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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넷마블 체불’ 잡아낸 디지털 포렌식…노동법 위반 꼼짝마!

등록 2017-08-06 20:31수정 2017-08-07 11:04

컴퓨터 사용기록·식대 내역 등
초고속 데이터 분석으로 적발
파리바게뜨 ‘근로시간 꺾기’도
별도 서버 원데이터로 밝혀내

서울 노동청 1대엔 인력 2명뿐
전국 의뢰 몰려 장비 확충 시급
이상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디지털증거분석팀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한 통신자료 분석 기법을 시연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상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디지털증거분석팀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한 통신자료 분석 기법을 시연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8층 광역근로감독과 한쪽에 마련된 디지털증거분석팀(포렌식팀)의 작은 사무실. 지난 1일 이곳을 찾았을 때 컴퓨터 모니터가 가장 먼저 눈길을 잡았다. 모니터에는 이름과 건물 출입 기록, 통상시급이 적혀 있는 셀들이 빼곡한 엑셀 프로그램이 띄워져 있었다. 이상철(40) 포렌식팀장이 마우스를 클릭하자 개인별 근무시간, 법정노동시간 초과 시간, 미지급 연장근로수당 등이 주르륵 떴다. 이런 셀이 수십만개 담겨 있다.

엑셀에 입력된 자료들은 포렌식팀이 근로감독 대상 기업의 출입 기록과 임금지급 내역 등을 통째로 디지털로 복사해와 분석한 것이다. 현행법상 사용자들이 노동자 근로시간을 기록할 의무가 없어 회사에서 “근로시간 기록이 없다”고 말하면 사실상 장시간 근로를 적발할 방법이 없던 상태였다. 기록이 있다고 해도 큰 회사의 경우 수백~수천명의 출퇴근 대장을 일일이 분석하려면 근로감독관이 며칠 밤낮을 새워야만 했다.

그러나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장시간 노동 적발, 미지급 임금 계산 등 ‘인형 눈알 붙이기’와도 같았던 분석 작업을 한번에 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지난 5월엔 게임업체 넷마블의 계열사 12곳에서 전체 노동자 3250명 가운데 63.3%에 이르는 2057명의 법정노동시간 초과와 연장근로수당 44억원 체불을 적발해냈다. 포렌식팀이 근로시간 산정에 근거가 되는 건물 출입 기록 880만건, 시스템 접속 기록, 컴퓨터 사용 기록, 야근 교통비 및 식대 지급 내역 등을 모두 찾아내 분석한 결과다. 협력업체 제빵기사들의 퇴근 시간을 전산 조작해 연장근로수당을 축소 지급한 혐의를 받는 파리바게뜨를 근로감독할 때도 포렌식팀이 노동자들이 직접 입력한 출퇴근 시간 원데이터를 별도의 서버에서 찾아냈다. 파리바게뜨 협력업체들은 포렌식팀이 찾아낸 기록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에게 연장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은 임금체불뿐만 아니라, 보안카메라(CCTV)나 스마트폰, 통화 기록을 분석해 부당노동행위, 취업방해 사건의 증거를 찾아내거나, 회사 전자우편이나 그룹웨어를 통째로 분석해 불법파견의 증거를 찾기도 한다. 이미 서버에서 삭제된 증거물 복원도 가능하다.

사실 디지털 포렌식은 검찰이나 경찰에서는 십수년 전부터 중요 수사기법으로 활용돼왔다. 그러나 고용부의 근로감독·수사에서 활용된 것은 고작 1년밖에 안 됐다. 팀이 꾸려진 것이 지난해 3월, 장비·공간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것이 지난해 7월이다. 고용부 전체에 디지털 포렌식 장비는 서울청에 ‘1식’뿐이고, 전담인력도 이상철 팀장과 팀원 1명뿐이다. 포렌식팀의 성과가 입증되면서 일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7~12월 포렌식팀이 수행한 증거분석은 30건이지만, 올해는 7월말까지 벌써 147건에 이른다. 이상철 팀장은 “한달 출장이 11일에 이를 정도로 1년 동안 전국에 안 다녀본 곳이 없다”며 “팀원이 2명뿐이라 증거물을 입수한 뒤 결과 보고서를 쓰는 데도 시간이 빠듯해 분석이 늦어지고 근로감독도 늦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내년 본예산에 서울청 외 지방청 5곳, 지청 2곳에도 포렌식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논의하는 중이다. 정병진 광역근로감독과장은 “기업의 노무관리가 전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포렌식 장비·인력을 확충해 일선 근로감독관들이 수사·조사를 넘어 예방 감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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