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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현대차 ‘불법파견’ 8년만에 시인…‘인정 범위’ 줄다리기 예고

등록 2012-11-14 08:28수정 2012-11-14 09:51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8일 저녁 울산 북구 명촌동 현대자동차 인근 최병승(36)씨 등의 고공농성장 앞에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울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8일 저녁 울산 북구 명촌동 현대자동차 인근 최병승(36)씨 등의 고공농성장 앞에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울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법원 판결 ‘모르쇠’로 일관
철탑농성 등 사회적 쟁점 확산
현대차 비난여론 갈수록 커지자
“협상 통해서 풀겠다” 급선회
노조는 “생산공정 전체가 대상”
현대차는 대법 기준 엄격히 적용
15일 예정 교섭서 최대쟁점 될듯
현대자동차가 8년 만에 자동차 생산공정의 불법파견을 사실상 인정한 것은 불법적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한 데 대한 사회적 비난을 더 이상 감수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법원과 고용노동부, 노동위원회까지 현대차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한 상황인데도 현대차는 버티기로 일관했고, 이에 사내하청 노동자 2명이 철탑 고공농성을 벌이자 현대차에 대한 비난이 확산됐다. 현대차가 결국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나선 만큼, 어디까지를 불법파견으로 볼지가 앞으로 노사 교섭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정규직·비정규직 노조의 교섭은 15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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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파견’ 인정 왜? 현대차는 불법파견 문제에 있어서는 사실상 ‘사회적 고립’에 처한 상태였다. 현대차가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며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해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 시민사회, 노동부 장관까지 나서 강하게 비판했다. ‘불법 사업장’으로 낙인이 찍혀 기업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철탑 고공농성 이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각계의 연대도 힘을 받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김상록 정책부장은 “현대차 문제가 사회·정치적 쟁점이 되니까 회사가 불법파견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문제 해결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차피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 중에서 ‘3000명+알파’를 정규직으로 채용할 생각이 있는 상태였다. 그동안 불법파견 인정을 꺼려왔던 데는 도대체 어디까지를 불법파견으로 봐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생산공정 전체가 불법파견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현대차는 사내하청 사용 이유에 대해 비용보다는 노동유연성이 우선한다고 누차 밝혀왔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규직 해고가 어려운 만큼 사내하청이 일정 규모는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등 ‘양보’를 하면서, 불법파견 규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교섭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규직 충원 규모를 ‘3000명+알파’로 유지하되,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 전환과 신규 채용을 병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불법파견 범위 격론 예고 현대차에서 어디까지를 불법파견으로 볼 것인지는 좁게는 제조업, 넓게는 전 산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300인 이상 기업 41.2%가 사내하청 노동자를 쓰고 있다. 파견으로 인정을 받으면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가 정규직으로 180도 바뀐다는 측면에서 영향이 크다.

현대차는 대법원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법원이 제시한 불법파견 기준 모두를 만족하는 하청 근로자만 불법파견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아낸 최병승씨는 자동차를 조립하는 의장라인에서 정규직과 섞여 일을 했는데, 이런 조건을 꼼꼼하게 따지겠다는 것이다. 자동차 생산공정은 조립, 도장, 프레스, 품질관리, 엔진 등 다양한 공정으로 이뤄져 있다.

반면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대법원과 고용노동부의 경우 현대차(원청)가 하청 노동자에 대해 지휘·명령을 했는지 여부를 불법파견의 기준으로 보고 있으므로, 이런 점에 비추면 생산공정 전체가 불법파견이라고 보고 있다. 7700여명의 생산직 하청 노동자가 모두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는 얘기다. 실제 대법원은 하청 노동자 최씨의 사건을 다루면서 최씨 1명이 아닌, 현대차 생산공정을 불법파견으로 봤다. 대법원은 “현대차는 사내협력업체의 근로자들(하청 노동자)에 대한 일반적인 작업배치권과 변경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작업량과 작업 방법, 작업 순서 등을 결정했다”며 “사내하청업체 소속 현장관리인 등이 하청 노동자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고 해도 이는 현대차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결했다.

또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컨베이어벨트 좌우에 정규직과 함께 배치돼 현대차 소유의 생산 시설 및 부품 등을 사용하고, 현대차가 미리 작성해 교부한 각종 작업지시서 등에 의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봤다. 현대차가 하청 노동자에게 지휘·명령을 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노동부도 2004년 현대차 울산·전주·아산 공장의 127개 사내하청업체 9234개 모든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바 있다.

김소연 김경락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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