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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공직부패 근절명분 사찰기관 변신 우려

등록 2009-11-25 20:36수정 2009-11-25 22:07

참여정부때 추진했던 ‘공수처’보다 권한강화
정치권·법조계 부정적
25일 공개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핵심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스스로 대통령 직속의 공무원 사찰 기관이 되겠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조사권의 강화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개정안 내용을 뜯어보면 공무원 비리에 대해서는 사실상 완벽한 수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일단 비리신고나 첩보가 들어오면 공무원을 직접 불러 조사를 할 수 있다. 신뢰도가 그다지 높다고 볼 수 없는 신고나 진정, 첩보 등을 근거로 검찰과 경찰이 하는 것처럼 당사자를 직접 불러 ‘대면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신고나 진정이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공공기관에 특정 개인의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고, 청렴도 평가를 이유로 공무원들을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도 있다.

특히 금융계좌를 추적할 때 법원의 영장이 없어도 금융거래 자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선 일선 수사기관보다 훨씬 더 편의적이다. 계좌추적이 가능한 범위도 ‘고위 공직자의 부패행위 신고사항’으로 매우 포괄적이고, 계좌추적 이후 당사자에게 서면 통보를 하도록 하거나, 이를 다른 목적에 사용하거나 누설했을 때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없다.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권익위는 검·경은 물론 헌법기관인 감사원조차 갖지 못한, 막강한 사정 권한을 갖게 된다.

지난 2004년 참여정부가 추진하다 무산된 부패방지위원회(총리실 소속) 산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와 유사한 기능을 갖는 것인데, 당시 추진안에선 계좌추적에 법원의 영장을 받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 김진호 기획조정실장은 “공정거래위원회도 영장없이 특정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며 “법무부와 상의하겠지만, 선례가 있어 이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위원회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복귀가 필요하다”, “권익위가 민원 최종처리 기관인데, 총리실 소속이라 청와대에 또 민원을 내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도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권익위가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조사·처벌할 권한이 있고, 세부적인 부분은 행정안전부가 처리하는데 이 부분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며 권한 강화 방침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을 접한 정치권이나 법조계의 반응을 보면, 개정안이 순조롭게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당 원내 사령탑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권익위가 사실상의 수사권을 갖겠다는 것인데,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쉽지 않고 검찰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진보신당 등 야당도 일제히 논평을 내고 “이재오 위원장이 권익위를 정권 보호기구로 만들려 한다”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보겠다는 오만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선 법안의 위헌 소지 등 ‘법리적 하자’를 짚고 나섰다. 대검의 한 간부는 “국세청이나 금감원은 징세나 감독 차원이기 때문에 영장 없이 금융거래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권익위는 부패 등 범죄를 조사하는 것이므로 형사법의 대원칙인 ‘영장주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부패조사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겠지만, 영장 없이 금융정보를 보는 법률안은 위헌법률심판 제청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대한변협도 공식 성명을 내어 “헌법의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되며, 국민의 사생활 보호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석진환 손원제 송경화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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