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06 11:01
수정 : 2018.05.06 11:12
정신질환 관련 몇가지 중요한 질문들
병 관리하는데 배우자 역할 중요
정신과 약 무조건 피해선 안돼
보험 가입 거부하면 명백한 불법
‘뇌부자들’은 “덕분에 정신과 병원에 갈 용기를 내게 됐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을 지우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오해를 푸는 데 중요한 질문들, 쉽고도 어려운 물음들에 뇌부자들이 답한다.
■ 정신과 약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게 좋다던데…
치료 효과로 보자면 면담은 ‘칼,’ 약물은 ‘총’에 비유할 수 있다. 진료하다 보면 진짜 약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예전과 달리 이젠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은 약들이 너무나 많이 개발됐다. 정신과에서 처방하는 약물은 크게 세르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항우울제, 불안·불면증에 쓰는 항불안제, 환청·망상 등에 쓰는 향정신병 약물, 이렇게 세가지로 나뉜다. 약물 종류와 쓰임새가 아주 넓기 때문에 정신과 약물을 다 싸잡아서 ‘먹으면 안 좋다’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약에 따라 졸리고 멍해지고 살찌는 부작용이 있을 순 있지만 세상에 부작용 없는 약은 없다.
정신과 약물을 계속 먹으면 치매가 걸린다는 얘기도 있는데, 증상 조절이 안 되면 뇌 기능이 더 퇴행하기 때문에 약물을 복용하는 게 치매 예방에 더 낫다. 증상에 따라 일시적 우울·불안 등이 호전되면 약물을 끊기도 하지만, 이 역시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의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 결과를 보면, 조현병·조울증 등에 쓰는 향정신병 약물은 첫 발병 땐 1년을 유지하고 세번째 발병 이후엔 평생 먹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고혈압 약처럼 평생 먹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하다. 약을 먹냐, 안 먹냐보다는 증상이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
■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데 결혼해도 될까요?
정신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다면, 고혈압·당뇨병 등의 질환과 마찬가지로 결혼 상대자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신병을 관리하려면 약물치료, 주변 사람들의 위로와 지지가 필요한데 배우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결혼 전에 함께 주치의를 찾아 조언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치의와 환자의 신뢰관계가 깊어서 의사가 결혼식 주례를 서는 경우도 봤다. 그러나 정신병을 앓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나에 비해 너무 아깝다, 나는 못났다’라고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이런 생각이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배우자의 가족에게도 알려야 하느냐는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가족에겐 알리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사는 커플도 있다. 책임 주체는 부부 두 사람이라고 본다.
■ 정신과 진료기록이 남으면 불이익이 없나요?
뇌부자들에게 오는 메일 중 10%가 이런 질문일 만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취업 과정에서 고용주가 병원 진료 기록을 조회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 병원 의무기록시스템은 통합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 기록은 의사만 볼 수 있다. 국가정보원·청와대·항공사(조종사) 등 특수한 기관 취업이 아니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보험에선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신질환은 국제적 질병분류기준상 에프(F) 코드로 분류된다. 알코올성 간질환(K 코드)은 보험료를 지급받고 알코올의존증(F 102)은 보험료 지급이 안 되는데 이는 명백한 차별적 관행이어서 정부의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 단지 에프 코드가 있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부하면 불법이므로 이 경우엔 보험사에 공식 답변을 요청하고 문서로 남겨서 국가인권위원회, 금융민원센터, 보험소비자연맹 등에 분쟁상담을 신청하라.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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