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기자간담회 “대선 관여는 오만한 생각” 밝혀
차가운 여론·부정적인 당내 반응에 포기한듯
차가운 여론·부정적인 당내 반응에 포기한듯
정계 복귀설이 나돌았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1일 “현실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선 3수 하려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눈초리에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서울 서빙고동 자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금 제 처지에서 대선을 놓고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는 건 오만한 생각”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 전 총재는 또 “한나라당 경선에서 특정인을 지지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대신 ‘좌파 정권’의 재집권을 막는 일은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비좌파 연합’을 통해 외곽에서 한나라당 집권을 돕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전 총재는 “좌파정권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일하는 걸 정치 재개라고 오해해도 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과 비좌파 세력이 연합하면 정권 교체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의 배경을 두고 이 전 총재 쪽의 이종구 특보는 “이 전 총재가 대선에 나가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도 구구한 억측이 나오고 있어, 빨리 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이 전 총재가 내심 대선 출마의 기회를 엿봐 오다, 싸늘한 여론을 의식해 불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북 출신인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지지율이 낮고 당내 분위기도 우호적이지 않아, 직접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겨레>의 새해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총재 지지율은 3.4%에 그쳤고, 그의 정계 복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68.3%에 이르렀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조차 62.0%가 부정적이었다.
이 전 총재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명박-박근혜-손학규-원희룡 등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은 ‘불안한 변수’를 하나 떨쳐내고 경선에 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전 총재의 ‘외곽 활동’을 놓고는 당내에서 여전히 찬반이 갈렸다. 이 전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을 향해 “아직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을 안이하게 봐선 안 된다. (현실에) 안주하면 안 된다.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 전 총재를 가까이서 보좌했던 한 초선 의원은 “언저리에서라도 정치는 그만하시는 게 자신을 위해서 더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다른 초선 의원은 “본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가 심해질 때 이 전 총재가 나서서 ‘내가 공작의 피해자다. 속지 마라’고 말하면 파급력이 대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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