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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치열했던 ‘노무현과 운명’…그 너머는 물음표

등록 2011-11-06 21:25수정 2011-11-07 16:07

재보선 결과 야권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겼지만 민주당 후보가 나선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선 완패했다. 원인을 공천 잘못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문재인 이사장의 한계로 읽는 사람들도 있다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야권통합을 추진하는 ‘혁신과 통합’의 중심인물이다. 상임대표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해 이해찬 전 총리 등과 함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했다. 서울, 부산, 광주, 대구, 춘천, 대전 등 큰 도시에서 자서전 <운명> 북콘서트를 이어가고 있다. 6일 저녁 부산대에서 김제동씨가 진행하는 ‘청춘콘서트 2.0’에 특별손님으로 참가했다. 정치인의 행보다.

10·26 재보선 때는 한 걸음 더 나섰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 유세 현장에서 그는 매우 인기있는 운동원이었다. 말을 잘 못하지만, 그가 가진 담백함이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재보선 결과 야권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겼지만 민주당 후보가 나선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선 완패했다. 부산에서 야권이 패배한 원인을 공천 잘못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문재인 이사장의 한계로 읽는 사람들도 있다.

대선주자로서 문재인 이사장은 지지율이 높지 않다. 그러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내년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최종적으로 안철수-문재인-손학규 세 사람이 경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문재인 이사장, 그는 도대체 어떤 정치인일까? 결국, 대선주자로 나서게 될까? 박근혜 전 대표와 겨루면 경쟁력이 있을까? 당장 내년 4월 총선에 나설까? 최근 야권 지지자들의 관심은 이런 것이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노무현 청와대’의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비서관, 행정관들을 만났다. 이들은 문재인 이사장의 인간됨, 업무 역량,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에 대해 매우 상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나 정치적 장래에 대한 견해는 긍정적인 쪽과 부정적인 쪽으로 크게 엇갈렸다.

문재인 이사장이 결국은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의 주장과 논리는 이랬다.

“국민의 요구가 있다면 운명처럼 나서게 될 것이다. 그는 단순한 친노세력의 대표가 아니다. 생태, 환경, 여성 등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시민사회와 친노세력이 결합한 새로운 정치 세력의 대표성을 가진 인물이다.”


“문재인 이사장은 통합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한나라당과 일 대 일 구도가 완성되면 자연스럽게 그가 나서게 될 것이다. 지금도 낮에는 손학규, 밤에는 문재인을 하는 민주당 사람들이 많다.”

기대를 한껏 담은 관측이다. 정작 문 이사장 본인은 “야권 대통합을 잘 이뤄내고, 그 이후 총선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그런 다음에 선택, 생각을 하려고 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야권통합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나도 정말 잘 모르겠다”고 말한 일도 있다.

문재인 이사장이 이른바 대선주자로 떠오른 것은 올 4·27 재보선 직후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김해을에서 국민참여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실패한 뒤, 친노무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가 문 이사장에게 쏠린 것이다. 이 즈음 인터넷에 문 이사장의 공수부대 시절 사진이 돌아다니고, 6월에 자서전을 출간하면서 ‘문재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따라서 아직은 대통령 후보로서 그의 자질에 대해 본격적인 토론이나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문재인 이사장의 ‘대통령 자격’에 대해, 그와 함께 청와대 핵심에서 일했던 전직 고위 인사 두 사람은 정반대의 평가를 내놓았다.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국가경영(안보와 경제)을 하는 자리다. 자격은 곱셈으로 결정된다. 어느 한 종목이라도 0점을 받으면 0점짜리 대통령이 된다. 문재인 이사장은 대통령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박근혜 전 대표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2002년 민주당 경선을 할 때 문재인 이사장은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야 청와대에 들어와 최고 실세가 됐다. 또 노무현 정권 이후 야권 전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양산 재보선, 부산시장 선거에 나서 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한 번도 나선 적이 없다. 청와대는 정치를 하는 곳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자격’과 관련한 궁금증을 하나하나 따져 보기로 했다.

첫째, 권력의지는 있는 것일까? 정치인들은 대부분 성취욕이 강하다. 권력욕, 명예욕, 식욕이 강하다. 그런데 문재인 이사장은 ‘동물성’이 아니라 ‘식물성’에 가깝다. 정치인으로서 결격 사유가 아닐까? 반론은 이렇게 나왔다.

