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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하늘이 탐낸 ‘웃음 재주꾼’

등록 2006-03-12 18:22수정 2006-03-13 01:02

[가신이의 발자취] 엄용수씨 ‘김형곤을 보내며’

“온 국민이 웃으면서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방송국 심야프로그램은 코미디로 방송해야 한다. ‘웃음의 날’을 제정하고 그날 하루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웃고 지내야한다. 늘 웃는 습관을 갖도록 어릴 때부터 연습해야 한다. 준비 없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

시사풍자·개그극단 창단 등 새로운 시도
살아서는 웃음 주고 죽어서는 감동 줘

몸도, 마음도, 삶도 코미디였던 김형곤의 생전 외침이었습니다. 우리 곁을 떠날 때도 코미디언임을 인정받고자 코미디처럼 떠나갔습니다. 그의 표정과 말과 행동은 모두가 코미디였고, 언제나 코미디만을 생각했고, 코미디를 위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왜 김형곤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은 코미디가 아닌지, 왜 사실이어야 하는지 원통할 따름입니다. 코미디언 김형곤은 “진정한 코미디는 정치풍자”“현실참여가 없는 코미디언은 죽은 코미디언”이라며 시사코미디 프로를 만들어 방송의 질을 높이고 코미디 중흥을 이룩하였습니다. 대학로에 코미디 연극바람을 일으켜 많은 개그극단이 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실력 있는 후배들의 등용문이 되겠다며 신인을 발굴해 자기코너에 출연시켰습니다. 코미디클럽을 만들어 동료들과 일자리를 나누었습니다. 국내뿐 아닙니다. 이국땅 낯선 곳에서 외롭게 지내는 해외동포들은 그를 통해 맘껏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미국, 이탈리아 월드컵에 응원단을 조직해 원정 응원단장을 맡아 나라사랑 축구사랑을 실천했습니다. 칠판 하나를 소품으로 강의식 코미디를 여는 등,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내로라 하는 일류기업들도 그를 앞다퉈 불러 ‘웃음경영’을 배웠습니다. 신세대 개그맨들도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추진력에 그저 감탄할 뿐입니다. ‘공포의 삽겹살’을 비롯한 체인사업과 이벤트 프로덕션, 연극제작, 빌딩임대 등 사업가로서도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보를 접하고도 슬프다 안타깝다 조의를 표한다는 말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카네기홀 공연과 효도디너쇼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앞으로 할 일이 태산 같은 국민 코미디언을 왜 하느님은 이렇게도 일찍 부르셨습니까. 하늘에는 웃기는 재주꾼이 그렇게도 없습니까. 이주일 형님도 양종철 아우도 모두 보내드렸는데 왜 자꾸 코미디언을 데려가십니까. 돌이켜보면 나이가 많다는 한가지 이유로 인생선배라며 김형곤에게 늘 질책과 지적을 하기만 했습니다. 또 그는 넓은 마음으로 잘 따라주었습니다. 사랑한다, 훌륭하다, 멋있다는 말을 한번도 해주지 못했습니다. 오늘 이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팬들에겐 웃음을, 코미디언들에겐 용기와 희망을, 가톨릭의대에는 시신을 기증하고 태어날 때처럼 아무 것도 없이 영면의 길을 떠난 천재 코미디언 김형곤! 국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사랑 듬뿍 갖고 편히 잠드소서.

2006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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