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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4인 이하 사업장도 ‘법대로’ 일하고 싶다

등록 2018-03-06 05:01수정 2018-03-06 21:06

근로기준법 예외…유급휴일 등 없어
최근 국회 통과 노동단축도 남얘기
358만7천명 노동자 보호 못받아

전문가 “제도개선 논의 시작할 때”
정부도 국정과제로 개선방안 추진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18년 건설노조 안전기원제’에서 장옥기 전국건설노조 위원장이 축문을 읽은 뒤 태워 올리고 있다. 전국건설노조는 터밟기 풍물굿, 지전춤, 고사반을 통해 건설 현장의 안전을 기원했다. 또 투쟁결의문을 통해 ‘노동중심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소형 타워크레인 규제대책 마련’, ‘건설현장 재해 발생 시 원청·발주처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18년 건설노조 안전기원제’에서 장옥기 전국건설노조 위원장이 축문을 읽은 뒤 태워 올리고 있다. 전국건설노조는 터밟기 풍물굿, 지전춤, 고사반을 통해 건설 현장의 안전을 기원했다. 또 투쟁결의문을 통해 ‘노동중심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소형 타워크레인 규제대책 마련’, ‘건설현장 재해 발생 시 원청·발주처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무역업체에 다니는 3년차 직장인 ㄱ씨는 지금까지 연차휴가를 써본 적이 없다. 근로기준법은 연 80%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 15일 이상 연차유급휴가를 주도록 하고 있지만 ㄱ씨에겐 남 얘기다.

개인병원 간호사 ㄴ씨는 최근 일을 시작한 지 한 달만에 해고됐다. 원장은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이번 달까지만 하고 그만두라”고 말했다. 법상 해고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불가능한데도, ㄴ씨는 보호를 받지 못했다.

모두 노동단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상담 사례들이다. 이들이 연차휴가를 쓰지 못하거나 이유 없이 해고된 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상시노동자 4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국회는 주 52시간 노동상한제와 공휴일 유급휴일 보장 등을 담은 개정법을 통과시켰지만,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들에겐 남 얘기일 뿐이다. 사업장 규모만으로 노동자 권리를 제한하는 현행 근로기준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4인 이하 사업장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기준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무하는 임금노동자는 358만7천명에 이른다.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138만원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 257만원의 절반 수준이고, 시간당 임금도 8245원으로 전체 평균 1만3456원에 턱없이 못미친다. 이들 가운데 유급휴가가 주어지는 이는 23.9%(전체는 60.2%), 초과근로수당을 받는 이는 15.0%(전체 47.3%)다.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유급주휴일이나 휴게시간 보장 등 일부조항만 4인 이하까지 ‘예외적용’한다. 법정노동시간(주 40시간) 제한이나 연장·휴일·야간 근로수당 지급, 연차유급휴가 보장, 해고로부터의 보호 등은 4인 이하 사업장엔 적용되지 않는다. 노상헌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세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는 임금·초과근로·산업안전 측면에서 법 적용이 가장 필요한 곳임에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적용제외 범위는 몇차례 법개정을 거치며 조금씩 축소돼 왔다. 현행 ‘4인 이하 사업장 적용제외’는 20년 전인 1998년 개정법에 따른 것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에 대해 영세사업장의 지급능력과 정부의 근로감독 행정력의 한계 등을 들어 합헌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는 “4인 이하 사업장의 모든 사업주가 지불능력이 없다고 전제하고 근로기준법 주요규정을 적용 배제하는 것은 법 정책적으로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상헌 교수도 “감독능력 부족을 이유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제외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방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등 적용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2012년 국회입법조사처의 ‘근로기준법 적용범위 확대방안’ 보고서는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노동관계법 적용을 배제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독일·프랑스가 종사자 수에 따라 해고 규정을 완화하긴 하지만 이는 고용부담을 덜어줘 고용을 촉진시키려는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20년 동안 변화 없는 제도의 개선을 논의 할 때라고 지적한다. 최석환 명지대 교수(법학)는 “2010년 모든 사업장에 퇴직금이 전면적용되는 등 다른 노동관계법의 적용제외가 해소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근로기준법 개정도 논의를 시작해야한다”라고 말했다. 노상헌 교수도 “20년이 지난 지금도 영세사업장의 지급 능력의 한계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주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합리적 개선방안 마련’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시간 단축에 국한할지, 다른 적용제외까지 손볼지 등에 대해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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