 노 대통령 곁을 떠난 것일까.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아침 “이종석 장관이 어제(24일) 대통령과 오찬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은 본인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짤막하게 밝혔다. 이 장관 본인도 “쉬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 이후의 중요한 국면에서, 북한 상층부와 그나마 통한다는 평가를 받은 이 장관의 사의를 선뜻 받아들인 노 대통령의 생각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안에서는 3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제기된다.
먼저, 업무 수행에 한계를 절감한 이 장관 본인의 의지가 적극 반영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공식 설명도 여기에 집중된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 장관이 대통령에게 장관직 수행이 너무 힘들다는 뜻을 전했고, 대통령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과 통일부 장관으로 3년8개월 동안 재직한 그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장관은 북한 핵실험 강행 이후 사석에서 대북정책 수행의 어려움을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사정에 정통한 여권 인사는 “이 장관이 ‘야당의 거듭되는 공세 때문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말할 정도로 힘겨워했다. 이번주 초 한명숙 총리에게 사의를 표했고, 대통령에게 그 뜻이 이미 전달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엔 노 대통령이 그를 붙잡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의 핵심 참모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이종석 장관의 과도한 정치적 상징성이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핵 실험 이후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넘어가려면 전국민과 여야 모두의 전폭적인 협조가 필요한데, 이 장관이 무얼 하든 거부하고 공격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 상징성이 정치적 분란의 씨앗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노 대통령이 했을 것”이란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야당과 보수세력으로부터 ‘반미·자주파’로 규정돼 끊임없이 공격받아온 그가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통일부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는 게 노 대통령에겐 정치적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이 장관이 북핵 실험 이후 대북 포용정책의 변화를 모색하는 청와대 기류와 달리, 국회에서 포용정책 지속을 외치며 야당과 논쟁을 유발한 것이 구체적인 사례로 지적되기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외교안보 라인 개편에서 이 장관을 유임시킬 경우 임기 말까지 같이 가야 하는데 이것이 노 대통령에겐 계속 큰 부담으로 남으리란 판단도 있다. 청와대의 또다른 관계자는 “현재 야당의 움직임을 볼 때, 이 장관을 유임시키면 야당의 해임결의안이 예상되는 등 공세가 강화될 것이고, 최악의 경우 연말에 교체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한두달 더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미리 정치적 논란을 피해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그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이 떨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권의 한 인사는 “‘이종석 카드’의 효용이 이젠 다했다는 뜻일 수 있다”고 평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2003년 1월 대통령 특사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함께 사진을 찍은 이종석 통일부 장관(맨오른쪽). 특사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가운데)의 모습도 보인다. 평양/AP 연합
먼저, 업무 수행에 한계를 절감한 이 장관 본인의 의지가 적극 반영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공식 설명도 여기에 집중된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 장관이 대통령에게 장관직 수행이 너무 힘들다는 뜻을 전했고, 대통령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과 통일부 장관으로 3년8개월 동안 재직한 그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통일부 장관 취임식에서 한 여직원이 이종석 새 장관에게 꽃을 달아주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실제로 이 장관은 북한 핵실험 강행 이후 사석에서 대북정책 수행의 어려움을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사정에 정통한 여권 인사는 “이 장관이 ‘야당의 거듭되는 공세 때문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말할 정도로 힘겨워했다. 이번주 초 한명숙 총리에게 사의를 표했고, 대통령에게 그 뜻이 이미 전달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엔 노 대통령이 그를 붙잡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의 핵심 참모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이종석 장관의 과도한 정치적 상징성이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핵 실험 이후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넘어가려면 전국민과 여야 모두의 전폭적인 협조가 필요한데, 이 장관이 무얼 하든 거부하고 공격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 상징성이 정치적 분란의 씨앗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노 대통령이 했을 것”이란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야당과 보수세력으로부터 ‘반미·자주파’로 규정돼 끊임없이 공격받아온 그가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통일부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는 게 노 대통령에겐 정치적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이 장관이 북핵 실험 이후 대북 포용정책의 변화를 모색하는 청와대 기류와 달리, 국회에서 포용정책 지속을 외치며 야당과 논쟁을 유발한 것이 구체적인 사례로 지적되기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외교안보 라인 개편에서 이 장관을 유임시킬 경우 임기 말까지 같이 가야 하는데 이것이 노 대통령에겐 계속 큰 부담으로 남으리란 판단도 있다. 청와대의 또다른 관계자는 “현재 야당의 움직임을 볼 때, 이 장관을 유임시키면 야당의 해임결의안이 예상되는 등 공세가 강화될 것이고, 최악의 경우 연말에 교체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한두달 더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미리 정치적 논란을 피해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그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이 떨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권의 한 인사는 “‘이종석 카드’의 효용이 이젠 다했다는 뜻일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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