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전 11시 37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에스티엑스조선해양에서 건조중이던 화물운반선 내 아르오(RO)탱크가 폭발해 소방본부 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경남 창원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하청노동자 4명이 숨진 가운데 에스티엑스조선이 사고가 발생한 밀폐공간 작업에 대한 감시업무를 도급을 줬으나 해당 도급업체는 휴일을 이유로 아무도 출근하지 않아 작업현장에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청인 에스티엑스조선은 감시인이 없는 상태에서 작업을 허가한 것으로 확인돼, 원청의 안전관리 허술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2일 오전 에스티엑스조선 정규직 노조가 가입된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동조합연대 안전보건담당 간부들은 20일 발생한 사고 원인 등을 분석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금속노조는 “위험작업 신청·허가서를 검토한 결과, 허가돼서는 안 될 작업이 허가됐다”고 주장했다. 숨진 노동자 4명은 건조 중인 선박 안쪽, 밀폐된 유류 탱크 안쪽 도장 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사업주는 노동자가 밀폐공간에서 작업하는 동안 작업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인을 지정해 밀폐공간 외부에 배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에스티엑스조선은 밀폐작업 감시업무를 ㅈ업체에 도급을 줬으나, 이 업체는 휴일을 이유로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 안전을 강조하는 발주사의 요청으로 원래 하청업체에서 담당하던 감시업무를 제 3의 업체에 도급으로 맡긴 것인데, 감시인을 맡을 사람이 없으면 작업을 허가해서는 안 됐음에도 에스티엑스조선 안전보건환경(HSE)팀은 작업을 허가했다. 이에 대해 에스티엑스조선 홍보팀 관계자는 “밀폐공간 작업 감시업무를 도급을 준 것은 맞다”면서도 “해당 작업에 대한 안전관리는 원청 안전보건환경팀에서 순찰하며 이뤄졌고, 협력업체에서도 안전관리자 겸 작업관리자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전관리자’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규정한 ‘감시인’은 엄연히 달라 경찰 수사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노동자들이 소지하고 있던 손전등이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폭 기능’이 없는 제품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노조는 “작업현장에 비치된 ‘방폭등’이 방폭 기능이 있는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입장문에서 “회사에 설치 제품의 안전인증서를 제출을 요구하고 안전인증서를 받아 보았으나, 회사로부터 제출된 제품 안전인증서는 참사 현장에 설치된 조명등과 다른 제품임을 확인되었다”며 “안전규격에 적합한 방폭등 이었는지 의문이며, 고용노동부와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도장 작업 중에 정전기로 인한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전화’, ‘제전복’ 역시 노동자들에게 지급되지 않았다. 이 역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위배된다.
숨진 노동자들이 에스티엑스조선의 협력업체 ㄱ기업 소속이 아니라 협력업체가 재하도급을 준 업체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물량팀’ 소속 노동자였던 셈이다. 노조는 “숨진 노동자 4명의 근로계약서 서명 필적과 에스티엑스조선의 안전교육관리 서명지의 서명 필적이 육안으로 보기에도 확연히 다르다”며 “ㄱ기업이 도장업무를 재하도급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명을 위조한 것이 아닌지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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