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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강남 아줌마 사이 유행 ‘자궁경부암 백신’
27살 이상 효과 검증 안 돼

등록 2012-02-28 21:27수정 2012-02-29 10:39

한 20대 여성이 병원을 찾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최근에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의학적으로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30~50대 여성들 사이에서도 이 예방백신 접종이 유행하고 있다.
한 20대 여성이 병원을 찾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최근에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의학적으로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30~50대 여성들 사이에서도 이 예방백신 접종이 유행하고 있다.
필요한 소녀 못맞고…불필요한 아줌마 맞고…
1인당 비용 54만원…25~26살까지만 효과
제약사 등 홍보 탓 고소득층 중년들도 접종
“30~50대 여성들엔 예방효과 입증 안돼
비싸서 못맞는 10대 여아들 지원 대책 필
박아무개(46·서울 송파구 잠실동)씨는 최근 17살인 딸과 함께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찾았다. 며칠 전 다녀온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꼭 접종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모임에 나온 여성 동창들은 15명가량이었는데, 이 가운데 5명이 이 백신을 이미 맞았다고 했다. 박씨는 예전에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에 대해 들은 바가 있어 딸에게는 꼭 맞힐 계획이었지만, 자신은 맞을 생각이 없었다. 이 백신이 결혼하기 전에 접종을 받아야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들의 말을 듣고 생각이 바뀐 것이다.

예방접종 비용은 한 사람당 18만원씩 총 36만원이 들었으며, 앞으로 두번 더 맞아야 한다고 했다. 계획대로 접종을 다 받는다면 한 사람당 54만원씩 모두 108만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박씨는 “비용이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40~50대 아줌마들도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하니 마음이라도 편하자는 생각에 접종을 받았다”고 말했다. 맞벌이인 박씨 부부의 한달 소득은 1500만원가량이다. 박씨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맞은 뒤 아파트에서 만난 또래 아줌마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상당수가 벌써 접종을 받았다고 하더라”며 “사실 웬만큼 사는 사람들 중에 암을 예방한다는데 그 돈을 아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은 정부가 인정하는 필수예방접종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접종을 받았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박씨처럼 30~50대이면서 자녀를 둔 여성들 가운데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에서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접종한 이들이 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성내동의 한 소아과의원 원장은 “이 백신이 막 나왔을 때에는 주로 10대 이하의 소녀들이 접종을 받았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30~40대 접종자도 많이 늘어, 많을 때에는 하루 10명 정도가 접종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접종이 는 것은 이 제품을 만드는 제약회사들의 선전과 언론의 보도로 30~50대 여성들 사이에 입소문이 널리 퍼졌기 때문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두 제약회사에서 공급하는데, 이 가운데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2007년 국내에 들어온 이후 약 100만~120만명이 이 예방접종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이 결과는 정부의 접종 권고기준인 25~26살 이하만 조사한 것으로 30~50대 여성들도 접종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민들에게 이 예방접종은 여전히 ‘남의 일’이다. 8살, 12살 딸을 둔 이아무개(40·서울 도봉구)씨는 두 딸에게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맞혀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값이 너무 비싸 고민이다. 동네 소아과 의원에 물어보니 큰딸은 접종을 받아야 할 적정 시기이며, 비용은 50만원가량이라고 했다. 남편 월급의 4분의 1가량에 해당하는 액수다. 전업주부인 이씨는 “남편 월급 받아서 생활비 쓰고 아이들 학원비 내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것이 없다”며 “그래도 아이들이 미래에 자궁경부암에 걸리지 않을 수만 있다면 다른 비용을 줄여서라도 맞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40~50대도 이 백신을 맞으면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소아과에서 듣기는 했지만 꿈도 못 꿀 이야기”라고 했다.

빌딩 청소 일을 하고 있는 박아무개(39·서울 마포구)씨는 “12살 딸이 하나 있는데, 어릴 적에 보건소에서 하는 예방접종만 받았는데도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컸다”며 “나중에 형편이 된다면 몰라도 지금은 50만원이나 하는 예방접종을 받긴 힘들다”고 말했다.

서경 연세대 의대 교수는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30~50대 여성이 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불필요한 의료 이용으로 볼 수 있다”며 “의학적으로 접종이 필요하지만 비용 탓에 받지 못하는 10대 여아들의 접종률을 높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자궁경부암 여성의 자궁 가운데 질에 연결된 경부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많이 발생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여성 암 가운데 가장 많았으나, 2000년대부터는 크게 줄어 가장 최근 통계인 2009년에는 3700여명이 새로 진단돼 7위(전체 여성 암의 4%)로 밀려났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으로, 국내에는 2종류가 나와 있다. 권장되는 접종 나이는 11~12살이지만 백신 종류에 따라 25~26살까지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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