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한국불교지도자 신년하례법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축원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불교계와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불교계 행사에 참석해 종교간 화합을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한국불교지도자 신년하례법회에 참석해 “종교간 화합을 통한 국민대통합은 대한민국이 세계 일류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굳건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자리에 서기까지 불교 지도자 여러분의 조언과 가르침이 큰 힘이 됐다. 소중한 불교 전통 문화의 계승발전과 세계화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독교 장로이기도 한 이 당선인이 이날 법회에 참석한 것은, 당선 뒤 기독교 쪽 행사에만 지나치게 자주 참석하는 것 아니냐는 다른 종교계의 불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 문화재 파괴를 우려하며 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불교계 일각을 설득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이 당선인은 “저는 경제 살리기 못지 않게 사회통합을 시대적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불교에선 오래 전에 ‘연기 사상’, ‘자리이타 사상’ 등을 통해 차원 높은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하심’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매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말했다. 또 불경의 하나인 <잡보장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꺼내며 “‘지혜로운 이의 삶은 태산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춰야 하며,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계하고 있다”며 ‘낮은 자세’를 지니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에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스님은 신년 법어를 통해 “남녀, 노소, 빈부, 지역, 종교 등 모든 차별적인 현실을 잘 조화시켜 이끌어주시길 기도드린다”고 당부했다. 태고종 총무원장인 운산 스님도 “양극화를 해소하고, 삶의 질이 보장되는 선진화를 열어가려면 무엇보다 국민대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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