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내 지하체육관에서 주민들이 러닝머신 위를 달리며 체력단력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비만땐 과도운동 위험…능력 70%정도 바람직
코미디언 김형곤씨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중년 돌연사나 비만의 위험성이 다시 한번 관심을 끌고 있다. 비만이긴 했지만 다이어트를 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등 별다른 건강 이상을 보이지 않았던 김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 관련 전문의들은 일단 심근경색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지만 미국의 경우 돌연사 원인의 70~80%가 심근경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풍자코미디 ‘굽던’
공포의 삼겹살
심근경색등 사인 추정
처방뒤 운동하고
가슴 아프면 중단
사우나뒤엔 쉬어야 강재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인의 경우 과거 심한 비만이었으며, 최근 수년 동안 120㎏정도에서 30~40㎏를 줄였다 해도 여전히 비만인 상태였다”며 “이 때문에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 등에 이미 동맥경화가 와 있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맥경화가 있는 상태에서 심한 운동이나 장시간의 사우나 등이 고인의 심장 기능을 악화시킨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역시 “심장 맥박이 불규칙한 부정맥, 심근경색, 과격한 운동 등으로 나타나는 전해질 이상,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돌연사의 원인인데, 고인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뒤 “다만 화장실에서 숨진 것으로 봐 뇌동맥이 기형인 뇌동맥류를 가지고 있다가 이번에 혈관이 파열된 것으로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고인의 경우 심한 운동 뒤 사망해, 비만한 사람의 경우 운동 자체가 위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운동 자체가 돌연사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하거나 경쟁적인 운동 등은 오히려 갑작스런 사망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 교수는 “비만한 사람에게는 운동이 꼭 필요하지만 몸무게를 줄이겠다고 무리한 운동을 하다가는 오히려 위험하다”며 “신체검사, 체력 측정으로 전문가의 운동 처방을 받은 뒤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달리기를 할 때는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 수치로 말하면 최대 능력의 70%정도가 바람직하다”며 “기록이나 승부에 집착하다가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운동 중 가슴이 아프면 운동을 즉각 멈추고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그래도 지속되면 바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숨이 아주 차거나 어지러운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김씨는 평소 1시간 정도 사우나를 한 뒤 운동을 했다고 하는데, 이도 좋은 습관은 아니라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고 김형곤(46)씨는 지난 1980년 TBC 개그콘테스트 은상을 수상하며 방송계에 데뷔해, 한국방송 <웃는날 좋은날> <유머1번지>, 문화방송 <일요일 일요일밤에> 등에서 재치있는 언변과 정곡을 찌르는 풍자로 80~90년대 큰 인기를 누렸다. 1999년 자민련 명예총재 특별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해 2000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낙선하기도 했다. 이달 30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교민을 대상으로 코미디쇼를 펼칠 예정이었던 고인의 빈소에는 선·후배 개그맨 등 연예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유족들은 시신 기증을 약속했던 고인의 뜻에 따라 시신을 가톨릭 의대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영결식은 13일 오전 7시 서울 삼성서울병원에서 열린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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