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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참여정부 ‘양극화’ 해소 노력했나 부채질했나

등록 2007-02-21 19:20

노대통령 발언과 반론들/ 참여정부 출범이후 지니계수 추이
노대통령 발언과 반론들/ 참여정부 출범이후 지니계수 추이
[불붙은 진보논쟁] 노대통령-진보진영 4대 쟁점
노무현 대통령의 진보 진영 비판을 계기로 촉발된 ‘진보 논쟁’이 학계와 정치권으로 확산되며 백가제방으로 펼쳐지고 있다. 논쟁의 범위는 매우 넓지만 핵심은 몇가지 쟁점으로 압축할 수 있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지난달 <한겨레> 인터뷰와 지난 17일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노 대통령의 글에서 떠오른, 이번 ‘진보 논쟁’의 4대 쟁점을 분석했다. 편집자

양극화는 과거 외환위기 탓?
모든 책임 없어도 성장정책으로 확대

노무현 대통령도 “참여정부 동안에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맞다”고 인정한다. 실제로 참여정부 출범 이후 소득 불평등 통계를 보면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됐다. 2003년 7.23배였던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소득을 하위 20%소득으로 나눈 값)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 7.64배까지 벌어졌고,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는 2003년 0.341에서 지난해 0.351로 소득 불평등도가 커졌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양극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과거 외환위기와 가계부도라는 경제적 위기에서 심화된 것이고, 참여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양극화 책임론’에 관해서는 진보적 경제학자들도 견해가 엇갈린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양극화는 세계화·정보화라는 전세계적 현상과 외환위기라는 한국적 특수성이 결합된 결과”라며 “참여정부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펴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매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권이 신용불량자·부동산 문제 등을 정권 초기에 해결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복지예산 증액 등 나름대로의 노력을 했다”며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전혀 내놓지 못한 진보진영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는 “참여정부 이전부터 양극화가 진행돼 온 것은 맞지만, 이를 해소할 참여정부의 정책이 별로 없었다”며 “특히 관료들이 주도한 정책은 양극화를 더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김윤자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도 “민생부문은 경제관료들한테 맡겨놓고 이전의 성장패러다임에 안주해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개혁과 분배정책을 포기한 참여정부에 양극화 심화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됐다. 유종일 한국개발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경제학)는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에 ‘국민소득 2만불론’이라는 성장우선주의 담론을 내걸었고, 집권하지마자 법인세 인하라는 반개혁적 조처를 취했다”며 “인수위 구성과 첫 총리 임명때부터 개혁과 분배를 포기한 셈인데,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꼬집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도 “이자제한법, 아파트값 거품빼기 등 서민 경제생활과 밀접한 개혁 정책을 하나도 실천에 옮기지 못해놓고 양극화 해소를 언급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한-미 FTA’ 유연한 자세를?
개방 대세지만 실제 내용은 ‘미국화’

노무현 대통령의 개방론에 대해 진보적 경제학자들은 노 대통령이 언급한 ‘반(反)개방론자’에 대한 비판 논거를 노 대통령에게 거꾸로 적용해서 재비판한다. 노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개방도, 노동의 유연성도 더 이상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 효용성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경제학자들은 ‘개방은 불가피하다’는 명제에는 한결같이 동의한다. 하지만 어떻게, 누구에게, 얼마만큼 개방할 것이냐를 놓고서는 노 대통령과 의견이 뚜렷이 엇갈린다.

