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19일 실직한 타이 출신 노동자 라문(35)이 3일 경남 창원시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서 실업급여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2만명 이상이 실업급여에 가입돼 있지만, 정보의 부족으로 이제까지 혜택을 받은 사람은 20명에 불과하다. 창원/연합뉴스
‘구조조정 1순위’ 서러운 외국인노동자
보험료 일괄징수하면서 행정서비스는 허술
고용보험 가입자 2만명…수령자는 20명뿐
보험료 일괄징수하면서 행정서비스는 허술
고용보험 가입자 2만명…수령자는 20명뿐
2006년 3월부터 경남 김해의 중소기업에서 일한 타이 출신 여성 노동자 라문(35)은 지난해 10월19일 직장을 잃었다. 경기불황으로 일감이 줄자 회사가 외국인 노동자부터 내보냈기 때문이다. 몇 달째 새 직장을 구하러 다니다 최근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를 찾은 라문은 다달이 7천여원씩 고용보험료를 냈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전까진 실업급여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다.
베트남 출신 노동자 르반베(29)도 지난해 12월26일 해고됐다. 그도 최근 상담소를 방문해서야 실업급여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르반베는 “아내는 그냥 베트남으로 돌아오라고 하지만, 실업급여만 받을 수 있다면 새 직장을 구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보험에 6개월 이상 가입한 사람은 실직하면 누구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은 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것은 물론이고 실업급여 제도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를 보면, 4일 현재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허가제 대상 4720명을 포함해 2만398명이다. 한때 5만명을 넘었으나 외국인 대상 고용보험 제도가 2006년 의무가입에서 임의가입으로 바뀐 뒤 고용주들이 가입을 꺼리는 바람에 가입자가 줄었다. 그러나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실업급여를 한번이라도 받은 사람은 2004년 8월17일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현재까지 통틀어 20명에 지나지 않는다.
종합고용지원센터 담당자는 “내·외국인 구분 없이 실직하면 고용보험 가입 기간과 퇴사 사유 등이 적힌 퇴사통지서를 우편으로 보낸다”며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는 주소가 파악되지 않아 업체로 퇴사통지서를 보내는데, 업체가 이미 퇴직한 사람에게 퇴사통지서를 제대로 전달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전국 44개 외국인 지원단체와 함께 이달 말까지 실업급여 수급 대상 외국인 노동자를 찾아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제도개선 운동도 펼치기로 했다. 이철승 상담소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요즘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해고 1순위 처지에 있지만, 홍보 부족으로 실업급여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실업급여 혜택에서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행정서비스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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