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민주당 의원(맨 오른쪽)이 26일 오전 김 전 대통령 영결식 참석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려고 서울 동작구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 집을 찾아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원 민주당 의원,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김대중·노무현 이후] ③ 민주개혁세력 연대 가능할까
김대중과 노무현, 두 사람이 떠난 빈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가. 그들이 워낙 너른 자리를 차지했기에 민주개혁세력이 느끼는 허전함은 크다. 2012년 대선에 등판해 승리를 챙겨올 ‘선발투수급’ 인물이 당장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민주개혁세력을 초조하게 만든다.
차기 지도자 조사 야권 인물군 아직은 한자릿수
민주대연합, 친노신당 변수…‘대안적 연대’ 주장도
“중도·실용 대체할 수 있는 가치 찾아내 실천해야”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 관장은 “자칫하면 ‘리더십 부재’로 인한 심리적 공황이 민주세력의 패배의식으로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한달 후인 6월23일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개혁진영 ‘인물 경쟁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차기 지도자’를 묻는 조사를 한 결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9.9%로 1위였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9.6%), 정동영 의원(6.6%), 한명숙 전 총리(3.6%), 손학규 민주당 고문(2.0%),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1.5%),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1.4%), 정세균 민주당 대표(0.6%) 등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 합계를 넘어서는 수치다. 정범구 민주당 대외협력위원장은 민주개혁진영의 ‘인물난’에 대해 “참여정부를 거치며 내부적으로 분열한 것도 있고, 이미 있는 인물들도 서로 배제하며 키우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대중은 사람을 택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선택한다”며 “민주·진보진영에 그런 가치를 응축해 보여주는 사람이 현재 눈에 띄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야권에 ‘독보적 리더’가 없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3김 시대에는 확고한 몇 분이 시대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한두 사람이 끌고 가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김현철 부소장도 “현재 야권의 후보가 부각되지도 않아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 상황을 얘기하기 어렵다. (대선 후보란) 상대성으로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야권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민주개혁진영에선 ‘인물 부재’를 탓하기에 앞서 인물군이 등장할 수 있도록 ‘판’을 키우고, 끊임없이 시민들과 소통해 그들이 원하는 가치를 찾아내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명박 대통령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대선 3년을 앞둔 시점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이 나오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늦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제2창당’에 버금가는 쇄신을 통해 민주개혁진영의 ‘중심’으로 거듭나 지지율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인물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번주 발족할 민주당 ‘통합·혁신위원회’ 간사를 맡게 될 최재성 의원은 “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두 전직 대통령 서거를 거치면서 한명숙 전 총리 등이 서울시장 후보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이 좋은 징조”라며 “제 살을 깎는 쇄신을 해내고,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선전하면 내년 이맘때쯤 두자릿수 지지율을 받는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구심론’은 일부 ‘친노무현계’의 신당 추진이란 변수에 맞닥뜨려 있다. 민주당은 신당 추진이 야권의 인물을 분산시키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친노 신당’ 그룹은 “민주당은 새 가치를 실현할 틀이 안 된다”며 연내 창당을 계획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민주대연합’ 유지를 계기로, 야 4당 등 민주·진보진영의 대연합을 통해 거대여당에 맞서는 공간을 넓히면 다양한 인물군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원 상지대 연구교수는 “‘연합’을 하면 (소수 야당들의) 무대가 커지기 때문에 무대 위에 여러 배우가 나타나고, 배우들이 역량을 키우고 발휘할 기회도 생긴다”고 말했다. 야권통합을 ‘압박’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있다. 이해동 목사·이창복 전 의원 등이 공동준비위원장을 맡은 민주통합시민행동(가칭)은 27일 발기인대회를 열고, 앞으로 시민들과 함께 야권의 선거연합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문제는 민주주의·서민경제·남북관계 위기에 대한 ‘반엠비(MB) 연대’까지는 야 4당이 뜻을 같이하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대안적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민주당 중심론을 넘어선 ‘발전적 연합’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조국 교수는 “민주대연합은 야당의 세를 유지하는 ‘생존 프레임’이지 ‘승리 프레임’은 아니다”라며 “대중의 고통이 무엇인지, 민생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연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중도와 실용을 대체하고 대중이 공감하는 가치를 찾아내 장기투자하듯 끊임없이 그걸 얘기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치권 스스로 시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찬 전 총리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시민주권모임’ 발족을 위한 회의를 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그랬듯 시민들과 ‘온·오프라인 공동체’를 형성해 그 속에서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적 지도자로 단련되고, 시대정신을 읽는다면 대중은 아래로부터 스타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고원 교수도 “시민들 가슴속 삶의 문제를 짚어내고 그 문제를 이슈화해서 시민과의 괴리를 줄이는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송호진 홍석재 기자 dmzsong@hani.co.kr
