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불법파견 투쟁 10년…사용자들은 버티기만

등록 2012-10-21 20:22수정 2012-10-22 08:36

파견·도급 둘러싼 ‘불법’ 근절
현대차 결과 따라 큰 전환점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철탑 농성’을 불러온 불법파견 문제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부각된 것은 10여년 전부터다.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기업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1998년 파견노동이 도입되면서 노동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일은 원청회사 사업장에서 하지만 근로계약은 하청회사와 맺는 전근대적 고용형태인 ‘간접고용’(파견과 도급)이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 그 무렵부터다. 파견계약은 원청 사업주가 파견노동자에게 일을 시킬 때 지휘·감독을 할 수 있다. 대신 2년 이상 일한 노동자는 원청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도급(하청)은 원청회사가 지휘·감독을 할 수 없는 만큼, 아무런 법적 보호 장치가 없다.

문제는 사업주들이 겉으로는 도급계약을 맺어 놓고 실제로는 하청 노동자를 지휘·감독하는 등 파견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견계약에 대해선 법적 규제가 심하니까 ‘눈속임’(도급으로 위장)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불법파견이 된다. 고용불안이 심했던 하청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에 대해 잘 몰랐고, 알아도 불이익이 두려워 저항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0년 11월 에스케이(SK)와 도급계약을 맺은 인사이트코리아에서 물류업무를 맡았던 하청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하고, 노동위원회에서 불법파견이 인정되면서 ‘불법파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불법파견이 인정되면 하청 노동자 신분에서 정규직으로 고용형태가 바뀌기 때문에,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렸던 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적극 투쟁에 나섰다. 반면 사용자들은 버티기로 일관했다. 2004~2006년 한국지엠, 하이닉스·매그나칩 등 수많은 불법파견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집단유서까지 쓰면서 격렬하게 저항했으나, 회사는 꿈쩍하지 않았다. 사용자에 대한 처벌도 미약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하청 노동자들은 결국 투쟁을 접어야 했다.

그나마 조직력이 강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대량해고와 구속, 손배·가압류 등 사쪽의 탄압에 맞서 올해로 8년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은 불법파견 여부를 가르는 파견과 도급의 기준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전환점이 된다는 측면에서 노동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대법원은 2010년 7월과 올해 2월 현대차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대법원의 기준대로라면 현대차 생산공정은 불법파견으로, 하청 노동자 8000여명은 이미 현대차 정규직”이라며 “불법파견을 인정받지 못한 채 사쪽이 제시한 ‘3000명 신규채용’안을 수용할 경우 대법원 기준은 무용지물이 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3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41.2%가 현대차처럼 사내하청을 사용하고 있고, 대법원 기준에 비췄을 때 상당 부분 불법파견 혐의가 짙다. 오민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현대차 투쟁에서 패배하게 되면 우리 사회에서 불법파견 문제는 더이상 쟁점이 되기 어렵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처우는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박근혜 회견 본 김지태씨 유족 “아버지 ‘부정축재자’로 몰다니…”
최필립 “물러날 뜻 없다” 완강…‘박근혜 해법’ 원점으로
“사료비 대려 소 내다팔아야” 참담한 ‘돌려막기’에 한숨만
야근은 밥먹듯, 월급은 띄엄띄엄…“욕만 나와” “너도 그래?”
새거 뺨치는 ‘무늬만 중고폰’ 어때?
김기덕 “세상의 ‘잡놈’들에게 ‘너 자신을 믿어라’라고 말해주고 싶어”
똥을 흙에 파묻는 고양이, 깔끔해서 그럴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