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노건평씨 주선으로 이정욱씨에 5억 건너가”
박연차(64·구속 기소)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가 태광실업의 홍콩 현지법인에서 조성된 자금 수백억원의 행방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각각 수천만원의 금품을 건네받은 단서가 포착된 이광재(44·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민주당 의원 등 일부 정치인들에게 21일 출두할 것을 통보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20일 “박 회장이 대부분 국외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 조성된 자금이 국외에서 쓰인 경우가 많다”며 “홍콩에 사법 공조를 요청해 태광실업의 홍콩 현지법인인 에이피시(APC) 계좌 흐름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2003~2007년 에이피시로부터 배당소득 6746만달러를 받고도 242억원의 종합소득세를 탈세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미국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인이 에이피시 계좌를 통해 박 회장한테서 500만달러를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법 공조가 더디게 진행돼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2005년 4월 국회의원 재선거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67·구속 기소)씨 주선으로 박 회장이 이정욱(60·구속)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5억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은 지난해 총선에 출마하며 박 회장에게서 5억원을 받은 혐의로 송은복(66) 전 김해시장을 구속했다.
한편, 검찰은 정대근(65·수감중) 전 농협중앙회장이 2007년 5월 농협 자회사의 비료 원료 납품단가 조정 대가로 중국 업체로부터 20만달러를 받은 혐의를 추가로 밝혀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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