민주대연합, 친노신당 변수…‘대안적 연대’ 주장도
“중도·실용 대체할 수 있는 가치 찾아내 실천해야”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 관장은 “자칫하면 ‘리더십 부재’로 인한 심리적 공황이 민주세력의 패배의식으로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한달 후인 6월23일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개혁진영 ‘인물 경쟁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차기 지도자’를 묻는 조사를 한 결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9.9%로 1위였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9.6%), 정동영 의원(6.6%), 한명숙 전 총리(3.6%), 손학규 민주당 고문(2.0%),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1.5%),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1.4%), 정세균 민주당 대표(0.6%) 등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 합계를 넘어서는 수치다. 정범구 민주당 대외협력위원장은 민주개혁진영의 ‘인물난’에 대해 “참여정부를 거치며 내부적으로 분열한 것도 있고, 이미 있는 인물들도 서로 배제하며 키우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대중은 사람을 택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선택한다”며 “민주·진보진영에 그런 가치를 응축해 보여주는 사람이 현재 눈에 띄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야권에 ‘독보적 리더’가 없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3김 시대에는 확고한 몇 분이 시대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한두 사람이 끌고 가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김현철 부소장도 “현재 야권의 후보가 부각되지도 않아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 상황을 얘기하기 어렵다. (대선 후보란) 상대성으로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야권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민주개혁진영에선 ‘인물 부재’를 탓하기에 앞서 인물군이 등장할 수 있도록 ‘판’을 키우고, 끊임없이 시민들과 소통해 그들이 원하는 가치를 찾아내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명박 대통령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대선 3년을 앞둔 시점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이 나오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늦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제2창당’에 버금가는 쇄신을 통해 민주개혁진영의 ‘중심’으로 거듭나 지지율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인물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번주 발족할 민주당 ‘통합·혁신위원회’ 간사를 맡게 될 최재성 의원은 “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두 전직 대통령 서거를 거치면서 한명숙 전 총리 등이 서울시장 후보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이 좋은 징조”라며 “제 살을 깎는 쇄신을 해내고,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선전하면 내년 이맘때쯤 두자릿수 지지율을 받는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구심론’은 일부 ‘친노무현계’의 신당 추진이란 변수에 맞닥뜨려 있다. 민주당은 신당 추진이 야권의 인물을 분산시키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친노 신당’ 그룹은 “민주당은 새 가치를 실현할 틀이 안 된다”며 연내 창당을 계획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민주대연합’ 유지를 계기로, 야 4당 등 민주·진보진영의 대연합을 통해 거대여당에 맞서는 공간을 넓히면 다양한 인물군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원 상지대 연구교수는 “‘연합’을 하면 (소수 야당들의) 무대가 커지기 때문에 무대 위에 여러 배우가 나타나고, 배우들이 역량을 키우고 발휘할 기회도 생긴다”고 말했다. 야권통합을 ‘압박’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있다. 이해동 목사·이창복 전 의원 등이 공동준비위원장을 맡은 민주통합시민행동(가칭)은 27일 발기인대회를 열고, 앞으로 시민들과 함께 야권의 선거연합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문제는 민주주의·서민경제·남북관계 위기에 대한 ‘반엠비(MB) 연대’까지는 야 4당이 뜻을 같이하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대안적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민주당 중심론을 넘어선 ‘발전적 연합’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조국 교수는 “민주대연합은 야당의 세를 유지하는 ‘생존 프레임’이지 ‘승리 프레임’은 아니다”라며 “대중의 고통이 무엇인지, 민생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연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중도와 실용을 대체하고 대중이 공감하는 가치를 찾아내 장기투자하듯 끊임없이 그걸 얘기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치권 스스로 시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찬 전 총리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시민주권모임’ 발족을 위한 회의를 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그랬듯 시민들과 ‘온·오프라인 공동체’를 형성해 그 속에서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적 지도자로 단련되고, 시대정신을 읽는다면 대중은 아래로부터 스타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고원 교수도 “시민들 가슴속 삶의 문제를 짚어내고 그 문제를 이슈화해서 시민과의 괴리를 줄이는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송호진 홍석재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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