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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지구공학’ 기법으로 온난화 막을수 있을까

등록 2007-10-03 20:26

‘인공 화산’ 구상
‘인공 화산’ 구상
“바다 속에 파이프 띄우자” “지구 상공에 햇빛 필터를”
“과학자들 잇단 제안…“극단적 해법” “재앙 우려” 논란
온난화 위기의 해결책인가, 과학의 무모한 발상인가?

지구 온난화를 우려하는 과학자들이 거대 규모의 공학 기법으로 지구 기온 상승을 해결하자는 이른바 ‘지구공학’ 프로젝트를 잇달아 제안하면서 과학계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 하나로, 최근엔 지구를 하나의 유기체로 이해하는 ‘가이아 가설’을 제기해 유명해진 영국 과학자 제임스 러블록과 영국 과학박물관장 크리스 래플리가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편집자한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길이 100~200m 지름 10m의 대형 파이프 수천 개를 바닷속에 띄워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자는 구상(〈한겨레〉 9월28일치 16면)을 밝힌 바 있다. 수직으로 띄운 파이프를 통해 영양이 풍부한 바다 아래쪽 물을 끌어올려 표층수의 해조류 번식을 촉진함으로써 광합성을 하는 해조류가 온난화의 원인 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게 하자는 게 뼈대다. 영어로 된 300자의 짧은 편지였지만 그의 제안은 러블록과 〈네이처〉의 유명세를 타고 세계의 여러 매체들에 보도됐으며, 곳곳에서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러블록처럼 대형 공법으로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자는 과학자들의 제안은 1990년대 후반 이래 꾸준히 제기돼 왔다. 1990년 창설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지구 차원의 기온 상승을 잇달아 보고하고 온난화의 심각성이 널리 인식되면서, 지구공학 구상들은 한때 수그러들다 최근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그 가운데엔 구름의 씨앗이 되는 이산화황을 지구 성층권에 뿌리거나 지구 상공에 엄청난 면적의 햇빛 필터들을 쏘아올려 햇빛의 복사량을 조절하자는 제안들이 주목을 받았다.

지구 성층권에 이산화황을 뿌리자는 제안은 흔히 ‘인공 화산’ 구상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에서 분출된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과 화산재가 햇빛을 가려 지구 냉각 효과를 일으켰다는 사실이 과학계의 크나큰 관심사가 되면서, 높게 띄운 비행선에서 이산화황을 대기 성층권에 뿌려 ‘피나투보 인공 효과’를 얻으려는 방안들도 계속 논의돼 왔다. 피나투보 화산 폭발 이후에 이산화황은 오랫동안 성층권에 머물면서 햇빛을 차단했는데, 이 시기에 지구의 평균기온은 내려갔다.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 박사가 다시 지구 성층권에 황화합물을 뿌려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자는 주장을 펴 그 효과와 부작용에 관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지난 6월엔 로저 에인절 미국 애리조나대학 교수가 ‘우주 햇빛 필터’ 구상을 제안했다. 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구 상공에 수조 개의 작은 햇빛 필터들을 쏘아 올려 태양을 따라 무리 지어 돌게 하면 1.8%의 햇빛 차단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지구공학 연구자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두 배가 되면 온난화 효과는 지구의 97%에 영향을 끼치겠지만 햇빛의 1.8%를 차단하면 그 영향은 대폭 줄어든다는 계산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지구공학 구상들은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햇빛을 차단해 지구를 식힐 수는 있어도 온난화의 근원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는 못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며, 지구공학 구상들은 ‘극단적’ 상황에서나 시도해볼 수 있는 ‘극단적’ 해결책이고 그 해결책이 만일 실패할 땐 피해 규모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하리라는 것이다. 오재호 부경대 교수(환경대기과학)는 “온난화로 말미암아 알래스카의 전나무 숲이 장차 무성하리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실제론 함박눈이 잦아지면서 나뭇가지가 자주 부러지고 병충해가 극성을 부려 전나무 숲이 사라졌듯이, 자연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기에 이런 구상들의 위험성은 충분하고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공학에 관한 찬반 논란을 다룬 〈네이처〉의 지난 5월 특집기사에서, 지구과학자들은 “지구를 아직 다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가”, “과학의 사명은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지 자연을 바꾸는 게 아니다”라며 지구공학 구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지구공학 제안자들은 “온난화는 절박한 문제이기에 극단적 해법도 연구돼야 한다”라고 맞섰다.

오재호 교수는 “온난화 대책이 국제사회에서 ‘사회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과학이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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