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태백시 철암동 삼방마을에서 지난해 2월 겨울가뭄으로 식수가 부족해지자 이 마을 주민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고 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물을 대량 확보하면 가뭄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태백시 같은 가뭄 피해 지역은 정작 물 부족보다 높은 상수도 누수율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상수도 개선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태백/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4대강 거짓과 진실] ⑥ 물부족 해결한다는데…
‘급수대란’ 대책 옳은가
‘급수대란’ 대책 옳은가
“우리나라는 물이 풍부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해입니다. 2008~2009년에는 48개의 시·군 7만세대가 제한급수로 고생했으며, 강원도 태백지역은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손수레로 물통을 직접 운반해야 했습니다.”(한국수자원공사 4대강 사업 홍보책자 <물, 강 그리고 생명 이야기> 중에서)
정부는 이처럼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을 앞세워 “4대강 사업으로 물을 확보해야 한다”고 홍보해왔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2012년까지 16개의 보(댐)를 설치해 물 8억㎥를 확보하고, 중·소규모 댐을 만들어 2억5000만㎥,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으로 2억5000만㎥를 확보해 모두 13억㎥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을 보면, 1994년과 1995년, 2001년 두 차례 이상 생활·공업용수 제한 급수를 한 지역은 62개 시·군이다. 농촌·산간·해안 등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으로 물을 확보하면 이 지역들의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까? 2008년과 2009년 물 부족 사태를 겪은 강원 태백시를 살펴보면, 해답을 쉽게 알 수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펴낸 ‘2008년 상수도 통계’를 보면, 전국 평균 상수도 누수율은 12.2%인데, 태백시 상수도 누수율은 55.8%에 이르러 전국 평균의 4배를 웃돈다. 태백시 관계자는 “연간 생산하는 약 1400만㎥의 용수 가운데 누수 되는 양이 무려 790만㎥에 이른다”며 “새는 수돗물 가운데 430만㎥만 확보해도 5만명에 이르는 모든 시민들에게 넉넉하게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백 지역이 급수 대란까지 겪은 건 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얘기다.
태백시는 물 낭비를 줄이려고 ‘상수관망 최적관리 시스템 구축 공사’를 시작해 2014년 완공할 계획을 마련했다. 예산 654억원 가운데 257억원을 국비로 충당해도 400억원을 태백시 재정으로 감당하기는 힘에 부치지만, 태백시는 이 공사를 마치면 물 부족 문제는 풀릴 것으로 본다.
정부가 4대강 사업 명분으로 태백시를 거론하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태백시는 물이 부족하지 않을뿐더러, 4대강 물을 끌어다 태백시에 공급해줄 수도 없다.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서 낙동강 유역은 2011년 1100만㎥의 물이 남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데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서만 10억㎥를 더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영산강과 섬진강에서는 5억3600만㎥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는데도, 4대강 사업으로 1억2000만㎥를 더 확보하는 데 그친다. 결국 4대강 사업의 용수 확보 계획은 정작 물이 필요한 곳에는 물을 확보하지 못하고, 물 사정이 괜찮은 지역에는 엄청난 양을 확보하겠다는 말인 셈이다.
이성기 조선대 교수(환경공학)는 “가뭄 때 물 부족을 걱정하는 곳은 산골·섬·연안 지역으로 강 본류에선 떨어진 곳”이라며 “이 지역 주민들이 물 부족에 고통 받는 건 수량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상수도를 제대로 유지·관리할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인데도 엉뚱한 곳에서 물을 확보한다며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희 정인환 기자
박주희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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