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 사용 가능해져 활기…총선 중대변수 부상
당선 가능성 낮아도 ‘여당 표 잠식’ 위기감
당선 가능성 낮아도 ‘여당 표 잠식’ 위기감
한나라당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박근혜 진영’의 수도권 의원들이 결집한 ‘친박연대’(가칭)가 4·9 총선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공천에서 탈락한 이규택·한선교 등 수도권 친박 의원들의 정치적 비중은 ‘친박 무소속 연대’로 묶인 영남권 의원들에 비해 그리 높지 않았다. 오히려 당 안팎에서는 ‘약자의 몸부림’ 정도로 평가받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친박연대’라는 당명 사용을 합법화하고, 대표주자들의 총선 행보가 활기를 띄자 한나라당 안에서도 ‘경계경보’가 발령됐다. 친박연대라는 명칭이 종전 미래한국당 시절과 비교할 수 없는 ‘인지도 제고’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당장 ‘친박연대’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사덕 전 의원이 이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서구 지역 출마를 선언하자, 강 대표가 직접 견제에 나섰다. 강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홍사덕 의원이)왜 오는지 잘 모르겠다”고 깎아내리면서 “박 대표가 한나라당에 계시는 데, 나간 분이 이름을 팔면 박 전 대표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그의 대구 출마를 비판했다. 홍 전 의원이 강 대표의 “공천 전횡”을 비판하며 ‘저격수’를 자임하자 견제를 본격화한 것이다.
더욱이 친박연대의 주력군이 밀집한 서울·수도권에서 친박연대가 뜻밖으로 선전하고, 후보들이 대거 출마할 조짐까지 보이면서 한나라당의 경계심리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실제 최근 <문화방송> 여론조사에서 이천·여주에 출마한 친박연대의 이규택 후보는 한나라당 이범관 후보를 10% 가까이 앞질렀다. 또 전병헌 민주당 후보와 권기규 한나라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던 서울 동작갑에선 친박연대 소속 서청원 전 대표의 출마가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서 전 대표 지지율은 10% 중반대로 3등에 머물렀지만, 그의 출마 뒤 한나라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밀리는 결과가 나온 때문이다. 더욱이 윤호중 민주당 의원과 주광덕 한나라당 후보가 맞붙는 경기 구리 지역구에서도 3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전용원 전 의원이 친박연대 후보로 출마하는 등 수도권 출마가 잇따르면서 이들의 정치적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친 이명박 진영의 수도권 한 재선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이 막강한 영남권과 달리 수도권에서 친박인사들이 당선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2천표 안팎에서 승부를 갈랐던 수도권 접전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떨어뜨리는 효과는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