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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 “최저임금 올라도 고용 안줄어”…사 “자영업 더이상 못버텨”

등록 2018-07-13 04:59수정 2018-07-13 07:04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토론회
노동-경영계 목소리 들어보니

‘1만원-동결’ 인상폭 놓고 이견 팽팽
노동계 “임금 오르면 소비도 늘어
최저임금 경제영향 뚜렷하지 않아”

경영계 “자영업자 수익 한계상황
통계 해석보다 현장의 호소 들어야”

경제구조 문제 ‘공감’…처방은 달라
노동계 “기업 임금 올리고 구조개혁
경제 패러다임 바꿔 사회권 보장을”

경영계 “고부가가치 산업역량 육성
소득주도 성장 실험 전면 재고해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연 최저임금 관련 집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김한별 알바노조 인천지부장, 윤윤규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 사회를 맡은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연 최저임금 관련 집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김한별 알바노조 인천지부장, 윤윤규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 사회를 맡은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할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노사 양쪽은 커다란 의견 차이만 확인했을 뿐 이후 한 발자국도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자위원들은 1만790원(43.3% 인상)을, 사용자위원들은 동결(7530원)을 내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하자는 안이 부결되고 난 뒤 사용자위원들은 아예 회의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지난 10일 <한겨레>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주최로 집담회를 열어 올해 최저임금 큰 폭 인상 뒤 현장의 목소리,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 등에 대한 노사의 의견을 들어봤다. 노사 모두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이해하면서도 이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집담회에는 노동계 토론자로 김한별 알바노조 인천지부장과 윤윤규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이, 경영계 토론자로는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과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경영학)가 참석했다. 집담회 사회는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이 맡았다.

최저임금 ‘1만원’ 대 ‘동결’…팽팽한 노사 노사 양쪽의 토론자들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김한별 지부장은 “7530원은 여전히 저임금이다.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정과 맞물려 어떠한 장기적 계획도 짜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노동자가 받는 돈은 어디로 증발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소비된다. 최저임금 1만원은 아직 유효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계 쪽 김삼희 부연구위원은 “100만명이 넘는 자영업자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면서 최저임금도 못 건진다. 인건비 비중이 더 커지면 견뎌낼 자영업자가 없다. 여력이 생길 때까지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배경에는 올해 최저임금 큰 폭 인상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가 자리잡고 있다. 김 지부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고용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실제로는 노동시간이 조금 줄었을 뿐 일자리가 사라지는 사례는 보기 어려웠다. 도리어 체불임금을 받아내려는 노동자가 늘어나는 등 권리의식이 커지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윤윤규 연구위원은 “실증연구 결과를 보면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는 나타나도 고용감소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의 위기는 주로 ‘1인 자영업’에서 나타나고 있어, 모든 게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예단하기 어렵다”고 김 지부장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최저임금이 경제에 미친 영향이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현재 부정적인 경제지표는 최저임금과 무관하게 나타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영계 쪽 토론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김 부연구위원은 “과당경쟁 속에서 현상 유지도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니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거나, 직원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한계에 내몰린 상황이라 최저임금 인상이 당장 자영업자들의 수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허희영 교수도 “10만명 밑으로 떨어진 월별 취업자 수는 최저임금 부작용을 보여주는 명백한 지표다. 최저임금 미달률이 13%대에 이르는데 원인은 소상공인 지불 능력 부족에 있다. 정부는 통계를 놓고 이리저리 해석하기보다는 당장 ‘죽겠다’고 호소하는 자영업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연 최저임금 관련 집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연 최저임금 관련 집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경제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엔 공감대 토론의 초점은 ‘경제 패러다임 변화’로 옮겨갔다. 최저임금을 지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영업이 한계에 내몰린 상황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불공정한 프랜차이즈 계약이나 임차료 문제, 사회안전망 부족 등을 짚었다.

윤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성장 정책뿐 아니라 공정경제 정책과 혁신성장 정책, 세가지를 모아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 기회에 기업도 임금을 올려 생산력과 경쟁력을 올리고 수익 증대까지 연결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가는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지부장은 “최저임금 정책만으로는 저임금 노동자의 삶이 해결되지 않는다. 기본소득을 포함해 사회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며 복지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을 주장했다.

경영계도 패러다임 변화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처방은 달랐다. 김 부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을 견뎌낼 기본적인 산업 역량이 부족하다. 방법은 가격 인상뿐인데 경쟁이 과열돼 그마저도 힘들다. 최저임금을 올리려면 형평성 있게 ‘진입 규제’ 등 과당경쟁을 막는 구조적 노력도 함께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 큰 폭 인상에 따라 내놓은 일자리 안정자금 등 자영업자 지원대책에 대해서는 “실제로 자영업자 피부에 와닿을 만큼 실효성 있는 지원인지 의심이 든다”고 평했다.

허 교수는 “산업의 구조가 저부가가치에서 고부가가치로 옮겨가고 있다.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소득주도성장은 경제 이론에 없는 일종의 실험이다. 문재인 정부는 주요 지지기반인 소상공인으로부터 외면받기 전에 소득주도성장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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