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초·재선 의원들과 이미 탈당했던 민생정치모임 등 탈당 의원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통합을 모색하기 위한 모임을 열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표면상 한명숙·김혁규 막판 불참선언 이유
배경엔 시민·사회진영 ‘새판짜기’ 주도권 다툼
배경엔 시민·사회진영 ‘새판짜기’ 주도권 다툼
진보·개혁 성향 종교인들의 모임인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 협의회’(종협)가 6·10 항쟁 20돌을 맞아 추진했던 ‘범여권 대선주자 연석회의’가 종교계 및 시민사회 진영 내부의 분열과 주도권 다툼으로 또다시 무산됐다. 지난달 5·18 광주 민주항쟁 27돌을 계기로 기획됐던 연석회의가 깨진 데 이어 두 번째다.
10일 중구 세실레스토랑에서 열릴 예정이던 연석회의엔 정동영·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한명숙·김혁규 의원 등 5명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전날 한명숙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 쪽이 갑자기 불참하겠다는 뜻을 종협 쪽에 통보했다. 대선주자 5명의 대리인들이 두 차례 실무협의를 마치고 연석회의에 대한 보도자료가 배포돼 언론에 보도된 뒤였다.
종협 대변인인 정진우 목사는 “나머지 3명의 주자만 참석하는 연석회의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행사를 취소했다”며 “시민·사회진영과 종교계 일각에서 한명숙 전 총리 등에게 참석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은 것 같다”고 말했다. 종협의 한 관계자는 “11일 시민·사회진영 독자정당 창당을 추진하는 쪽에서 한 전 총리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가톨릭계의 한 원로 인사도 한 전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불참을 종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석회의를 둘러싼 갈등의 표면적인 원인은 참석 범위에 대한 견해차였다. 연석회의를 마련한 종협은 일단 열린우리당에 뿌리를 두고 있는 대선주자 5명만 참석하는 연석회의도 의미가 있다는 쪽이었다. 반면 종교계와 시민·사회진영 한 쪽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후보 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열린우리당 바깥의 대선주자들이 참여하지 않는 연석회의는 의미가 없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의 최윤 공동집행위원장은 “열린우리당 내부 주자들만 나오는 연석회의를 왜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갈등의 이면엔 범여권 새판짜기에 대한 시민·사회진영 내부의 주도권 다툼도 작용한 것 같다. 대선주자 연석회의가 가동되면 아무래도 통합의 주도권이 대선주자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시민·사회진영 독자정당 창당그룹은 탄력을 받기가 어렵게 된다. 11일 창당을 선언하는 그룹에서 연석회의에 집중적으로 제동을 걸었던 것은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종교계 인사들의 내부 알력도 컸다고 한다. 연석회의에 참석의사를 밝혔던 대선주자 진영의 한 관계자는 “이번 연석회의를 기독교와 불교계가 주도하자 가톨릭계 일부 인사들이 강력히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성 정당은 물론, 민주·개혁세력을 대표한다는 종교계와 시민·사회진영 내부의 분열과 주도권 다툼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연석회의를 주최한 종협 정진우 대변인은 “민주·평화·개혁세력의 통합을 위해 역할을 하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오해가 생겨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임석규 이지은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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