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17 09:13
수정 : 2018.01.17 11:36
[김인곤의 먹기살기] 매운맛이 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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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매운 맛에 열광하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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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없이 하얀 피부 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동안은 모든 여성들의 로망이다. 그래서인지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거나 ‘먹는 화장품’이라는 광고가 전혀 어색하지도 않다.
‘동동 구리무’가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 할머니들은 곡물과 야채즙, 또는 한약재를 우려낸 물 등을 화장품으로 사용했다. 음식·약·화장품에 경계가 없었다. 그래서 식약동원 (食藥同源)이고 식장동원(食粧同源)이다. 화장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물론 그 말도 맞다. 그러나 먹는 화장품이라는 논리는? ‘우리의 몸 바깥이나 안이 모두 피부다’라는 전통의학적 명제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을 밖으로 둘러싸고 있는 피부는 외피부, 몸속에서 음식물과 접촉하는 피부를 내피부인데 손톱이나 머리카락, 체모 등은 외피부의 변형이고 주름진 위 내벽이나 융모로 뒤덮인 소장내부의 점막등은 내피부의 변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외피부를 깨끗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피부병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 더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하는 것처럼 유해물질이 포함된 음식물을 먹으면 짧게는 배탈이 나지만 몸속에 쌓이면 큰 병이 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 이처럼 인간의 몸을 극도로 단순화시킨 단세포적 관점은 자연의학에서 가장 강력한 자가치유법으로 알려진 단식의 핵심 개념이 된다.
단식의 목표는 숙변제거인데, 숙변이란 대장의 꽈리처럼 불규칙하게 부풀어진 부분(게실)에 고여 미처 배설되지 못하고 있는 음식물 찌꺼기들. 이런 상황을 외피부에 비유하면 손톱 밑에 낀 때, 혹은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 묻은 온갖 불결한 것들을 씻지 않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화장품업계의 말을 빌리면 소비자들의 첫 번째 요구가 미백효과 그 다음이 건강 효과라고 한다. 건강미인이라는 건 말 뿐이다. 하긴 여성들이 좀 더 하얀 피부를 원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색인종은 물론이고 백인여성들도 말그대로 백색미인이 되기위한 노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중세 유럽에서 일부 여성들이 보다 더 희고 투명한 피부를 갖고싶어 자청해서 결핵균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다. 폐병이라고 불리는 결핵환자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희고 투명한 그래서 창백한 피부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서 피부는 음양오행론식 분류법에 따르면 폐·대장과 함께 금성(金性)에 속한다. 그래서 코·기관지·폐를 포함하는 호흡기계통 기능이 약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피부색이 희고 두께도 얇으며 땀도 잘 흘리지 않는다.
과거에 비하면 요즘 젊은이들의 얼굴색은 남녀를 불문코 희다. 야외활동이 줄고 자외선 차단제를 열심히 바르는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환경오염이 우리 젊은이들의 호흡기계 기관들을 약하게 하고 그 결과로써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 그래서 부족한 금성에너지를 음식으로 보충하기 위한 본능으로 같은 금성인·매운맛 에 중독된다는 논리. 청양고추로도 부족해 고농도 캡사이신을 잔뜩 넣은 ‘열지옥 매운맛’이 유행하는 현실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비염이나 아토피는 물론이고 사라졌던 법정전염병 결핵이 다시 등장하는 지금 우리는 매운맛에 점령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살고 있다.
김인곤(수람기문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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