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4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조카 반주현씨가 미국에 체류하면서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아 기소중지·지명수배 상태라는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관련기사:
반기문 조카 10여년 병역기피 ‘지명수배’ 드러나) 반 전 총장은 24일 조카의 병역기피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야당에선 이와 관련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기독교회관에 있는 기독교단체들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를) 완벽한 사람이라고 절대 말씀드리지 않는다. 나도 결점이 많고 지금 혹독한 검증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내가 어제도 방송에서 ‘동생·조카와 관련해서 부덕의 소치다. 모든 것이 법적 결정에 따라서 협조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3일 <한국방송>의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발언한 것을 되풀이한 것으로 주현씨의 병역기피에 대한 해명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주현씨의 아버지이자 반 전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주현씨의 병역기피 사실을 “형님도 알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반 전 총장 캠프의 이상일 전 의원은 <씨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현씨의 병역기피 문제에 관해 “본인들이 정확하게 밝혀야겠고 반 전 총장 입장에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라며 “본인은 몰랐다 해도 친인척 관리나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또 송구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인데, 일단 경위는 정확히 파악돼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에선 주현씨의 병역기피와 관련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은 친인척과 주변 인사 등 결국 가까운 사람을 관리하지 못해 국민의 실망을 샀다”며 “반기문 전 총장은 친동생과 조카의 범죄 행위에 대해 잘 모른다는 말로 비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현씨에 대해 “병역기피자라는데 이건 심각하지 않으냐”며 “반기문 전 총장이 아무런 조치를 안 한 것이냐, 이 문제는 본격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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