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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21세기 슬픈 초상…‘플랫폼 노동자’를 아시나요

등록 2017-04-06 21:01수정 2017-04-07 12:07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0대 배달사장의 비애
대행업체 ‘콜’ 받고 배달하지만
근로계약 아닌 위탁계약 맺어
법적 신분은 개인사업자 분류

온종일 주당 72시간 일하지만
오토바이 유지비 등 자부담탓
손에 쥔 돈은 한달 100여만원
인천에 사는 17살 김지명(가명)군은 지난해 11월 아버지와 다투고 집을 나왔다. 가진 건 스마트폰 한 대밖에 없었던 김군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친구의 권유로 오토바이 면허를 따서 음식배달일을 시작했다. 김군이 일했던 곳은 일반 음식점이 아니라 ‘배달대행업체’ 지사였다. 배달대행업체들은 회사가 개발한 스마트폰 앱을 배달원들에게 깔아주고, 배달원들은 앱에서 콜을 받아 음식점과 고객을 오가며 배달을 대행한다. 배민라이더스·바로고·부릉·제트콜 등 배달대행업체는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김군은 업체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일을 했다.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주 6일, 주당 72시간을 일하며 배달 1건당 3000원 남짓 수수료를 받아 한달에 200만원을 벌었다.

그 수입은 온전히 김군의 것이 아니었다. 한달 30만원 오토바이 리스료와 기름값, 수리비, 30분 안에 배달하지 못하면 물어내야 하는 음식값 등을 모두 본인이 부담했던 탓이다. 이를 빼고 나니 손에 쥔 돈은 100여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같은 시간을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했다면, 주휴수당과 야간·휴일수당을 빼더라도 173만원을 훌쩍 넘겼을 것이다. 넉달을 일했지만 150만원짜리 중고 오토바이 한대 겨우 산 것 말고는 남은 돈이 없다. 김군은 일을 그만두기 전 교통사고로 2주 동안 병원에 입원해야 했지만 산업재해 처리도 받지 못했다. 2월16일 <한겨레>와 만난 김군은 “일할수록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 앞으론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배달대행앱, 대리운전앱(카카오드라이버), 가사노동 중개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법과 행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김군이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해 가며 일했지만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았던 이유는 그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업체와 ‘근로계약’ 대신 ‘위탁계약’을 맺은 김군의 법적 신분은 ‘개인사업자’였다. ‘자영업자 사장님’이 된 셈이다. 김군이 일했던 업체뿐만 아니라 <한겨레>가 취재한 대부분의 배달대행업체들은 위탁계약 방식으로 사람을 쓴다. 한 대형 배달대행업체 직원은 “우리는 앱을 통해 기사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구실을 할 뿐 배달원들이 원하는 만큼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와 노동자 관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레미콘 노동자나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특고)처럼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배달대행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한 갈래로 평가받는 ‘공유경제’ ‘온디맨드 경제’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탄생한 새로운 고용형태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플랫폼 이코노미의 확산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플랫폼 노동자는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의 경계에 서 있다”며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사회보장 제도를 확대하는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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