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울산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시민배심원단의 공론조사를 거쳐 최종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지난 19일 고리 1호기 영구 폐쇄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2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신고리 5·6호기 문제 공론화’ 계획을 확정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새 정부는 탈원전 정책 추진의 일환으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대선공약으로 발표했다”며 “공사 중단으로 지역경제에 끼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은 만큼, 공약 그대로 ‘건설 중단’을 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그 결정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5월말 현재 종합공정률이 28.8%(실제 시공률 10.4%)인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순간 공사가 일시 중단될 예정이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완전 중단(백지화)될 경우 총손실 규모(매몰 비용)가 이미 집행된 1조6천억원을 포함해 총 2조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공론화 작업을 위해, 원전 이해관계자나 에너지 분야 관계자를 제외한 중립적인 인사 10명 이내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3개월 가동을 원칙으로 하는 공론화위원회는 최종 결정권은 없고, 공론조사 방식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종 결정은 별도로 선정할 ‘시민배심원단’이 하게 된다. 독일의 ‘핵폐기장 부지 선정 시민소통 위원회’ 방식을 참조한 것이다. 홍남기 실장은 “독일은 국민 7만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을 한 뒤 이 가운데 120명을 표본추출해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했다”며 “시민배심원단에게 충분한 정보와 토론 기회 등을 제공한 뒤 최종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론화위원회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훈령 제정과 위원 인선 등이 7월 안에 마무리되면, 이르면 오는 10월께 최종 결론이 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9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배심원제도를 운영한 적이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부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탈핵시대로 가겠다”며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보상비용, 전력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건설 허가도 받기 전에 공사·설비계약을 해 공정률을 올려놓은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는 탈원전 정책의 상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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