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을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사당동 남성중학교를 방문해 배드민턴 동호회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준, 동작을 출마…총선 최대 격전지
2002대선 ‘동지’에서 5년 만에 ‘적’으로
2002대선 ‘동지’에서 5년 만에 ‘적’으로
‘대선의 길목’에서 좌절을 경험한 뒤 재기할 기회만 엿보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정몽준 의원이 ‘대통령의 꿈’을 되살리기 위한 진검승부를 시작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참패한 정 전 장관은 통합민주당 간판으로, 2002년 대선 때 후보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밀려났던 정 의원은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 서울 동작을 선거에서 맞붙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4·9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 대회전’을 위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내놓은 대표 선수다. 정 전 장관은 지난 11일 종로 출마를 선언한 손학규 대표와 함께 야당 재건을 명분으로 지역구를 옮겼다. 민주당의 바람몰이에 맞설 카드를 찾던 한나라당은 16일 정 의원으로 맞불을 놓았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정 의원을 만나 ‘신속한 결단’을 촉구했고, 동작을에 공천된 이군현 후보를 경남 통영·고성 지역구로 돌리면서까지 출마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고민할 시간도 확보하지 못한 채 이날 오후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공식화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여야의 총선 전략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16, 17대 대선에서 소속 정당 후보로 ‘대권 도전 티켓’은 따냈지만, 청와대 입성에 실패해 ‘정치적 이무기’로 전락했던 이들에게는 5년 뒤 청와대로 ‘승천’할 기회를 잡는 기회의 공간이기도 하다.
실제 정 전 장관은 서울 관악을, 성북을 등 호남기반이 강한 지역 출마를 모색했다. 그러나 당세가 강하지 않은 동작을에 나서 달라는 민주당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했다. ‘사지’에서 살아와야 명분과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입당해 한나라당에서 기반이 약한 정 의원도 진검승부를 피할 수 없었다. 총선에서 이기면 공천 과정에서 힘이 빠진 박근혜 전 대표를 제치고 당내 차기 주자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존심 대결 성격도 강하다. 정 의원은 2002년 대선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당시 노무현 후보가 명동 유세에서 “다음 대통령 감으로 우리에게는 추미애·정동영도 있다”고 말한 데 격분해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반면 정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황태자’로 떠올랐다.
물론, 두 사람은 당장 자신들의 포부를 전면화하는 걸 꺼리며 ‘지역 일꾼론’을 내세운다. 정 전 장관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동작을을 ‘정치 1번지’, ’경제·교육 1번지’로 만들려고 한다”며 정 의원과 “깨끗하고 좋은 경쟁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도 16일 출마 회견에서 “한나라당과 나라의 안정을 위한 정치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든 일이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며 “서울시, 정부 여당과 머리를 모아 동작을 지역을 살기좋은 문화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신승근 강희철 기자 skshin@hani.co.kr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가운데)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통합민주당 정동영 전 장관이 출마 선언한 서울 동작을 출마를 논의하기에 앞서 강재섭 대표(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방호 사무총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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