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유 이야기 /
친구에게서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소중한 책 한 권과 편지를 받고 나는 왜 눈물이 나려 할까. 친구야, 고마워.’ 아파트 편지함에는 항상 지로용지나 각종 은행, 카드 청구서만 가득 들어 있었는데 뜻밖의 편지 한 통을 발견하고는 마치 보물이라도 찾은 듯 너무나 반가웠다는 말에 보낸 나로서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집 식탁에는 라디오와 책 몇 권과 편지지, 봉투, 내가 직접 칼로 깎은 연필을 담은 연필꽂이가 한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밥을 먹는 식탁은 나의 전용 책상이기도 합니다. 식탁 의자에 앉아서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추억에 젖어보기도 하고, 생각나는 사람에게 정성들여 편지를 씁니다.
갈수록 세상은 빠르게, 편리하게, 숨가쁘게 변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빨간 우체통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는데 휴대폰과 컴퓨터 때문인지 점차 찾아보기 힘들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은 상대가 바로 받아볼 수 있으니 빠르고 편리하기는 합니다. 일을 하거나, 놀거나, 먹을 때도 ‘빨리빨리’만 외치는 사람들…. 그러면서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요.
학창시절부터 편지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결혼한 지 15년째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그때처럼 편지지와 봉투를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합니다. 남편이 업무로 지쳐 보일 때 응원의 글을, 아이들이 소풍 갈 때 도시락 속에 재미있게 놀고 오라는 쪽지글을,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플 때 그리움의 글을, 힘들어하는 언니에게 희망의 글을…. 받는 이가 지을 환한 미소를 생각하면 너무나 흡족합니다. 이번 스승의 날에도 두 아이의 담임선생님께 색도화지에 색종이로 정성스럽게 카네이션을 접어 붙여 꾸민 감사의 카드를 부쳤습니다.
편지를 쓸 때면 온전히 상대만을 생각하며 쓰는데, 상대방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됩니다. 전날 쓴 편지를 들고 우체국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은 들뜹니다. 편지를 써 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편지를 받을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느껴지는 작은 행복을. 또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따뜻한 응원의 글은 그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겁니다. 가족 또한 못다 한 말을 글로 전한다면 사랑이 차곡차곡 쌓인답니다. 지금 당장 출근하는 남편의 안주머니에 ‘힘내라’는 쪽지 하나 살짝 넣어주는 건 어떨까요.
이청숙/서울시 도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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