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호 태풍 ‘바비’는 10여명의 인명피해와 수천억원의 재산손실을 낸 2012년 태풍 ‘볼라벤’과 2019년 태풍 ‘링링’과 경로가 유사하면서 강도는 더 강해 큰 피해가 우려된다. 더욱이 볼라벤은 태풍 상하층이 분리되면서, 링링은 건조공기가 태풍을 흐트리면서 약해진 반면 바비는 방해할 기상요소가 전혀 없어 서해에서 북상하는 동안에도 강풍의 강도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5일 오전 기상청의 태풍 통보문을 보면, 태풍 바비는 26일 오후 3시께 서귀포 서쪽 약 110㎞ 부근 해상에서 중심기압 945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45m, 폭풍반경 140㎞의 강도 ‘매우강’으로 발달해 시속 20㎞ 속도로 서해 쪽으로 북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태풍은 거대한 저기압이어서 중심기압 수치가 작을수록 세력이 크다. 태풍의 강도는 중심 부근 최대풍속으로 구별하는데 초속 44m 이상∼54m 미만이면 ‘매우강’, 초속 33m 이상∼44m 미만이면 ‘강’으로 분류된다. 폭풍반경은 초속 25m 이상의 바람이 부는 영역을 가리킨다.
태풍 바비는 27일 오전 3시께면 백령도 남남동쪽 약 190㎞ 부근 해상에서 중심기압 950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풍속 43m, 폭풍반경 120㎞의 강도 ‘강’을 유지한 채 시속 31㎞ 속도로 서해상에서 계속 북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때 태풍의 중심은 충남 서산에서 서쪽으로 80㎞ 지점을 지난다.
이후 계속 북진해 북한 황해도로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풍 바비의 경로는 지난해 9월6∼7일 우리나라를 강타해 3명 사망과 재산손실 334억원의 피해를 발생시킨 제13호 태풍 링링과 거의 똑같다. 또 2012년 8월27∼28일 11명의 인명피해와 6365억원의 재산손실을 낸 제15호 태풍 볼라벤의 경로와도 유사하다. 하지만 태풍 바비는 해수면 온도와 최성기 시기와 위치, 진행 속도 등에서 링링이나 볼라벤보다 강도가 훨씬 강하게 발달할 조건이어서 더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019년 9월10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하점면 한 인삼밭에서 농민들이 태풍 ‘링링’의 강풍 때문에 부서진 재배시설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제주도를 지날 때 태풍의 중심기압이 바비는 945헥토파스칼이 예상되는 데 비해 링링은 955헥토파스칼, 볼라벤은 960헥토파스칼이었다. 그만큼 바비의 세력이 크다는 얘기다. 여기에 제주도 인근 해수온이 링링 때는 26도, 볼라벤 때는 27도였는데, 지금은 29도로 더 높아 태풍이 더 강하게 발달할 수 있는 조건이다.
또 태풍 링링과 볼라벤은 대만 인근을 지날 당시 중심기압이 각각 945헥토파스칼·920헥토파스칼로 최성기를 맞아 제주도에 접근할 때는 이미 태풍 세력이 약해지는 중이었다. 반면 바비는 제주에서 가장 세력이 강해지는 최성기에 이른 뒤 서해로 진출하는 것이어서 서해상에서도 강도가 ‘강’으로 계속 유지되면서 더 위협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태풍 링링은 제주에서 황해도 상륙 때까지 12시간을 경유한 데 비해 볼라벤은 진행 속도가 느려 15시간이 걸리면서 피해를 더 키웠다. 현재 바비도 제주에서 황해도까지 경유시간이 볼라벤과 비슷한 15시간으로 예측되고 있다.
링링과 볼라벤 모두 강수에 의한 피해보다는 강풍에 의한 피해가 컸다. 링링 때는 흑산도에서 9월7일 일 최대순간풍속이 역대 5위인 초속 54.4m가 기록됐다. 볼라벤의 최대순간풍속은 완도에서 8월28일 초속 51.8m가 기록돼 역대 7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최대순간풍속 1위는 2003년 태풍 ‘매미’ 때 세워진 초속 60m이다. 볼라벤 때는 바로 이어서 8월30일 제14호 태풍 ‘덴빈’이 상륙해 강수로 인한 피해까지 겹쳤다. 당시 전국 평균강수량이 241.1㎜로 평년 대비 230%나 많은 비가 왔다.
링링 때 인명피해는 사망뿐만 아니라 23명의 부상자도 잇따랐는데, 방재중 다친 소방공무원과 경찰관도 11명에 이르렀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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