이병천 강원대 교수(경제학·참여사회연구소장)는 “대통령은 양극화의 원인을 멀리 외환위기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데, 거슬러 올라가면 외환위기의 원인은 문민정부의 무분별한 세계화 전략에 있다”며, “양극화 해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극히 위험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게 뻔한 개방전략을 동시에 채택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개방과 세계화는 대세임을 인정하지만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방전략의 실제 내용은 ‘미국화’라고 규정했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경제학)도 “노 대통령은 한-미 에프티에이를 밀어붙이며 ‘개방은 만병통치약이며 100% 선(善)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진보진영에 유연한 자세를 가지라고 하지만 오히려 대통령 스스로 개방에 대해 좀더 유연한 사고를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진보적 학자들이 생각하는 개방에 대한 생각은 참여정부 초기의 ‘동반성장론’이나 ‘동북아 균형자론’ 등과 대체로 일치한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는 참여정부 출범초기의 개방전략을 “미국이나 일본 같은 특정 거대강국과의 쌍무주의를 통한 개방전략은 가급적 피하고 다자주의 원칙에 따라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선도한다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지난해 느닷없는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 개시 이후 이런 지역협력의 개방틀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윤자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는 “개방의 방향과 방식, 절차 등을 놓고서는 치밀한 검증과 의견 수렴이 필요한데, 대통령 스스로 ‘개방이냐 아니냐’는 낮은 수준의 의제 설정으로 논의가 생산적이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진보진영이 되레 정부 홀대?
‘감시자’ 시민사회단체에 도와달라니…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 진영을 향해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어려운 처지의 저와 참여정부를 흔들고 깎아내리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진보 진영은 노 대통령이 ‘권력(정부)’과 학계·시민사회단체와의 관계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서로 처지와 역할이 다른데, 노 대통령은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노무현 정부가 스스로를 진보라고 규정하든 신자유주의라고 규정하든 시민단체에게는 변함없는 감시의 대상이다. 감시 역할을 맡고 있는 시민사회단체한테 도와주니 안 도와주니 말하는 것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진보 진영이 정부를 비판하는 것과 참여정부의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는 것은 별개 문제인데, 노 대통령은 이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이라크 파병의 예를 들어, “정부는 한-미 관계를 무시할 수 없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진보 학자나 시민운동가는 반대하는 게 당연하다”며 “역할 차이는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진보 진영의 비판은 오히려 정책을 더 진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인데, 노 대통령은 언어적 지지자만 지지자로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보 진영의 ‘책임’ 문제에 대해서도 양쪽의 시각 차이가 확연하다.

노 대통령은 진보 진영이 ‘사상과 교리의 틀’을 가지고 참여정부를 재단하면서 무책임하게 비판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보 진영이라고 하여 분명히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데도 아무 지적도 하지 않고, 심지어 이름을 걸고 도와주다가 ‘그것 맞느냐’고 물으면 ‘그냥 이름만 걸어준 것’이라고 변명하는 무책임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례로 평택 기지 건설,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이태호 처장은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문제제기인데, 노 대통령은 이를 반미 코드로만 이해하고 있다”며 “미군기지 이전에 대해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은 채 시민단체의 비판은 무조건 무책임하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정당이 아닌 진보 진영의 주된 임무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더구나 문제는 대안이 없는 게 아니라 있는 대안을 관철시킬 수 있는 사회적 힘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참여정부 실패로 집권 위기?
책임지라는 게 아니라 정치개입 말라는 것

참여정부의 공과와 올해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논전도 치열하다. 참여정부의 무능과 실정이 결국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을 높여줬다는 비판과 이에 대한 청와대의 반박이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지난달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실패하면 교체되는 것이 당연하다. 한나라당이라고 안 되고 하는 그런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민주화는 이뤄졌는데 통합을 못시키니까 무능으로 귀결되고, 민주세력 무능론으로 연결되면서 민주주의가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왔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저는 다음 정권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일이 없다. 지금 정권에 대한 지지가 다음 정권을 결정한다면 지난번에도 정권은 한나라당에 넘어갔을 것”이라고 항변한다. 대선에서 민주 혹은 진보진영의 성공 여부는 스스로의 문제이고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게 노 대통령의 인식이다.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은 “노 대통령에게 다음 정권까지 책임지라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에 관여하지 말아달라는 게 우리들의 핵심 요구”라고 반박한다. 전병헌 통합신당모임 전략기획위원장은 “올해 대선이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미래형 선택으로 가려면 현직 대통령이 미래의 권력 문제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며 “우리가 탈당하면서 가장 앞세운 것이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떼라’는 요구였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주장처럼 민주·진보 진영이 국민들로부터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대통령이 당 문제에 개입하려 하지 말고 정책 현안에 주력해 달라는 것이다.

‘지금 정권에 대한 지지가 다음 정권을 결정한다면 지난 번에도 정권은 한나라당에 넘어갔을 것’이라는 노 대통령 말에 대해서도 비판이 거세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재선 의원은 “김대중 정권 말기엔 인기가 떨어졌지만 그래도 20%가 넘는 지지율을 유지했다”며 “지금처럼 지지율을 다 까먹고 지지층 붕괴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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