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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거정국 ‘슬픔의 에너지’ 어떻게 모을지 고심

등록 2009-08-25 14:42수정 2009-08-2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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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노무현 이후] ① 민주·개혁세력은 지금
두 사람은 양 날개였다. “리얼리스트가 되라. 다만 불가능한 꿈을 가슴에 안고서”(체 게바라)라는 말은 두 사람을 ‘합체’할 때 우리 현실에 발을 디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가능한 꿈’처럼 보이는 내용을 제시하는 쪽이었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현실 돌파 전략에 능숙한 리얼리스트 쪽이었다. 이 때문에 이상주의자는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현실주의자는 ‘야합’도 불사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어느 누구보다도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가졌던 두 사람이 떠났다. 두 사람이 떠난 지금, 민주개혁 진영은 어디에 서 있나.

구심점 잃고 상실감 큰데
보수세력 전방위 압박
‘3김시대’ 이전 후퇴 우려
눈물로 배운 ‘민주주의’
지지층 재결집 기회로 여겨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거처였던 민주당의 상실감은 크다. 정세균 대표는 “이제 민주당은 고아가 됐다”고 가슴을 쳤다. 이목희 전 의원은 “고향 같은, 기댈 나무 같은 존재가 한꺼번에 사라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설훈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은퇴한 노장이 아니라, 전투를 직접 진두지휘하던 총사령관이었다. 김 전 대통령을 잃은 치명타는 서서히 그리고 깊숙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개혁 세력 전반의 퇴조를 염려하는 이들도 많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87년 물결’이 힘을 다했다. 이명박 대통령 한 사람이 생각을 고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이제 홀로서기가 민주개혁 진영 최대의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민주개혁 세력의 더욱 큰 문제는 두 전직 대통령이 떠나기 전부터 내부 역량을 하나로 끌어모을 동력이 사라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지방자치단체·지방의회를 싹쓸이했다. 개혁 진영의 지지를 얻고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추진했던 어린이 무료급식은, 이념과 상관없는 ‘인도적 문제’였음에도 한나라당이 장악한 도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삭감해 고사 상태에 이르게 만들었다. 지난해 총선 때 불어닥친 ‘뉴타운 바람’은 제1야당이 개헌 저지선조차 확보하지 못할 정도로 강했다. 백승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이대로 있다간 많은 부분에서 3김 시대 이전으로까지 역진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한쪽에선 내년 지방선거와 연관지어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펴기도 한다. 민주당의 한 386 출신 의원은 “두 사람은 ‘학습된 국민’이란 큰 유산을 남겨줬다”며 “두 사람 덕택에 국민들이 이 정부의 실체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확실히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이런 유산이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에서 표로 확인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이 국민들의 슬픔과 상실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어모았을 경우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민주당 쪽은 두 대통령의 유산이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나라당은 ‘적장’이 사라졌기 때문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다고 판단할지 모르지만 이는 모두 ‘상실의 역설’을 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말하는 ‘상실의 역설’이란 보수든 진보든 어느 한쪽의 리더십이 사라지면 양쪽 모두가 위기에 봉착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리더십은 갈등과 위기를 완충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구 선생이 돌아가신 이듬해 6·25전쟁이 발발했고, 조봉암이라는 제도권 내 대안인물이 사라진 뒤 4·19항쟁이 일어났고,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이후 12·12가 벌어지고 광주에서 학살이 일어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만약 민주개혁 세력이 현재의 심리적 공황상태를 극복하고 동력의 구심점을 만들지 못해 여권을 견제할 수 없게 된다면, ‘거리의 정치’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제도권 정치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더욱 궁지에 몰릴 경우 예기치 못한 형태로 폭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는,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두 전직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표출된 국민의 바람을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해낼 수 있을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는 서서히 갖춰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는 “다행히 두 사람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국민들이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이런 걸 성찰하게 됐다”며 “아무리 민주주의가 후퇴한다고 해도, 김대중·노무현 두 사람이 이어간 큰 역사의 물결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대안 정치세력의 자생력이다.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버텨낼 수가 없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지금까지 두 대통령이 비바람과 뙤약볕을 막아줬는데 지붕이 날아간 상황에서 서까래도 하나 뜯어가고 기둥도 뽑아가는 식이라면 폐가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개혁세력에게 대동단결하라고 했지, 민주당 혼자서 하라고 하지 않았다”며 민주당의 책무를 지적했다. 민주당이 김 전 대통령 유지는 받들지 않고 유산만 탐내면 안 된다는 뜻이다. 역사비평가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 관장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협소한 공간을 어떻게 불려서 야권 연대로 나아갈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홍석재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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