“권력을 향한 집착이나 집념이 권력의지의 전부라면 확실히 자격이 없다. 하지만 권력의지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선의의 ‘목적 의지’다. 앞으로 범민주진보세력은 통합·연립 정부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카리스마, 리더십이라는 전통적인 지도자의 덕목이 아니라, 통합과 조정의 능력, 포용과 거버넌스라는 새로운 지도자의 덕목이 필요한 시대다. 문재인 이사장이 적임자다.”

둘째, 정치 경험 부족은 어떨까?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를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발탁하기 전에 이 때문에 주저한 일이 있었다.

문 이사장을 청와대에서 오랫동안 보좌했던 인사는 “정치적 대립구도와 전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정리되어 있다. 큰 틀의 판단을 그르칠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인사는 “정당 경험이 없을 뿐, 권력의 중심에서 정무적 판단을 수도 없이 내렸다. 정무적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선입견”이라고 거들었다.

셋째, 대선주자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정책 역량을 과연 가지고 있을까? 경제와 복지에 대한 그의 구상을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다. 아니 정확히는 아무도 물어본 적이 없다. 그의 답변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 이미지로 보실 수 있습니다.

문 이사장은 “야권 대통합을 잘 이뤄내고, 그 이후 총선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그런 다음에 선택, 생각을 하려고 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나도 정말 잘 모르겠다”고 말한 일도 있다

그를 지지하는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드러낼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의 핵심 포스트에서 일했기 때문에 기초는 튼튼하게 다져져 있다”며 “다만 정책 분야는 다른 대선주자들과 마찬가지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몇 가지 취약점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좀더 검증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별도로 민정수석,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 친인척 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있다. 그는 정권 초기 청와대 내부 권력 실세들에게 “박연차를 만나지 말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박연차씨가 여기저기 줄을 대려고 할 때였다. 그런데도 결과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를 비롯한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를 막지 못했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어쩌면 유일하고도 핵심적인 문제가 바로 그것일 수 있다. 결국, 대통령의 죽음으로 끝났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변명이 불가능하다. 여권에서 이 부분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문 이사장이 견딜 수 있을까? 그는 영혼이 맑은 사람이다.”

문재인 이사장을 감싸는 사람들은 이 부분을 “도덕적, 포괄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지만 직무상 잘못은 없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이사장도 자신의 책에 이렇게 기술해 놓았다.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실 내 특감반이 관련 첩보를 입수했다. 철저히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특감반 조사에서 기업 쪽 사람들은 매우 강력하게 부인했다.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형님에게도 확인을 했다. 같은 얘기였다. 결코 아니라고 했다. 나중에 보니 기업 쪽 사람들과 형님이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 땐 모두 딱 잡아떼니 방법이 없었다. 청와대는 수사권이 없어서 그 이상 파고들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단서가 있었거나 형님이 사실대로 얘기해 줬더라면 결코 덮고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문재인 이사장의 삶은 그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 잘 정리가 되어 있다.

그의 부모님은 함경남도 흥남 사람들인데, 1950년 ‘흥남철수’ 때 거제도로 피난을 내려왔다. 문 이사장은 거제도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산 영도로 이사 갔고, 부산에서 경남중·고를 나왔다. 재수 끝에 72년 경희대 법대에 진학했지만, 75년 학생시위로 구속·제적됐고, 공수부대에서 군대생활을 했다. 그가 속한 1공수 특전여단의 여단장은 전두환, 대대장은 장세동이었다.

그는 대학에 복학해 80년 ‘서울의 봄’ 때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다시 구속됐지만,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바람에 극적으로 풀려났다. 사위 전력으로 판사 임용이 안 되자, 그는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변호사의 길을 걷기로 했다. 운명처럼 ‘노무현’을 만나게 된 것이다. ‘변호사 노무현 문재인 합동법률사무소’는 1980년대 부산지역의 노동·인권 변론을 도맡다시피 했다. 1987년 6월항쟁 때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국본)가 서울보다 부산에서 먼저 결성됐다. 부산국본의 상임집행위원장은 노무현, 상임집행위원은 문재인이었다.

1988년 ‘노무현 변호사’는 국회의원이 됐지만, ‘문재인 변호사’는 부산에 혼자 남아 주로 시국사건, 노동사건 변론을 맡았다. 그리고 2002년 대선이 끝난 뒤 2003년 1월, 노무현 당선자는 서울 사직동 한정식집에서 문재인, 이호철 두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나를 정치로 나가게 했고, 대통령을 만들었으니, 책임져야 할 것 아니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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