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노동자’ 가운데 상당수는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구주이거나 그 배우자, 곧 ‘핵심 소득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의 주요 소득원이 아니기에, 최저임금을 올려봤자 ‘근로빈곤’을 크게 개선하기 어렵다는 ‘최저임금 비판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조사 결과다. 일부에서 최저임금 노동자를 ‘알바’로 깎아내리고 이들을 영세자영업자와 갈등 관계로 몰아넣으려고 시도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최저임금이 가구의 주요 생계비라는 사실은 중요한 시사점이다.
30일 <한겨레>가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조사(17~19차) 결과를 살펴보니, 최저임금의 95% 이하를 받는 노동자 가운데 상당수(76.5%)는 가구주(43.7%)와 가구주의 배우자(32.7%)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타 가구원 비율은 23.5%에 그쳤다. 한국노동패널조사에서는 가구주와 그 배우자를 가구의 ‘핵심 소득원’으로 분류한다. 가구주 비율에는 1인 가구도 포함된다.
‘최저임금 수준’(최저임금의 95~105%)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면, 핵심 소득원 비율은 78%까지 올라간다. 그 가운데 가구주는 40.3%, 가구주의 배우자는 37.7%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수준(최저임금의 105~125%)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영향을 받는다. 이 구간에 해당하는 노동자 가운데 핵심 소득원은 전체의 83%에 이른다. 한국노동연구원은 1년에 한 번씩 노동패널을 대상으로 경제활동과 노동시장 이동, 소득활동 등에 대한 추적조사를 하는데, 이번 조사 결과는 2014~2016년 평균치다. 최저임금위원회 통계를 보면, 2016년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노동자는 342만명(전체 노동자의 18.2%)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크게 오르자, 한편에서는 ‘아르바이트 시급’ 정도 구실을 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주요하게 부각했다.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노동자 대부분은 ‘용돈벌이’를 하는 노동자, 곧 중산층의 보조 소득원이기에 최저임금을 올려도 근로빈곤 완화나 임금격차 해소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게 주된 근거였다.
이번 한국노동패널조사는 이런 ‘최저임금 비판론’에 정면으로 맞선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거나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가구 안에서 보조 소득원이라기보다 핵심 소득원일 때가 훨씬 많고,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근로빈곤 가구의 안정적 생계 유지를 위해 그만큼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뜻한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이 개인을 넘어 가구 단위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노동자의 상당수가 핵심 소득원인 만큼,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저소득 가구의 가계소득을 늘릴 수 있는 직접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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